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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thing special/ 울릉도,

19. 울릉도(鬱陵島)

by 이다연



바다 위의 화산섬, 울릉도


“섬은 멀리 있지만,
마음은 늘 그리운 자리.”


울릉도는 파도가 지워낼 수 없는 시간의 기록을 안고 있다.
화산섬의 절벽과 바다, 그리고 그 바다를 건너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쉰다.


1. 바다 위의 화산섬

경상북도 울릉군.
동해 한가운데, 육지에서 배로 세 시간 이상을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섬.

울릉도는 약 150만 년 전 바다 밑 화산이 폭발해 솟아오른 섬이다.
깎아지른 절벽과 검은 현무암, 그리고 성인봉을 중심으로 펼쳐진 울창한 숲이 이곳의 얼굴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구름이 걸린 산과 절벽이 바다에 닿아, 섬 전체가 거대한 요새처럼 서 있다.
그리고 그 너머, 작은 바위섬 하나가 기다린다. 바로 대한민국의 동쪽 끝, 독도다.


2. 다섯 개의 시선, 다섯 개의 풍경


행남 해안 산책로


절벽과 바다가 나란히 이어진 길.

투명한 동해의 물빛과 부서지는 파도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바닷바람과 숲 향기가 어우러져 걷는 발걸음마다 울릉도의 생동감을 전한다.


봉래폭포


울릉도의 최대 폭포, 높이 30m.

사계절 내내 마르지 않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는 섬에 생명의 기운을 더한다.

한여름에도 물안개가 맴돌아 청량한 쉼터가 된다.


✅ 울릉도의 작은 섬 ― 관음도(觀音島)


도동항 앞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

관음굴은 어부들의 무사 귀환과 풍어를 빌던 신앙의 장소였고, 지금은 바닷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울릉도의 전설을 품고 있다.


1. 관음굴의 전설

관음도의 가장 유명한 곳은 관음굴이다.
울릉도 어부들은 먼바다로 나가기 전, 관음굴에 들러 무사 귀환과 풍어를 빌었다.
거친 동해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간절함이 관음도에 깃들어 있다.
때로는 폭풍우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이 이 굴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보살의 목소리로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2. 천연기념물의 섬

관음도는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학술적 가치도 크다.
특히 이 섬은 천연기념물 제98호로 지정된 바 있다.
사방이 깎아지른 현무암 절벽으로 둘러싸여, 파도에 의해 다양한 해식 동굴이 발달해 있다.
또한 바닷새들의 서식지로도 유명해, 섬 전체가 하나의 자연 박물관처럼 여겨진다.


바람과 파도 속에서도 꿋꿋하게 서 있는 모습은
울릉도 사람들의 삶과 닮아 있다.

“관음도는 바다의 작은 섬이지만,
그 속에는 바람을 견딘 신앙과 삶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울릉도의 바다는 관음도를 품음으로써
단순한 풍경을 넘어, 기도의 바다로 살아간다.”


✅ 나리분지

울릉도 한가운데 유일하게 넓게 열린 평야.


화산 분화구가 세월을 거쳐 만든 들판으로, 감자·호박·산나물이 자라난다.

투막집이 남아 있어 옛 울릉도 사람들의 생활을 보여준다.


예림원


울릉도의 숲을 온전히 담은 힐링 정원.

자생 식물과 희귀 수목이 자라는 공간으로, 이름처럼 ‘숲을 사랑하는 정원’이다.

울창한 나무 사이를 거닐다 보면 울릉도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3. 울릉도 정보 요약

행정구역: 경상북도 울릉군

인구: 약 9천 명

지형: 화산섬, 해발 984m 성인봉 중심 산지 / 해안 절벽 발달

교통: 포항·강릉·후포 등에서 여객선 운항 (3~4시간)

대표 여행지: 성인봉, 행남 해안산책로, 촛대바위, 도동항, 독도


4. 섬의 삶과 특산물

울릉도의 삶은 고립과 바다에서 시작되었다.
험한 파도 때문에 ‘울릉도에 가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바다와 날씨에 기대어 살았다.

그 대신, 울릉도는 풍요로운 자원을 품었다.
명이나물(산마늘)은 섬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이 되었고,
호박엿은 여행자의 주머니 속 작은 기념품이 되었다.
울릉도 오징어는 바다와 삶을 잇는 상징으로, 밤마다 불빛 가득한 오징어잡이 배가 항구를 물들였다.


오징어, 바다의 별빛

울릉도의 밤은 낮보다 환하다.
깊은 바다 위로 수백 개의 집어등이 켜지면,
별들이 바다에 내려앉은 듯 황홀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 불빛은 단순한 장관이 아니다.

바람과 파도에 맞서 살아온 섬사람들의 희망,
삶을 지탱해 온 작은 기도였다.

겨울에도, 폭풍우가 몰아쳐도
사람들은 배를 띄웠다.


그물에 걸려온 오징어 한 마리에는
노동의 땀방울과 간절한 마음이 함께 말려 있었다.

집집마다 처마에 걸린 꾸덕꾸덕한 오징어는
아이들의 학비가 되고, 가족의 저녁상이 되었다.
쫄깃한 살결에는 바람이 빚은 선물 같은 위로가 담겨 있었다.


오늘의 울릉도 역시 오징어의 섬이다.
관광객들은 항구에서 갓 잡은 오징어를 맛보고,
밤이면 여전히 불빛 가득한 집어등을 바라본다.

“울릉도의 오징어는,
단순한 해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바다와 싸운 사람들의 땀,
그리고 별빛을 길어 올린 삶의 이야기다.”


6. Epilogue

울릉도의 하루는 구름과 파도로 시작해

별빛과 집어등으로 끝난다.
섬은 고립되었지만,

그 고립이 오히려 사람들의 삶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성인봉 정상에서 바라본 수평선,
행남산책로의 바다 냄새,
독도로 이어지는 동쪽 길.

“울릉도에서의 하루는,
파도 위에 시간을 새기고,
별빛과 오징어 불빛으로 밤을 여는 일이다.”

♡ Legend ― 《울릉도의 바람과 호박엿》


아주 먼 옛날, 울릉도에는 바람이 세어 씨앗조차 자라기 힘들었다.
사람들은 바다에 나가 오징어를 잡고, 파도와 싸우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 해, 굶주린 섬 아이가 산에서 이상한 풀잎을 꺾어왔다.
그것이 바로 명이나물이었다.
아이의 가족은 그 풀을 절여 두고 겨울을 났고,
그 뒤로 사람들은 울릉도의 산나물을 섬의 보물이라 불렀다.


또 다른 전설은 호박엿에 얽혀 있다.
울릉도의 바람이 너무 매서워 호박이 잘 자라지 않자,
사람들은 호박을 오랫동안 고아 엿으로 만들었다.
그 달콤한 맛은 파도와 바람 속에서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었고,
지금도 호박엿은 울릉도의 작은 위로로 남아 있다.

울릉도는 바람의 섬이자, 그 바람 속에서 길을 찾은 사람들의 섬이다.


여행에세이, 섬, 여행감성

― 《섬 thing Special》: 《바다 위의 화산섬, 울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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