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의 할머니는 밥상을 들고 와서 방바닥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쯧쯧, 피부색이라도 희멀건 한 게 태어날 것이지, 어쩌자고 저런 시커먼 원숭이 같은 놈을 나아서."
할머니는 보기만 해도 화가 치민다는 듯 짜증스럽게 말했다.
"밥 안 먹고 나가?"
철이는 똘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배 안고파요.
똘아, 가자."
그는 신발을 질질 끌며 문 밖으로 나왔다.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철이가 나가는 소리를 듣고 방에서 끙끙 앓고 있던 철이 엄마가 보다못해, 약간의 힘을 내어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그만 좀 해요. 제발!"
방 안의 공기는 무거웠다. 할머니의 얼굴은 분노와 실망으로 일그러졌고, 철이 엄마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할머니는 한숨을 쉬며 주름진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아이고, 내 팔자야."
철이는 문 밖으로 나가면서 똘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똘아, 우리 나가자."
철이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8살 소년, 그 안에는 깊은 슬픔과 혼란이 담겼다.
철이는 말을 끌고 마당을 지나 천천히 길을 따라 걸었다. 그가 지나는 길목마다 꽃들이 피어 고왔지만, 철이의 마음은 어두운 구름에 가려져 있었다.
어릴 적부터 철이는 할머니의 냉대를 받았다. 이미 그것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여전히 그 말을 듣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불공평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
'애비 없이 태어난 시커먼 원숭이' 그게 철이였다.
똘이는 철이의 곁에서 조용히 걸으며 그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했다. 두 친구는 그렇게 서로의 존재에 의지하며 길 모퉁이를 돌았다.
철이 엄마는 방 안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든 살아야지..."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약했다.
방 밖에서는 작은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지만, 철이 집안의 분위기는 무겁고 어두웠다. 할머니의 원망 섞인 말투, 엄마의 지친 한숨, 그리고 철이의 무표정한 얼굴이 어우러져 그곳에는 더 이상 희망이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 철이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보산동 양색시 집이 가득한 집촌 내 경수의 집에서는 경수의 어머니가 방문을 열며 말했다.
"내 새끼 학교 가야제?"
경수는 귀찮다는 듯 돌아누우며,
"재미도 없는 학교는
왜 자꾸 가라고 난리야?
공부도 재미없고,
맨날 혼나기만 하는데, "
투덜대며 말했다.
경수의 할머니는 며느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집 종손인데
그래도 고등학교는 나와야제.
그래야 나중에 제사라도 지낼 것 아녀?
도시락만 까먹고 오더라도 댕겨오니라."
그녀는 달러 뭉치를 하나 던져주며,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경수를 바라보았다.
"나갔다 올란다,"
무엇도 아깝지 않은 그녀였다.
경수는 전쟁 후 남자들이 씨가 말린 그 고장의 꿈이자, 희망이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모두들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