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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thing special/ 대부도,

20. 대부도((大阜島)

by 이다연




바다 위의 갯벌과 섬, 대부도


“섬은 육지 가까이 있지만,
그 풍경은 언제나 낯설고 특별하다.”

대부도는 바닷길이 열리고 닫히는 시간 속에서, 갯벌과 바람, 그리고 그 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1. 바다 위의 섬, 대부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서해의 품 안, 시화방조제를 건너 자동차로 갈 수 있는 섬.

예로부터 조수간만의 차가 큰 바다와 갯벌은 사람들에게 풍요로움과 도전 모두를 안겨주었다.


대부도는 ‘큰 아버지의 섬’이라는 이름처럼, 서해의 여러 작은 섬들을 품은 중심지다.


섬을 따라 펼쳐진 갯벌과 염전, 그리고 서해의 붉은 낙조는 대부도의 얼굴이다.


멀리 바라보면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지평선이 붉게 물들며, 시간이 잠시 멈춘 듯 고요해진다.


2. 다섯 개의 시선, 다섯 개의 풍경


방아머리해수욕장


대부도의 첫 길목에서 만나는 방아머리해수욕장은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넓은 모래사장은 아이들의 웃음을 품고, 잔잔한 파도는 발끝을 간지럽힌다.


해가 기울면 바다는 붉은 물결로 물들고, 사람들은 모래 위에 앉아 잠시 말을 멈춘다.
그 순간, 해수욕장은 노을을 나누는 거대한 마당이 된다.

바다는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며, 마음을 다시 채워가는 여행자의 쉼터다.


탄도항과 누에섬 등대전망대


바닷길이 열릴 때만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누에섬.
탄도항에 서 있으면, 바다가 잠시 길을 내어주는 그 신비로운 순간을 기다리게 된다.


물길 위를 걸어 등대에 닿으면, 시야 가득 서해가 펼쳐진다.
파도는 발밑에서 속삭이고, 등대는 묵묵히 바다와 시간을 지켜낸다.

노을이 질 무렵, 하늘은 붉게 물들고 섬은 금빛 실루엣이 된다.


그 풍경 앞에서 사람들은 말없이 서해의 하루를 함께 마무리한다.

누에섬 등대전망대는 단순한 전망대가 아니다.
그곳은 바다가 열어준 길 위에서, 잠시 자신도 바다의 일부가 되는 특별한 자리다.


종이박물관, 한 장의 기억을 만나는 곳


종이박물관에 들어서면 단순한 전시품이 아닌,
우리가 살아온 시간과 손끝의 기억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직접 종이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물 위에 뜬 섬유가 모여 한 장의 종이가 되고,
그 위에 새긴 문양은 세상에 하나뿐인 엽서와 책갈피가 된다.
작은 종이 한 장이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따뜻하다.


때로는 종이가 예술의 무대가 된다.
빛과 색을 머금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며,
전통과 현대가 함께 호흡하는 풍경을 만들어 낸다.


종이박물관은 단순한 기록의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배움이 되고 쉼이 되며,
우리가 지나온 과거와 앞으로 써 내려갈 이야기를 이어주는 다리다.


안실 대부 광석 퇴석암층


대부도는 바다와 갯벌만 있는 섬이 아니다. 수천만 년의 지질 역사를 간직한 퇴적암의 보고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안산 대부 광석 퇴적암층은 학술적 가치가 높아, ‘지질 유산(Geo-Heritage)’으로 꼽힌다.


특징

형성 시기 : 약 8천만 년 전 백악기 후기.

암석 구성 : 사암, 셰일, 역암 등이 교차하며 퇴적한 지층으로, 고대의 바다와 강이 남긴 흔적이 선명하다.

지층 구조 : 퇴적물이 층층이 쌓이며 만든 ‘층리(層理)’가 뚜렷하고, 단층·습곡 같은 지질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학술적 가치

당시 대륙과 해양 환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자연 기록물.

퇴적 과정에서 생긴 흔적 화석과 퇴적 구조는 지질 연구와 교육 자료로 활용된다.

