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 ––“반쪽 도넛과 작은 손, 그리고 이나의 약속"
오전 8시 03분,
미라클 메디컬 센터 복도.
서이나는 ‘순찰 중’이었다.
(*공식 명분은 순회 근무.
*실제 이유는? 자판기 앞 윤제하 선생님 감시)
“윤 선생님…
왜 커피를 매일 혼자 마시는 거지?
설마…
커피 안에 비밀 메시지라도 있는 거 아냐?”
그 순간,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다가
이나 쪽을 보는 윤제하.
그리고 아주 약간,
정말 0.3초쯤—입꼬리를 올린다.
아, 깜짝 이얏!
그 눈빛, 뭔가 있다. 분명 뭔가를 숨기고 있다.
"음... 감춰진 파일 냄새가 나는데?"
서이나는 즉시 수첩을 꺼낸다.
“윤 선생님, 이 도시락 혹시…
본인이 싸 오신 건가요?”
“네. 왜요?”
“복숭아 도넛 반쪽이 아무래도
너무... 수상해요.
그건요, 감정의 단서입니다.”
윤제라는 웃는다.
“감정의 단서요?”
“그럼요. 보통은 하나를 다 먹거든요.
반쪽 남긴 건, 다 먹기엔 미안했거나,
나누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는 거죠.”
“… 관찰력이 뛰어나시네요.”
“제 특기입니다.
간호사계 셜록 홈스거든요.”
윤제하의 시선이 복도 창가로 향한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한다.
“저희 형편이 좀 어려웠어요.
학비 벌면서 공부했고,
야간 병동, 이중 알바, 다 해봤죠.
지금도 병원 노조 일 병행 중이에요.”
“헉. 그런 말 너무 멋있게 해요.
부담되게.”
“그쪽은 금수저 아니셨어요?”
“맞아요. 근데 반짝이는 스푼도요,
뜨거운 죽 한 숟갈 못 퍼본 적 있어요.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해요.”
- 오후 근무 시간
서이나는 산모 회진표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신생아실 옆, 인큐베이터 방을 지나치게 된다.
그 안에 누워 있는 조산아 한 명.
태어난 지 3일 된 아이, 이름은 '하율'.
아기는 작은 손으로 허공을 헤엄치듯 움직이고 있었다.
너무 작고 연약해서
울음소리도 ‘앙’도 아닌,
'흠' 하는 숨 같은 소리가 났다.
서이나는 유리창 너머로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병동 담당 간호사에게 속삭였다.
“얘는 울지도 않네요.
너무 작아서 그런가 봐요.”
“응. 목소리보다 먼저,
살아내는 데 집중하는 거지.”
흘끗 보다가 선배 간호사가 답했다.
“우리 하율이는 자기가 태어났다는 것도 모르겠지.
그냥, 숨 쉬는 법부터 배우는 중이야.”
서이나는 인큐베이터에 붙어 있는
'Baby 하율'이라는 이름표를 응시했다.
그 옆에, 보호자가 붙여놓은 작은 메모지 하나.
“우리 아가, 세상에서 제일 작지만
엄마가 가장 큰 사랑으로 기다릴게.”
서이나, 눈을 깜빡이며 웃었다.
그리고 속으로 말했다.
“하율아,
나는 병원에서 제일 시끄러운 간호사인데
너 앞에선… 조용히 있을게.
대신, 얼른 크면 내가 제일 먼저 안아줄게.”
그리고 유리창에 손을 살짝 댔다.
아기의 손이 그 움직임을 느끼기라도 한 듯,
작은 손가락이 파르르 움직였다.
“여기 자주 오시네요.”
“네. 여기 있으면 세상이 더 크게 보여요.”
윤제하가 말한다.
“신생아실에서...
조용히 있는 거, 이나 씨 스타일 아닌데요.”
서이나, 당황하며 웃는다.
“그러니까요.
하율이 앞에선 시끄럽기도 미안해서요.”
“… 하율이는 기억할 거예요.
제일 시끄러운 간호사 언니가,
제일 조용하게 웃어줬던 걸.”
다음 날 아침, 서이나의 간호사실 책상 위.
작은 도시락 하나가 놓였다.
치킨너겟 두 개, 미역국, 그리고 복숭아 도넛 반쪽.
그리고 메모 한 장.
"정신없는 하루,
도넛 하나는 누가 챙겨줘야죠." — 윤제하
서이나, 피식 웃으며 혼잣말.
“도넛으로 고백하는 남자, 귀엽네
… 진료 접수 완료입니다~”
엔딩 내레이션 (서이나의 마음속 메모)
"이렇게 작은 아기도,
엄마 아빠 없이 먼저 세상에 나왔는데도
살아보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세상 살기 힘들다며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걸까?"
"내가 간호사로 있는 동안—
태어난 아이가 살고 싶어지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그런 세상을 위해서, 아자, 아자 파이팅~!...
내 수다와 도넛,
그리고 마음은 무조건 하율이 거야."
(유리창에 남겨진 세상에 빛처럼, 그날 이나의 눈빛엔 오래 남을 아가의 따뜻했던 온기가 담겨 있었다.)
요즘 미라클 메디컬 센터엔 이상한 바람이 분다.
회의실 불이 밤새 꺼지질 않고,
원장님은 자꾸 머리를 감싸 쥐고.
심지어… 서이나의 스케줄표에
*‘대기’*라는 낯선 글자가 떴다!?
“아니, 저 ‘대기’는 뭐예요?
설마 저… 해고 후보예요?”
“그럴 리가요… 그럴 리 없죠… 아마도요…”
복숭아 도넛은 반쪽씩 나눠 먹어도
급여는 반쪽이면 안 되는 법.
의사, 간호사, 환자…
그리고 살아야 할 이유가 가득한 이곳,
지켜야 할 게 너무 많은 미라클 병원에
작은 파도가 몰려온다.
다음 주 목요일,
“진짜 간호사는, 병원도 간호할 수 있어야죠.”
서이나가 또다시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