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는 바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지우의 작은 용기

by 이다연


지우는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지만

딱 한 가지 무서워하는 게 있어.

바로 발표야.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지우는 답을 알고 있어도 손을 들지 않아.

괜히 틀릴까 봐, 친구들이 웃을까 봐

가슴이 두근거리거든.


어느 날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물었어.

“이 문제를 풀어 본 사람?”

지우는 답을 알고 있었어.

머릿속에서는 이미 답이 또렷했지.


하지만 손은

움직이지 않았어.

가슴이 콩콩 뛰었거든.


그때 선생님이 말했지.

“괜찮아. 틀려도 돼.”

하지만 지우는 끝내 손을 들지 못했어.



학교가 끝난 뒤

풀이 죽은 지우는 혼자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어.


그때였어.


바람이 살짝 불자,

길가에서 하얀 솜털들이

후우— 하고 날아올랐지.


지우는 걸음을 멈췄어.

“어…?”


바로 그때 풀숲에서

작은 초록빛이 반짝였어.

마렌이었어.


마렌은 날아가는 솜털을 바라보며 말했지.

“지우야,
저건 어디로 가는 걸까?”


지우가 말했어.

“민들레 씨앗이잖아.”


마렌이 웃었어.

“맞아.”


“그런데, 저 씨앗들은
왜 바람을 타고 저렇게 날아가는 걸까?”


지우는 잠깐 생각했어.

“음…
새로운 곳에 가려고?”


마렌이 고개를 끄덕였어.


그때 따뜻한 빛이 하늘에서 내려왔어.
투명한 날개를 가진 요정, 리아였어.


리아는 길가의 작은 꽃을 가리켰어.

“지우야, 저 꽃을 아니?”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어.

“민들레.”


리아가 말했어.

“민들레는 말이야,
씨앗이 바람을 만나야
새로운 곳으로 갈 수 있어.”


지우가 물었어.

“바람이 무섭지 않을까?”


리아가 살짝 웃었어.

“무서울 수도 있지.”
“하지만 바람이 없으면
민들레는 어디에도 갈 수 없거든.”


마렌이 웃으며 말했어.

“사람도 가끔은 그래.”
“두려운 순간이
바람처럼 불어올 때가 있지.”
“하지만 그 바람을 타면
새로운 곳으로 갈 수도 있어."


지우는 조용히 민들레를 바라봤어.
하얀 씨앗들이 하늘로 날아가고 있었지.
후우— 바람이 다시 불었어.


다음 날이었어.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물었어.

“이 문제를 아는 사람?”


지우의 가슴이 두근거렸어.
어제처럼 무서웠지만,

어제 민들레 씨앗이 바람을 타던 모습이

다시 떠올랐거든.

지우는 창밖을 잠깐 봤어.


그리고 지우는 천천히 손을 들었어.
선생님이 미소 지었어.

“지우?”


지우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

“저요…”


하지만 말을 시작하자 생각보다 괜찮았어.
친구들이 듣고 있었거든.


학교가 끝난 뒤
지우는 어제 그 길을 다시 걸었어.


하얀 씨앗들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고 있었지.

마렌이 말했어.

“봤지?”
“바람은
무서운 것만은 아니야.”


리아가 미소 지었어.

“바람은 어쩌면
새로운 곳으로 가는 길일지도 몰라.”


지우는 하늘을 올려다봤어.
어디선가 민들레 씨앗 하나가

천천히 날아가고 있었어.
아주 자유롭게.


그리고 지우의 마음에도
작은 민들레 씨앗 하나가
조용히 날아오르고 있었지.


그때였어.

민들레 꽃 하나가 살짝 빛나기 시작했고,

작은 금빛이 꽃잎 사이에서 반짝였어.


리아가 미소 지었어.

“이 꽃도 이제 소임을 다했네.”


마렌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어.

“지우에게 바람을 보여 주었으니까.”


노란 꽃잎들이 작은 빛이 되어

하늘 위로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어.

마치 바람을 타고 돌아가는 것처럼.


리아가 속삭였어.

“꽃들은 말이야, 자기 이야기를

누군가의 마음에 전해 주면

다시 잃어버린 정원으로 돌아간단다.”


“하지만 씨앗은 남아.”

“그래서 또 다른 꽃이
피어날 수 있는 거지.”

지우는 그 빛을 바라봤어.


민들레의 작은 빛은 점점 작아지더니

별처럼 반짝이며 하늘 너머로 사라졌어.


그리고 어디선가 또 다른 바람이

조용히 불어오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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