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놓아두는 방식으로 온다

살아보라는 말 대신

by 이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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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당신이 남겨두고 간 것이 있다


포장지는 없고
리본도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 선물이었다


창문을 여는 법,
늦은 오후를 기다리는 마음,
지나간 말들 속에서
아직 따뜻한 문장을 골라내는 일


당신은
손에 쥐어주지 않고
시간 속에 놓아두었다


그래서 나는
잃어버린 줄 알았다가
어느 순간
살아가는 방식 하나를
받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선물은
받는 순간보다
나를 조금 더 나답게 만들 때
비로소 열린다


오늘도 나는
아무에게도 돌려주지 못할 것을
조용히 품고
당신의 이름 없이
잘 살아본다


그것이
당신이 남긴
가장 오래 남는 선물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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