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thing special/ 홍도

31. 홍도(紅島)

by 이다연



사람은 가끔,
보지 못한 마음을 더 오래 기억한다.
홍도는 그런 섬이다.


“붉어서 더 깊은 섬.”
“드러나지 않아서 오래 남는 곳.”

홍도는 침묵의 색으로 머무른다.


1. 홍도, 다가가면 물러서는 섬


목포에서 배로 몇 시간,
날씨가 허락해야만 닿는 섬.

지도에는 선명하지만
현실에선 늘 한 발짝 물러서 있는 곳.


홍도는 섬이기보다
바다가 잠시 허락한 자리처럼 느껴진다.

배가 접안하면
사람보다 먼저 바람이 내린다.
그리고 그 바람은 말한다.

“천천히 보아도 돼.”


2. 붉은 이름의 비밀


‘홍도(紅島)’라는 이름은
바위가 붉어서 붙었다고도 하고,
노을이 가장 늦게까지 남아서 그렇다고도 한다.

하지만 섬에 며칠 머물다 보면
그 붉음은 색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걸 알게 된다.


홍도의 붉음은
불타는 색이 아니라
참다가 남은 색이다.


3. 홍도 정보 요약


위치: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홍도리

특징: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핵심 섬, 천연기념물 제170호
기암괴석과 해무, 접근이 까다로운 외딴섬

주요 명소: 깃대봉 / 홍도해안길 / 홍도등대 / 남문바위 / 홍도항

성격: 드러나지 않아 더 깊은 섬,
풍경보다 침묵이 오래 남는 섬,
보는 여행이 아닌 머무는 기억의 섬


“고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가장 짙게 쌓여 있는 섬.”


4. 말 없는 길들, 숨겨진 풍경


✅ 홍도항


섬의 유일한 입구.
사람들은 이곳에서 들어오고 나가지만
홍도는 여기서 시작되지 않는다.

항을 벗어나면
섬은 곧바로 입을 다문다.


✅ 깃대봉


홍도의 가장 높은 곳.
맑은 날엔 바다가 열리고,
흐린 날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날이
오히려 더 홍도답다.

운무 속에서
섬은 자기 자신을 숨긴다.
마치 아직 보여줄 준비가 되지 않은 이야기처럼.


✅ 홍도 해안길


바위는 칼처럼 깎여 있고

파도는 수없이 부딪혀도
형태를 바꾸지 못한다.

이곳의 풍경은 보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 홍도 등대


길을 비추는 곳이 아니라
섬이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
켜두는 작은 기억.


등대는 늘 말이 없다.
다만 지나간 배보다
돌아오지 못한 마음을 더 오래 비춘다.


5. 사람이 적은 섬의 풍경


홍도에는 무언가가 많지 않다.
카페도, 편의점도, 선택지도.

대신,

낮게 깔린 안개,
비탈길 끝에 혼자 핀 들꽃,
빨래줄에 걸린 하루의 무게,


그리고
말수가 적은 사람들.

홍도 사람들은 풍경처럼 산다.
설명하지 않고, 과장하지 않는다.


6. 바다를 씹다 – 홍도의 밥상


홍도의 밥상은 소박하다.
그러나 한 번 앉으면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말린 생선 한 토막, 묵은 김치,
바다에서 바로 건진 해물.


간은 세지 않다.
대신 오래 남는다.


홍도의 음식은
입을 설득하지 않는다.
그저 하루를 납득하게 만든다.

7. 파도보다 깊은 침묵


이 섬에서는 큰 소리가 어울리지 않는다.

웃음도 낮고, 이야기도 짧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엔
수없이 많은 날들이 겹쳐 있다.

폭풍을 견딘 날,
배를 기다리다 돌아선 날,
떠나지 못하고 남은 날들.

홍도는 그 모든 시간을 말없이 쌓아왔다.


8. Epilogue


홍도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다 보려고 하지 마.
남겨두는 것도 여행이야.”

나는 섬 끝 바위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내 안의 어떤 감정이 조용히 제 자리를 찾았다.

홍도에서의 하루는, 말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였다.


♡– Legend

《안개를 걷는 사람》 – 홍도에 떠도는 이야기


홍도에는 안개가 짙은 날마다
산길을 오르는 사람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그는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고,
항상 안개 속에서만 보인다.


사람들은 그를 ‘돌아가지 못한 여행자’라 부른다.

그는 풍경을 보러 온 게 아니라
자기 마음을 두고 온 사람이라고.

그래서 홍도는 그를 보내지 않는다고 한다.

"홍도에 가면,
굳이 다 보지 마세요.
보이지 않는 날의 홍도가
가장 오래 남습니다."

여행에세이, 섬, 여행감성
― 《섬 thing Special》《숨는 섬, 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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