한국 지질 공원의 주요 탐방 코스로 지정되어 있다.


전곡항, 바다 위의 길목에서


대부도의 북쪽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전곡항이 모습을 드러낸다.


예전의 전곡항은 소박한 포구였다.
어민들이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고, 다시 돌아와 배를 매던 터전.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서도 비교적 안전한 곳이었기에,
사람들은 이곳을 삶의 거점으로 삼았다.

전곡(全谷), ‘온 골짜기’라는 뜻처럼, 구릉과 바다가 만나 이루어진 마을이 곧 항구의 이름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며 작은 포구는 변신을 거듭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졌고,
오늘날 전곡항은 국제 마리나 항만으로, 요트와 낚시, 축제가 함께하는 여행지로 거듭났다.


그러나 화려해진 풍경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건,
바람을 맞으며 고기를 잡던 어민들의 기억이다.

바다는 늘 같은 자리에서 밀려오고, 사람들은 그 물결 위에 또 다른 시간을 새겨 넣는다.

전곡항은 그렇게,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살아 있는 곳이다.


3. 대부도 정보 요약

행정구역: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

인구: 약 7천 명

지형: 갯벌·염전 발달 / 낮은 구릉지와 농경지

교통: 시화방조제를 통해 육지와 연결 / 대중교통 및 자동차 진입 가능

대표 여행지: 방아머리해수욕장, 누에섬, 대부해솔길, 전곡항, 대부도 포도밭


4. 섬의 삶과 특산물

대부도의 삶은 갯벌과 염전에서 시작되었다.
바닷물을 증발시켜 얻는 소금은 오랫동안 섬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졌다.

지금은 포도가 대부도의 대표 특산물이다.
여름과 가을이면 포도밭은 여행객들로 붐비고, 대부포도 와인까지 만들어져 섬의 새로운 매력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굴·바지락 같은 해산물과 서해의 꽃게, 새우젓도 빼놓을 수 없는 대부도의 맛이다.


5. 바다와 포도의 섬

대부도의 풍경은 바다와 포도가 함께 만든다.
한쪽에서는 집어등 아래 꽃게를 잡고, 또 한쪽에서는 포도나무 아래 농부들이 구슬땀을 흘린다.
그 모든 풍경이 모여 ‘섬의 생명력’을 완성한다.


6. Epilogue


대부도의 하루는 갯벌이 드러나는 물결과 함께 시작해
붉은 서해 낙조로 마무리된다.

섬은 육지와 이어졌지만,
그 안의 삶은 여전히 바다와 바람에 기대어 살아간다.

“대부도의 하루는,
조수의 흐름에 발자국을 새기고,
포도향과 바다 냄새로
밤을 여는 일이다.”

♡ Legend

― 《대부도의 바다와 포도》


아주 먼 옛날, 대부도의 사람들은 염전에서 소금을 고으며 살았다.
뜨거운 햇볕 아래 바닷물을 말려 얻은 소금은 귀했지만,
가뭄이 길어지자 소금보다 더 귀한 것은 먹을거리가 되었다.


한 농부가 있었다.

그는 척박한 땅에 작은 포도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바닷바람에 금세 시들고 말 것이다.”

하지만 농부의 정성 어린 손길 아래,
포도나무는 오히려 바람과 햇살을 먹고 단단히 뿌리내렸다.


세월이 흘러 여름이 되었을 때,
아이들이 놀다가 나무에 열린 보랏빛 열매를 따먹었다.
그 맛은 달콤했고, 눈물이 핑 돌 만큼 황홀했다.


사람들은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열매는 바다가 우리에게 내어준 또 다른 선물이구나.”


그 뒤로 대부도의 땅에는 포도밭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포도는 섬의 상징이 되어 사람들의 삶을 지탱했다.

지금도 대부도의 바닷바람 속에서 자라는 포도에는
옛 농부의 정성과 아이들의 웃음이 담겨 있다 전한다.


여행에세이, 섬, 여행감성

― 《섬 thing Special》: 《바다 위의 갯벌과 섬, 대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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