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백령도 (白翎島) "경계 위를 걷는 섬."
"백령도는 늘 누군가를 마주 보고 있다.
그것이 바람이든, 북녘 땅이든, 잊히지 않는 기억이든."
서해 바다 끝, 한반도의 심장에서는 멀고도 가까운 그곳.
백령도는 국경선과 일상선이 겹쳐지는 경계 위에 자리한 섬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지만, 그 곁에는 언제나 긴장과 기다림이 있습니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
서해 최북단 섬
북한 황해도 장산곶과 불과 13km 거리
면적: 약 45.8㎢, 인구: 약 5천 명
서해 5도 중 가장 큰 섬
사곶해변
천연기념물 제391호
바다 물결처럼 단단히 눌린 조개껍질과 모래가 만들어낸 평탄한 해변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여 천연비행장이라 불림
점박이물범의 집
멸종위기종 2급
겨울철 백령도 해안 바위에서 쉬고 노니는 모습이 관광객에게도 인기
주민들과의 공존 사례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음
천안함 피격 사건 (2010년)
서해 북방한계선(NLL) 근처에서 벌어진 비극
백령도는 사건의 가장 가까운 목격지이자, 국방의 최전선
이후 섬 주민들의 생활과 섬의 위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백령도의 군인과 주민
백령도는 민간인과 군인의 일상이 겹쳐진 공간
평화로운 어촌의 풍경 속에도 철책과 초소, 레이더 기지가 일상
주민들에게는 ‘고향’, 외지인에게는 ‘국경의 최전선’이다.
백령도의 사람들은 바다와 더불어 살아갑니다.
미역, 다시마, 해삼, 전복 같은 해산물 채취
해녀들의 물질, 고기잡이 어부들의 작업으로 주 생계를 이룹니다.
분단의 섬이지만, 오히려 더 단단한 공동체 문화
작은 학교, 오래된 장터, 섬 축제들
북녘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일상의 무게와 희망이 있는 곳입니다.
-흰 안갯속, 용왕의 딸이 머문 자리
아득한 옛날, 서해 깊은 바닷속에는 찬란한 용궁이 있었습니다.
그곳을 다스리던 용왕에게는 맑고 투명한 비늘을 지닌 아름다운 딸이 있었지요.
그녀는 늘 수면 위 세상이 궁금했습니다.
햇살이 물결 위에 부서지고, 바람은 노래를 담아 흘러가고, 사람들의 웃음이 멀리까지 퍼져나가는 모습.
바닷속에서는 닿을 수 없는 풍경들이었습니다.
“아버지, 저 위 세상을 직접 보고 싶어요.”
딸의 청을 들은 용왕은 무거운 한숨 끝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단, 고요한 날, 단 하루만 허락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봄바람이 살랑이는 어느 날,
용왕의 딸은 파도를 타고 물 위로 올랐습니다.
그녀의 발이 닿은 곳이 바로 백령도였습니다.
섬은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한 송이 꽃처럼 고요하고 평화로웠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마주한 인간 세상은 곧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작은 땅을 차지하려는 다툼, 서로를 미워하고 상처 주는 말들.
넓은 바다와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바다는 모두의 것인데, 왜 사람들은 나누고 갈라서려는 걸까…”
마음이 무거워진 용왕의 딸은 깊은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녀의 한숨은 서늘한 안개가 되어 백령도를 감싸기 시작했습니다.
섬을 덮은 안갯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욕심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바다가 우리를 꾸짖고 있구나. 우리가 지나쳤던 것을 일깨워주고 있네.”
그날 이후, 백령도의 사람들은 바다를 더 소중히 여기고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용왕의 딸은 바다로 돌아갔지만,
그녀의 숨결은 백령도의 바다를 따라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바람 한 점 없는 날,
백령도를 휘감는 안개가 내릴 때면
사람들은 속삭입니다.
“용왕의 딸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구나.”
그 순간, 백령도는 세상에서 가장 고요하고 아름다운 섬이 됩니다.
백령도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바다는 경계가 아니라 길이고,
기억은 아픔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힘입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백령도는 단순한 국경의 섬이 아닙니다.
그곳은 살아가는 땅,
자연과 기억이 함께 숨 쉬는
**‘섬 thing special’**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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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 thing Special》: 《'경계 위를 걷는 섬', 백령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