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쪽에 서다
ㅡㆍㅡ
엘리베이터 거울 앞에서
나는 오늘의 표정을 점검한다
지치지 않은 얼굴,
지나치게 드러나지 않는 눈
도시는
감정을 적당히 식혀둔다
신호등이 바뀌면
사람들은 한꺼번에 건너가고
나는 그 사이에서
누군가의 어깨에 스친다
“죄송합니다” 대신
속으로 말한다
감사합니다
이 거대한 방향 속에
나를 흘려 넣어줘서
카페의 유리창 너머
노트북을 두드리는 손들
각자의 하루가
끊기지 않는 신호처럼 떠 있다
우리는 모른 채
서로의 무게를 나눈다
퇴근길,
지하철 문이 닫히기 직전
누군가 내 등을 밀어 넣는다
나는 그제야
하루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감사합니다
밀어준 그 손
이름도 모른 채
오늘도 나는
꺼지지 않는 쪽에 선다
밤이 되면
창문들은 각자의 별을 켠다
나는 그중 하나로 남는다
크게 빛나지 않아도 괜찮다
꺼지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
그래서, 감사합니다
이 도시의 불빛이
아직 나를 남겨두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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