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길 위에 있다
ㅡㆍㅡ
어느 날 문득
나는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길이 나를 지나가고 있음을 알았다
발밑의 흙이
내가 밟아온 시간의 온도를 기억하고
뒤돌아보면
이미 다른 사람이 된 내가
조용히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길은 늘 앞에 있었지만
한 번도 같은 길은 아니었다
햇빛의 각도와
스치는 바람의 냄새와
그날 마음의 기울기가
길의 표정을 조금씩 바꾸어 놓았다
어떤 길은
누군가와 나란히 걷던 발자국 때문에
환하게 빛났고
어떤 길은
아무도 모르게 흘린 울음을 묻어 두어
유난히 낮은 목소리로 숨 쉬고 있었다
길은 처음부터
어딘가로 데려가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멈추지 말라고
보이지 않는 손으로
등을 밀어주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늘 선택한다고 믿었지만
돌아보면
선택한 길 위에서
조금씩 다른 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돌아가고 싶은 길도
이미 지나온 길도
결국은
내 안에서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있었다
길은 묻지 않는다
왜 여기까지 왔는지
왜 그때 돌아서지 못했는지
다만
지금의 발걸음을 받아 적으며
조용히 다음 페이지를 내어 줄 뿐이다
길은 늘 중간에 있다
출발과 도착 사이가 아니라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가능성 사이에
그래서 오늘도 나는 걷는다
어디에 닿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제의 나를 조금 놓아주기 위해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내일의 나에게로
천천히 이어지기 위해
오늘도 길 위에서
나는 끝내 도착하지 못한 채
한 걸음씩
나라는 사람에게로 도착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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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새해에도 우리는
어디에 도착하기보다
조금씩 나에게로 도착해 가는 중입니다.
올해의 모든 걸음이
따뜻한 길이 되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