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다

햇살은 오래된 것에 먼저 닿는다

by 이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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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빌딩 숲,

네온사인 아래 쏟아지는 푸른 불빛들


속도를 잃은 하루가

회색 벽을 타고 미끄러지고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얼굴은

내 것 같지 않다


광고판 너머에

자리를 찾지 못한 쓸쓸한 마음


누구의 노래인지도 모를 노래가
클릭 한 번 없이 리프레시되고

이어폰에 갇힌다


걷다가 폐교가 된 골목의 작은 교회당 앞에서

쇠 녹슨 종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릴 들었다


돌담 위의 햇살이,

오래된 기억처럼 따뜻했고


비바람을 맞아 바래진 나무 문짝은

기다리듯 조용히 열렸다


틈새로 피어난 들꽃 하나

금이 간 담벼락에 끼어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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