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이 걱정하는 나라

by 김현진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선덕여왕을 깎아내리면서 “여자가 왕으로 있으면서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라고 악평을 했는데, 막상 선덕여왕은 황룡사 9층 탑을 건설하면서 9개국 복속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였다. 또한, 화백회의에서 폐출된 진지왕의 손자 김춘추를 중용하고 비주류였던 가야계의 김유신을 신하들의 만류를 물리치고 중용하면서 삼국통일의 초석을 놓았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삼국유사를 보면 선덕여왕을 짝사랑하다가 미쳐버린 지귀(志鬼)라는 남자가 있었다. 당시의 법대로 한다면 목을 베고도 남을 엄청난 일이었다. 그러나 선덕여왕은 미쳐서 쓰러져 잠을 자는 이 남자를 찾아서 여왕이 평소에 소중히 간직하였던 자신의 팔찌를 벗어서 이 남자의 손에 쥐여주고 돌아 나온다. 미쳐서 쓰러져 잠자고 있는 그 남자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당시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었을까. 우리는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아서 선덕여왕처럼 훌륭한 대통령이 될 줄 알았다. 그리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감싸 안아줄 그럴 대통령이 될 줄 알았었다. 그러나 결과는 소통이 없는 불행한 대통령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런가 하면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는 별 볼 일 없던 정도전을 미리 알아보고 그의 막료로서 중용함으로써 조선 개국의 대업을 이루었다. 모두 소통을 그만큼 중요시하였던 결과였다.

우리나라 대통령선거 때 출사표를 밝히는 중대 발표를 할 때 보면 광화문에 계시는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하는데 왜 거기에서 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아마 세종대왕의 훌륭하신 업적을 빗대어 “나도 세종대왕처럼 할 수 있다”라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세종대왕은 경회루를 완공한 노비 출신인 박자청을 1품 벼슬인 재상으로 승진을 시킨다. 그에 대해 사대부들은 세종대왕에게 천출에게 재상을 제수함은 불가하다는 상소를 올리며 “미천 한데서 일어나 다른 기능 없이 다만 토목공사를 감독해 지위가 재상에 이르는 것은 중의를 누를 수 없다”라고 비판하였으나 세종대왕께서는 사대부들의 반대를 누르고 박자청을 종1품 의정부 참판까지 승진시켜 비록 노비 출신이라 할지라도 그 능력이 있다면 출신지나 연고지를 따지지 않았던 실용주의 정신과 소통능력이 우리 모두에게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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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기 선생께서는 “많은 사람 중에서 사람을 뽑을 때 그들 당료만이 잘됐다고 칭찬하는 것은 잘한 것이 아니고 어리석은 백성 대부분이 칭찬하는 것이 잘된 것이다”라고 말했으며, 이는 장(長)에 대한 충성심이나 소속 당파에 대한 충성심보다도 인품과 실력을 보고 등용하라는 것이다. 또, 미수 허목 선생은 “무사를 뽑을 때 말 타고, 활 쏘고, 칼 쓰기를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옳은 일이지 얼굴 반질반질하고 말 잘하는 사람을 뽑아서 과연 전쟁터에서 써먹을 수 있겠냐.”고 하였다.

고사에 백성의 버림을 받는 국왕을 독부(獨夫)라고 하였다. 하나라의 걸 왕과 은나라의 주왕을 꼽는다. 조선조의 태종 대왕께서는 세자에게 말하기를 “걸 주는 천하의 주인이 됐지만, 인심을 잃고 하루아침에 독부로 전락하고 말았다”라고 세자에게 말하면서 “만약 너와 내가 백성에게 인심을 잃는다면 필시 하루아침도 이 자리에 있지 못하게 될 것이다.”라고 아들인 세자에게 훈계했다.

선거 때만 되면 경제 활성화, 경제민주화, 서민 생활 안정, 사회복지 향상 등 셀 수도 없는 공약을 쏟아 내다가 막상 선거가 끝나면 내가 언제 그랬냐고 하면서 모른 체하는 이 나라의 권력자들에게 백성은 말한다.

선거공약은 선거가 끝나면 다 잊어버리느냐고 묻고 싶다. 유능한 정치인일수록 그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나라가 살려면 지금이라도 인사가 망사가 되는 일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일부 특권층에서는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하지만 백성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어찌 인재가 없다고 할 것인가. 자신들의 이념과 입맛에 맞는 사람만을 찾다 보니 없을 것이다. 새 정부에서는 지금 장관급들에 대한 인사가 한창이다. 요즘은 국회 청문회를 보면서 과거의 여야가 공수를 교대하여 싸우는 것을 바라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여당은 무슨 비리 같지도 않은 것을 비리라고 하느냐고 악을 쓴다. 야당은 과거에 너희도 비리 같지 않은 것을 비리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악을 쓴다. 그러면서 발목잡기라고 한다. 지금의 여당이 과거에 야당일 때 국무총리도 인준해 주지 않았고, 초기에 국정을 거의 마비시키지 않았느냐고 악을 쓴다. 그러면서 여당은 지금의 야당에 발목잡기라고 한다. 이런 것을 우리는 무어라고 해야 할까. 인과응보라고 해야 하나. 유식하신 교수 출신 장관님들에게 물어봐야 하나 어쩌나. 그래도 이번의 청문회는 야당이 처음 하는 청문회여서 그런지 별로 독하게 하지를 않는 것 같았다. 여당이 과거에 야당 할 때처럼 독살스럽지는 않았다. 이런 말이 와닿았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하는 말이다. 지금의 여당도 먼저 국익을 생각하고 정책을 전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꽤 많이 하던 버릇이다. 그러면서 발목잡기라고 한다.

왜 그럴까? 한번 생각해 보자. 피차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승자는 승자대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점령군처럼 행세한다. 패자는 또 너희는 별다르냐는 인식을 하고 대한다. 어떻게든 흠집을 잡아서 낙마를 시켜야 과거에 너희가 했던 대로 우리도 갚아주겠다는 유치원 꼬맹이들과 같은 발상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주변은 너무나 심각하다. 북한이 그렇고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 등 모두 자기의 국익을 먼저 생각한다.

우리도 국익에는 여야가 없어야 하는데 민주당의 이재명은 자신의 방탄과 이익을 위해서 중국대사가 오라고 한다며, 대사의 관저에 찾아가서 북경오리를 대접받고 대사의 지시를 받는 모양새는 좀 잘못된 것 같다. 여러 곳에서 비난의 화살을 날린다. 어떻게 저런 자가 제일 야당의 대표인지 아마 중국의 간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지난 2월에 중국대사 관저에서 만찬을 제의해 왔으나 점잖게 사양했다고 한다.

이재명이도 대사를 야당 대표실로 오라고 하여 대담을 했더라면 결코 이런 망신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개 대사 따위가 제일 야당 대표에게 이래라 저래라 해서야 쓰겠는가.

우리도 국익에는 여・야가 없어야 하는데 계속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싸우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주변 정세는 조선 말기의 국제정세와 비슷하다. 백성이 국가를 걱정하게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백성은 대통령이 누구인지, 장관과 총리가 누구인지 모르고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국가일 것이다. 국민은 우체국을 이용하지만, 체신부 장관이 누구인지 알 필요가 없다. 그렇습니다. 정치는 그렇게 해야 합니다. 국민이 대통령이 누구인지 관심이 없는 그런 나라가 진짜 좋은 나라겠지요.

- 김현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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