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렌의 질문ㅡ돌아오지 않은 하루
그날도 꽃 하나가 돌아갔어.
어떤 아이의 눈물 속에서 피어난 꽃이
빛이 되어 정원의 어딘가로 사라졌지.
리아는 조용히 웃었어.
“또 하나 돌아갔네.”
하지만 마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빛이 사라진 자리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지.
바람이 불었어.
꽃의 향기는 아직도 희미했고,
정원은 여전히 완전히 돌아오지 못한 채였어.
마렌이 천천히 말했어.
“… 언제까지 해야 해?”
리아가 고개를 돌렸어.
“뭘?”
마렌은 시선을 떨군 채 말했지.
“이거.”
잠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마렌의 목소리는 처음으로 조금 거칠었어.
“인간은…
계속 울고, 계속 아프고, 같은 걸 반복해.”
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마렌이 이어서 말했어.
“왜 내가 그걸 다 들어야 해?”
그날,
마렌은 처음으로 꽃을 부르지 않았지.
학교 뒤편이었어.
작은 아이 하나가 혼자 앉아 있었어.
손에는 찢어진 종이가 들려 있었고.
“… 또 못했어.”
아이는 작게 중얼거렸어.
그때 눈물이 툭, 떨어졌단다.
그 순간,
평소 같았으면 마렌이 나타나서
꽃이 피어나고,
말하지 못한 마음이 조용히 위로받았을 거야.
하지만 그날은 아니었어.
마렌은 멀리서 그 아이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고 그냥 지나쳐 버렸어.
그날 밤. 정원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요했지.
어떤 꽃도 돌아오지 않았어.
빛도 늘어나지 않고, 그저 그대로였어.
리아가 걱정스럽게 말했어.
“오늘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네.”
마렌은 대답하지 않았어.
다음 날이었어.
그 아이는 학교에 오지 않았어.
화단 옆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지.
꽃은 피지 않고,
공기도 더 무거워진 것 같았어.
마렌은 그 자리에 서 있었어.
이상하게도 가슴이 조금 아팠어.
“… 왜지.”
마렌이 중얼거렸어.
리아가 조용히 다가왔어.
“마렌.”
마렌은 고개를 들지 않았어.
“왜 내가 해야 하는 건데.”
리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어.
“넌 왜 처음에 꽃을 불렀어?”
마렌은 대답하지 못했어.
기억이 슬며시 떠올랐기 때문이야.
어둠.
불에 타서 사라지는 빛.
그리고
자신을 감싸던 남은 불씨 하나.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목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리는 것 같았지.
마렌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어.
“… 난 선택한 적 없어.”
리아는 고개를 끄덕였어.
“맞아.”
그리고 조용히 말했어.
“하지만 지금은 선택할 수 있어.”
마렌이 처음으로 리아를 바라봤어.
리아가 부드러운 미소로 말했어.
“넌 세상을 구하는 게 아니야.”
바람이 살짝 불었어.
“그저 인간 세상에
슬픈 마음을 혼자 두지 않는 거야.”
마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리고 천천히 돌아섰지.
어제 그 아이가 있던 자리로 다시 걸어갔어.
아이의 책상 위에는 아직도
찢어진 종이가 놓여 있었어.
마렌은 그 앞에 서서 눈을 감았어.
이번에는 의무가 아니었어.
조용히 손을 들어 올렸어.
그 순간, 작은 빛 하나가
어둠 속에서 천천히 피어났지.
밤이 되어서야 피어나는 꽃.
달맞이꽃이었어.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순간에도,
그 꽃은 조용히 피어나고 있었어.
리아가 웃었어.
“이 꽃은 기다릴 줄 아는 꽃이야.”
마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저 그 꽃을 바라봤지.
잠시 후, 달맞이꽃은
인간의 슬픔을 안고 소임을 다해
작은 빛이 되어 천천히 떠올랐어.
그리고 하늘 위로 사라졌지.
정원의 어딘가에서 아주 작게,
빛 하나가 더 켜졌어.
마렌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어.
“… 이번엔
내가 선택한 거야.”
리아는 아무 말 없이 마렌 곁에 서 있었어.
바람이 불었어.
이번에는 조금 덜 차갑게 느껴졌지.
그리고 마렌은 처음으로 조금 덜 외로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