최근 온앤오프에서 가수 ‘박봄’씨가 무려 11kg를 감량한 방법이 방송되면서 화제예요. 지금까지 xx 다이어트, xxx식단 등 특정 연예인이나 가수의 식단 프로그램이 자주 유행이었는데요, 오늘은 방송에 나왔던 박봄 씨의 다이어트 식단을 영양학 측면에서 분석해볼게요.
영상을 보면 봄씨는 8시, 12시, 17시에 규칙적으로 동일한 식사를 세 번 챙겨먹고 있어요. 일단 아침을 포함해 규칙적인 타이밍을 정해놓는 건 아주 아주 훌륭해요.
그런데, 전 날 저녁과 다음 날 아침 사이의 공복이 15시간으로 무척 길죠? 공복 시간이 길어질 경우 실제로 내 몸이 필요한 열량보다 더욱 많이 폭식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20시쯤 가벼운 간식이라도 한 끼 더 추가하는게 좋아요.
영상에 나온 식사를 찾아보니 쥬비스에서 판매하는 제품으로, 약 30g짜리 주먹밥 한 개당 80~90kcal에 단백질이 3~4g정도 돼요. 이 주먹밥 5개에다 양상추 100g, 콜라비 100g을 아침으로 먹네요. 대략 450kcal에 단백질은 20g이 채 안 될 것 같습니다. 거기에 액상 샐러드를 먹는데, 찾아보니 비타민 A, 비타민 C, 칼슘, 피리독신, 엽산, 마그네슘이 들어있긴한데 크게 의미있는 양은 아니네요.
또 다이어트에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나오는데, 박봄 씨는 한 끼에 온전히 집중해서 굉장히 오래 씹고 있죠. 충분한 저작 운동은 음식물을 잘게 쪼개 소화를 더욱 편하게 하며, 포만감을 더욱 오래 지속하는 데 큰 도움을 줘요. 다이어트 때는 최대한 고형 음식물을 오래 씹는 것이 중요해요.
식사 후 박봄 씨는 바로 소파에 눕는 모습이 보여요. 밥을 먹고 바로 눕는 것이 다이어트에는 직접적인 지장이 없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소화기계 장애를 일으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요.
우리가 먹은 음식은 식도를 통해 위로 들어가서, 차례차례 소화를 기다려요. 소화를 기다리는 동안 위는 위산과 각종 소화 효소를 분비해 음식물을 'chyme'이라는 걸쭉한 죽 상태로 만들죠. 하지만 이 때 누워 버리면, 위산이 식도를 거슬러 타고 올라와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어요(겪어본 사람만 안다는 그 고통ㄷㄷ). 먹자마자 누우면 속이 쓰린 경우가 이 때문이죠.
이렇게 영상은 끝이 나는데요. 쥬비스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박봄 씨는 70kg에서 59kg로, 약 11kg의 체중을 감량했다고 해요.
가장 먼저 영양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박봄 씨의 하루 총 섭취 칼로리는 약 1,350kcal였죠. 운동량과 생활 패턴에 따라 체중 증감 추이를 살펴봐야 알겠지만, 70kg인 여성의 권장 섭취 칼로리(체중을 유지하는 칼로리)는 약 1,600~1,700kcal 정도가 평균이에요.
유지칼로리보다 약 200~300kcal 정도 부족한 칼로리이므로 일단 칼로리 구성은 나쁘지 않다고 봐야겠네요. 연예인이므로 어느 정도의 근육 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빠르게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가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해요.
두 번째로 살펴볼 건 바로 단백질입니다. 박봄씨의 하루 섭취 단백질은 약 50g정도로 보여요. 감량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운동량이 많을수록 단백질 요구량은 늘어나요. 최소한 체중 kg 당 0.8g, 많으면 2g까지도 섭취하는 걸 권장하는데, 박봄 씨의 하루 단백질 섭취량은 kg 당 약 0.7g 수준이에요. 이 역시도 심각하게 부족한 건 아니지만, 조금 더 단백질을 넉넉하게 구성하는게 좋았을 듯 싶네요.
세 번째 포인트는 식단의 다양성이에요.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선 메뉴의 가짓수를 줄여서 칼로리 트래킹을 쉽게 해야한다고 말씀드렸죠?
근데 뜬금 없이 왜 식단이 다양해야 하냐? 사실 고정된 메뉴를 지속하는 다이어트는 단기간 확실한 방법일 뿐,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항상 강조하는 바이지만, 다이어트는 이벤트가 아니라 평생하는 '라이프 스타일'이에요.
이런 측면에서 지속가능성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영양 불균형이죠. 아무리 영양 구성이 좋은 식품이라도, 오랫동안 그것’만’ 먹다 보면 필연적으로 부족한 영양소가 생길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다이어트할 때 유독 야채나 과일에 신경쓰라는 말이 많은 거고요.
박봄 씨의 다이어트를 보면 이런 불균형을 막기 위해 주먹밥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액상 샐러드를 끼니에 넣은 것으로 보여요. 좋은 시도이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보긴 어려워요. 주먹밥의 경우 총 칼로리를 제한하기 위해 메인 재료를 풍부하게 사용하지 못했죠.
이름은 멸치 주먹밥, 소고기 주먹밥이지만 사실 멸치와 소고기는 칼로리 때문에 많이 넣지 못하는 거죠. 액상 샐러드 역시 비타민 D, 비타민 B군, 비타민 K, 칼슘, 마그네슘 등 필수 무기질과 비타민이 너무나도 부족해요.
이럴 경우 최고의 방법은, 스스로 식단을 공부해 식품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어떤 음식에 어떤 영양소가 얼만큼 들어가 있는지 알 필요는 없어요. 식단을 약간만 다양하게 바꿔도 우리 몸은 잘 굴러가죠. 식단의 주먹밥을 같은 칼로리의 고구마로, 단호박으로, 빵으로, 떡으로 바꿔 먹는 것이죠. 차선책은, 고품질의 영양제를 섭취하는 거예요. 부족한 영양소를 손쉽게 보충할 수 있죠.
마지막 포인트는 다이어트의 핵심이자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겠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인데요, 프랑스의 미식가 앙텔름 브리야 사바랭의 <미식예찬>에 나오는 글귀예요. 저는 여기서 ‘어떤 사람인지’를, ‘어떻게 사는지’로 바꾸고 싶습니다.
아마 다이어트 전 박봄 씨의 생활 습관은 영상과는 많이 달랐을 겁니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밥을 훌훌 삼켜 버리고, 식후에 아무 생각없이 라떼를 마시면서 소파에 눕는 생활을 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다이어트를 결심하면서부터 생활 습관을 바꾸기 시작했어요. 이게 다이어트의 핵심이자, 가장 인상깊게 본 부분이에요. 식단과 운동은 불을 붙여주는 수단이고, 스스로의 건강을 해치는 생활 습관을 하나하나 올바르게 고쳐가는 것이 '이벤트'로 끝나는 게 아닌, '라이프 스타일'로서 다이어트의 시작이에요.
원고 : 핏테이블 안동현 영양사/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