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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thing special/ 영도,

18. 영도(影島)

by 이다연



바다 위의 그림자 ― 영도

“섬인데 다리로 이어지고,
바다인데 사람의 숨결이 가득하다.”
누군가는 등대의 불빛을 따라 걷고,
누군가는 파도에 부서지는 해안을 바라본다.
영도는 그런 섬이다.


1. 바다 위의 도시, 영도의 시작

부산광역시 영도구.
부산항과 남항,

그리고 태평양의 길목을 품은 섬.

육지와는 영도대교와 부산대교로 이어져 있지만, 본디 영도는 따로 떠 있는 섬이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바다 위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같다 하여 ‘영도(影島)’라 불렸다.


일제강점기 때 세워진 다리와 등대가 섬의 상징이 되었고, 지금도 부산의 바다와 역사를 품은 섬으로 살아 있다.


2. 다섯 개의 시선, 다섯 개의 풍경

태종대


바다 끝으로 돌출된 해안 절벽.
거대한 암벽이 푸른 파도를 받아내는 곳.
사람들은 이곳에서 바다의 무게를 읽고,
수평선 너머로 이어진 길을 상상한다.


✅ 절영해안산책로

해안을 따라 푸르게 이어진 길.
길 위로는 숲이, 아래로는 파도가 함께 달린다.
저녁이면 석양이 붉게 드리워지고,
산책로는 도시와 자연을 잇는 긴 문장이 된다.


✅ 영도다리


부산 최초의 도개교.
한때 배들이 드나들던 바닷길을 열어주던 다리.
지금은 도시의 기억 속에 남아
하루 두 번, 다리가 올라가는 순간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가 이어짐을 느낀다.


✅ 흰여울문화마을

해안 절벽 위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
좁은 골목과 파란 지붕,

벽화를 따라 걷다 보면

영화 속 장면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바다는 집들의 창문을 두드리며
이곳 사람들의 일상을 시로 만든다.


✅ 영선동 부두와 항구

바다를 향해 늘 열린 부두.
고깃배와 상선, 화물선이 오가며
도시와 세계를 이어준다.
항구의 풍경은 늘 분주하지만,
그 속엔 어김없이 바다 냄새가 배어 있다.


3. 영도 정보 요약

행정구역: 부산광역시 영도구

인구: 약 12만 명

지형: 부산항을 마주한 섬, 해안 절벽과 산지 지형

교통: 영도대교·부산대교를 통한 육로 연결 / 항만·크루즈 정박지

대표 여행지: 태종대, 흰여울문화마을, 절영해안산책로, 국립해양박물관


4. 섬의 삶과 특산물

영도의 삶은 바다와 항구에서 시작된다.
배를 고치고, 물고기를 잡고,

배를 타고 세계로 향하던 사람들이 모여 산다.


이곳의 밥상은 바다와 늘 맞닿아 있다.
싱싱한 회와 해물탕, 멸치젓과 멸치회무침,
그리고 영도의 명물

기장 멸치와 해산물이 섬의 식탁을 채운다.


산자락에는 동백나무와 후박나무가 무성하고,
겨울이면 붉은 동백꽃이 항구의 바람 속에서 활짝 핀다.

영도의 풍경은 곧 부산의 바다요,
그 삶은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길목의 이야기다.


5. 돼지 국밥,

바다 도시가 품은 그릇


부산의 골목을 걷다 보면, 뜨끈한 뽀얀 국물에 밥을 말아 내어 주는 돼지국밥집이 하나쯤은 쉽게 눈에 띈다.

특히 습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 그릇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돼지국밥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몰려든 피란민들이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돼지 뼈와 부산물을 모아 끓여냈다는 설,

혹은 경상도 내륙, 밀양 장터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음식이라는 설.
또 어떤 이는 실향민들의 순댓국 문화가 남쪽으로 내려와 새로운 이름을 얻은 것이라 설명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은, 돼지국밥은 결핍의 시대가 낳은 음식이라는 점이다.


배고픔을 달래야 했던 그 시절, 사람들은 버려질 뻔한 뼈와 내장을 모아 국물을 냈다.
새우젓과 부추, 고춧가루가 국물의 비린내를 눌렀고,
뜨거운 사발에 밥을 말아 넣으면 허기진 하루가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돼지국밥은 단순히 뼈와 고기의 맛이 아니었다.
그 속에는 살아남으려는 의지와 서로를 건네던 위로가 함께 녹아 있었다.
한 그릇을 비우는 순간, 사람들은 잠시나마 전쟁의 불안과 고단한 노동을 잊을 수 있었다.


오늘날 돼지국밥은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진득한 국물 위에 수북하게 얹은 삶은 고기,
옆에는 언제나 새우젓과 부추가 나란히 놓인다.
어떤 집은 국물을 맑게, 또 어떤 집은 더욱 뽀얗게 끓여내지만,
모두가 그 안에 담는 것은 다름 아닌 부산이라는 도시의 기억이다.


뜨거운 돼지국밥 앞에서 국자를 천천히 젓는다.
피란민들의 굶주린 저녁, 밀양 장터의 오래된 국밥집,
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 이어진 도시의 숨결이
그릇 속에서 소리 없이 끓고 있다.

돼지국밥은 결국, 부산의 바다와 함께 끓여낸 사람들의 역사이자 위로다.


6. Epilogue

영도의 하루는 늘 바다에서 시작해 바다로 끝난다.

항구의 불빛이 꺼지지 않아도,
바다는 묵묵히 파도를 밀어 보낸다.


나는 태종대 절벽 위에 서서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과 항구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섬은 도시였고, 도시 너머엔 바다가 있었다.

“영도에서의 하루는,
파도 위에 그림자를 새기고,
등대의 불빛으로 시간을 읽는 일이다.”

♡ Legend

《그림자의 섬, 영도의 불빛》


부산 앞바다에 서 있는 섬, 영도.
멀리서 보면 섬의 윤곽은

거대한 그림자처럼 바다 위에 드리워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影島’, 그림자의 섬이라 불렀다.


그림자는 어둡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빛이 깃든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밤,

길을 잃은 한 어부가 섬을 향해 기도했다.

“검은 그림자의 섬이여,
제발 나의 길을 밝혀다오.”

그 순간 숲 속에서 붉은 동백꽃이

타오르듯 피어나며, 바다 위로 불빛이 번졌다.
그 빛은 어부를 육지로 인도했고,

사람들은 그 일을 기려 섬 위에 등대를 세웠다.


영도는 단순한 그림자가 아니다.
어둠 속에서 길을 밝혀주는 불빛의 섬,

바다의 등불이다.

지금도 태종대의 절벽에 서면,

거센 파도와 함께 묵직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러나 그 그림자 속에는 언제나 등불이 있다.
밤바다를 건너는 이들의 길을 밝히는 불빛,

그것이 바로 영도가 간직한 전설이다.


여행에세이, 섬, 여행감성

― 《섬 thing Special》: 《바다 위의 도시, 영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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