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기도

작은 길

by 이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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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세상의 바람이
제 마음의 등불을 흔듭니다
숨이 가쁘고, 길은 멀며
발자국마다 모래처럼 흩어지는 희망이
제 발끝을 붙잡습니다


아직 저는 살아가는 법을 다 배우지 못했습니다
손에 담으면 흘러내리고
붙잡으면 부서지는 것이 사람의 하루라면
무엇을 품어야 합니까


가난한 이의 빈 그릇을 채워주고
목마른 이의 마른 입술에 비를 내려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주머니엔 바람과 먼지만 가득하고
제 하루는 늘 제 몫의 고단함에 갇혀 있습니다


이 무력함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하소서
도울 수 없는 날이면
그 마음만이라도 세상에 흘려보내게 하소서


제가 가진 작은 불씨가
누군가의 긴 밤 창가에
별빛처럼 내려앉아
하루를 버틸 빛이 되게 하소서


삶은 가끔 저를 모래시계처럼 뒤집어
제 안의 시간을 한 알씩 쏟아버립니다

내 안의 모래가 모두 떨어지기 전
누군가를 감싸줄 수 있는 팔이 남아 있게 하소서


거창한 기적보다
작은 발걸음 하나로 길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늘이 제 마지막 날일지라도
누군가의 마음속에
하얗게 빛나는 작은 길 하나 놓고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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