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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thing special/ 백아도,

17. 백아도(白牙島)

by 이다연


서해의 흰 이빨

“섬인데도 능선이고,
바다인데도 산맥이다.”

누군가는 절벽을 오르고,
누군가는 바위 능선에 시선을 빼앗긴다.
백아도는 그런 섬이다.


1. 서해의 바위섬, 백아도의 시작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

덕적도에서 남서쪽으로 약 18km.
서해 한가운데 우뚝 솟은 흰 바위섬이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상어의 이빨처럼 날카롭게 솟아 있어 ‘백아도(白牙島)’라 불린다.


옛날에는 허리를 굽혀 절하는 듯한 형상이라 하여

‘배알도(拜謁島)’라 불렸으나, 지금은 바위 절벽과 하얀 이빨의 형상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2. 다섯 개의 시선, 다섯 개의 풍경

남봉 등산로

백아도의 최고봉인 남봉으로 향하는 길은
험준하면서도 시원한 조망을 선물한다.
능선에 오르면 덕적도와 서해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고, 발아래 바위들은 흰 이빨처럼 바다를 향해 서 있다.
남봉에서의 한 걸음은 곧 섬의 심장부를 읽는 일이다.


✅ 기차바위


바위들이 줄지어 선 모습이

마치 기차 칸을 닮아 ‘기차바위’라 불린다.
바람과 파도가 오랜 세월 깎아 만든 형상은
자연이 새긴 긴 행렬처럼 이어진다.
걷는 발걸음마다 바위는 또 하나의 시구가 된다.


✅ 망부석바위

바다를 향해 홀로 선 거대한 바위, 망부석.
옛날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전설을 품은 바위다.
바다는 그 기다림을 아는 듯
늘 같은 파도소리로 응답한다.
섬은 이렇게 전설과 시를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


✅ 남대문바위

거대한 바위가 아치형으로 뚫려
마치 성문의 문루 같은 형상을 이룬 곳.

‘남대문바위’라 불리는 이곳을 지나면
섬의 또 다른 풍광이 열린다.
문을 들어서는 순간, 바위가 시의 문장이 되고
풍경은 새로운 장을 펼친다.


✅ 마을의 고요


섬의 부대마을과 학교마을은
백아도의 풍경을 마무리하는 고요한 쉼표다.
폐교의 운동장, 비어 있는 교실,
그 위에 내려앉은 바람은 오래된 시 한 편을 읽는 듯하다.


3. 백아도 정보 요약

행정구역: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 백아리

인구: 약 40여 명(소수 세대 거주)

지형: ㄷ자 형태의 구릉, 가파른 암석해안 / 일부 사빈 존재

교통: 인천 연안부두·대부도 → 덕적도 경유 → 나래호 등 순환 여객선 이용

트레킹: ‘백섬백길’ (약 10km, 4시간 소요) ― 흔들바위, 남봉, 암릉 능선 포함


4. 섬의 삶과 특산물

백아도의 사람들은 바다와 더불어 살아간다.
약 40~70명 남짓한 주민 대부분은 고령의 어르신들.
작은 공동체 속에서 서로 기대며
조용한 섬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서 식탁은 곧 섬이 준 선물이다.

봄에는 달래를 캐어 달래 간장을 만들고,

여름엔 바위틈에서 자연산 홍합을 따낸다.


홍합비빔밥과 홍합미역국은 섬을 대표하는 별미다.

바다에선 우럭, 꽃게, 놀래기, 광어, 굴, 김이 오르고,

산에서는 더덕이 자라 약재와 국거리로 쓰인다.


섬의 숲에는 섬소사나무 군락이 자리해
백아도의 원형을 고요히 지켜주고 있다.

백아도의 밥상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자연과의 대화이며, 바다와 숲이 써 내려간 시다.


5. Epilogue

백아도의 하루는 고요하고도 장엄하다.
파도가 부서져 내려도,
섬은 묵묵히 서해 끝을 지킨다.

나는 남봉의 능선 위에 서서
서해의 파란 물결과 바위 절벽을 함께 바라보았다.
섬은 시였고, 나는 그 앞의 독자였다.

“백아도에서의 하루는,
바위를 걷는 일이자,
바다의 노래를 읽는 시간이다.”


♡ Legend ― 《하얀 이의 노래》

아주 오래전, 이 섬은 지금과 달랐다고 해.
멀리서 바라보면 사람의 허리를 굽혀 절하는 듯한 형상이었지.


그래서 사람들은 그 섬을 ‘배알도(拜謁島)’라 불렀대.

그런데 어느 해, 서해에 거대한 파도가 몰아쳤다지.

하루도 멈추지 않고 몰려드는 물결은
섬의 몸을 깎고 또 깎아내고 부서뜨렸대.


그리고 마침내 섬은 본래의 부드러운 곡선을 잃고, 하얀 이빨처럼 뾰족한 절벽을 드러내게 되었지.

그때부터 사람들은 섬을 ‘백아도(白牙島)’라 불렀어.


하얀 이빨 같은 바위섬.
서해의 파도에 맞서 굳건히 선 수호자.

어부들은 배를 띄우기 전마다 섬을 향해 두 손을 모았어.

“이 이빨이 부서지지 않게,
우리의 삶도 부서지지 않게.”

섬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날의 기도는 바람과 파도에 실려 오래도록 메아리쳤어.


지금도 백아도의 바람에 귀 기울이면
이런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해.

“나는 바다에 박힌 이.
부서져도 빛나는, 흰 노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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