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쪽으로 가는 일
ㅡㆍㅡ
자주
나는 생각했다
세상의 문은
내 손잡이를 모른다고
돌리면
열릴 것 같은데
조금씩 어긋난 채
헛돌기만 하는 하루들
내가 길을 잃은 건지
아니면
길이 나를 놓친 건지
봄에 건넨 말은
돌아오지 않고
여름의 뜨거움은
이유 없이 식어
가을의 얼굴을 했다
사람의 마음이
계절처럼
미리 정해져 있다면
나는 덜 헤맸을까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다
돌아오지 않는 것은
나를 외면한 것이 아니라
내가 서 있던 자리에서
조금 비켜서 있었다는 것을
나는
한 방향으로만
너무 오래
서 있었다
억지로 돌리던 손목을 놓고
비로소
주위를 본다
문은 하나가 아니고
열리지 않던 것들 가운데에는
끝내
열리지 않아야 할 것들도 있다
그제야 나는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
거절이 아니라
나를
다른 쪽으로
데려가는 방식일 수도 있다는 것을
조금 늦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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