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도시

꺼지지 않는 쪽에 서다

by 이다연


ㅡㆍㅡ


엘리베이터 거울 앞에서

나는 오늘의 표정을 점검한다

지치지 않은 얼굴,

지나치게 드러나지 않는 눈


도시는

감정을 적당히 식혀둔다


신호등이 바뀌면

사람들은 한꺼번에 건너가고

나는 그 사이에서

누군가의 어깨에 스친다


“죄송합니다” 대신

속으로 말한다

감사합니다


이 거대한 방향 속에

나를 흘려 넣어줘서


카페의 유리창 너머

노트북을 두드리는 손들

각자의 하루가

끊기지 않는 신호처럼 떠 있다


우리는 모른 채

서로의 무게를 나눈다


퇴근길,

지하철 문이 닫히기 직전

누군가 내 등을 밀어 넣는다


나는 그제야

하루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감사합니다


밀어준 그 손

이름도 모른 채


오늘도 나는

꺼지지 않는 쪽에 선다


밤이 되면

창문들은 각자의 별을 켠다

나는 그중 하나로 남는다


크게 빛나지 않아도 괜찮다

꺼지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


그래서, 감사합니다

이 도시의 불빛이

아직 나를 남겨두어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현대시 #도시감성 #감사합니다 #퇴근길 #지하철
#브런치작가 #감정의온도 #존재의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