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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thing special/ 교동도,

21. 교동도(喬桐島)

by 이다연


기억의 섬, 교동도


“섬인데 육지의 상처를 품고,
분단인데 사람들의 삶은 이어진다.”
누군가는 대룡시장의 간판을 따라 걷고,
누군가는 철책 너머 북녘을 바라본다.
교동도는 그런 섬이다.


1. 교동도의 시작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강화도 북서쪽에 붙어 있는 큰 섬으로,
교동대교를 건너면 만날 수 있다.


본디 황해도와 마주하던 섬.
한강 하구와 임진강 어귀가 닿는 자리,
바다와 민족의 경계가 스며든 땅.


조선 시대에는 농업이 발달해
‘작은 곡창’이라 불렸고,
근현대에는 실향민들의 삶터가 되어
분단의 아픔과 함께 기억을 간직했다.


2. 다섯 개의 시선, 다섯 개의 풍경


✅ 대룡시장

1970년대 간판과 상점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거리.
라디오 소리와 국밥 냄새,
붉은 간판과 옛 사진관이
시간여행을 하듯 사람을 맞는다.


✅ 망향대

섬 북쪽, 철책선 가까이.
망원경 너머로 보이는 것은
멀리 있는 북녘 땅.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며
실향민들의 눈물이
파도에 스며드는 곳이다.


✅ 난정저수지와 해바라기

넓게 펼쳐진 논과 저수지.
벼가 익어가는 계절이면
황금빛 바람이 일렁이고,
섬의 삶이 곡식처럼 영글어 간다.


✅ 교동향교

조선의 유학 정신이 남아 있는 자리.
고즈넉한 기와와 담장 사이로
섬의 학문과 전통이 이어진다.


✅ 교동대교와 바다

2014년 개통된 다리.
이 다리를 건너면
섬은 더 이상 멀리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러나 다리를 건너며 사람들은,
교동도가 품고 있는 지난 시간들을
되새기게 된다.


3. 교동도 정보 요약

행정구역: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인구: 약 3천 명

지형: 비옥한 평야와 완만한 구릉, 북쪽은 군사 분계선과 접경

교통: 교동대교로 강화도와 연결 / 육지와의 간접 연결

대표 여행지: 대룡시장, 망향대, 교동향교, 난정저수지, 북녘 전망대


4. 섬의 삶과 특산물


교동도의 삶은 농토와 바다에서 시작된다.
벼농사가 주를 이루고, 들판은 섬사람들의 품이었다.
또한 갯벌과 강어귀에서 잡히는
새우, 숭어, 장어가 밥상을 채운다.


실향민들이 정착하면서
북한의 음식 문화도 남았다.
평양냉면 같은 북녘 음식,
그리고 시장의 장국밥 한 그릇은
교동도의 역사와 삶이 만난 풍경이다.


5. 장국밥, 실향민의 위로


대룡시장 골목 어귀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장국밥.

돼지뼈 대신 멸치, 새우젓으로 맛을 낸
깔끔하고 담백한 국물에
밥을 말아내면,
실향민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섬의 따뜻한 한 끼가 된다.


장국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북녘의 기억을 안은 사람들과
남쪽의 땅에서 살아가야 했던 이들의
공통된 위로였다.


지금도 교동도를 찾는 이들은
장국밥 한 그릇을 비우며
섬이 간직한 시간을 함께 삼킨다.


6. Epilogue


교동도의 하루는 늘 기억에서 시작해,
기억으로 끝난다.


북쪽 철책 너머 바람이 불어오고,
시장 골목에는 오래된 간판이 흔들린다.


나는 망향대에서
멀리 흐릿한 산맥을 바라보았다.
섬은 고향이었고,
고향 너머엔 분단이 있었다.


“교동에서의 하루는,
기억 속 시간을 걷고,
시장 골목에서
오늘을 이어가는 일이다.”

♡ Legend ―

《기억의 섬, 교동의 눈물》

옛날, 교동도의 동쪽 해안가에는 청주마을이라 불리는 마을이 있었어. 이 마을은 늘 바람이 부드럽게 지나고 햇살이 듬뿍 들어 드니 밭마다 곡식이 무성했고, 주민들은 풍요롭게 살았어. 집마다 곳간이 가득 찼고, 밭과 들판엔 곧잘 곡식 시루가 넘쳤지.


청주마을 사람들은 자부심이 컸고, 이것을 드러내기를 좋아했어. 집 대문엔 동그란 청동 장식을 달고, 다리도 돌이 아닌 청동으로 다듬었지. 햇볕이 비추면 번쩍거렸고, 바람 불면 금속음이 여기저기 울렸어.


그 풍경 뒤엔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어. 그들은 배고픈 이들에게 밥을 나눠주기보다 감추었고, 이웃이 어려움에 처할 때도 돌아보기를 꺼렸어. 스님이 시주를 청하러 왔을 때도, 처음엔 예의 있게 대답하던 부인이 나중엔 태도를 돌변해 욕설을 퍼붓고 문전박대했다고 전해져.


스님은 떠나가며 이렇게 말했어.

“지금까지 누린 것은
누군가의 은혜 없이는 불가능했네.
언젠가 그 빚을 갚게 되리라.”


며칠 뒤, 이 마을 위 하늘이 검게 뒤덮이고 천둥이 몰아치더니 비가 억수처럼 쏟아졌어. 강물이 범람해 들판이 잠겼고,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뒷산을 향해 달렸지만 소용없었어.
폭우가 그치고 물이 빠져나가자, 마을은 흔적조차 남지 않았고 갯벌만이 그 자리를 대신했지.


그 뒤부터 썰물 때가 되면 갯벌 한가운데 어스름하게 흔들리는 청동 다리 소리가 들린대.
“덜커덩, 쩔그렁… 덜커덩, 쩔그렁…”


그 소리는 마치 옛날 그 문명의 고함과 욕망, 그리고 하늘의 잊지 못할 경고처럼 느껴졌어.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들으면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의 욕심과 베풂을 다시 생각하곤 한대.


"욕심은 반드시 화를 부르지. 베풀며 살아야겠어."



여행에세이, 섬, 여행감성
― 《섬 thing Special》: 《기억의 섬, 교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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