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해서 그래/ 다섯 날을 사는 법

직장인의 일주일 리얼 후기

by 이다연



직장인의 일주일은
월요일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일요일 밤,
“내일 뭐 입지…”를 생각하는 순간
이미 시작된다.


1. 월요일


알람이 울린다.
한 번 끄고, 다시 울리고,
또 한 번 끈다.

결국 일어나지만
이미 게임에 진 기분이다.


“오늘 컨디션 어때?”

“아직 부팅 중입니다…”

“몇 퍼센트야?”

“… 안 켜졌어요.”


출근길,
거울 앞에 서 있다가 문득 드는 생각.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
그 바람은 보통 오전 9시 30분쯤 깨진다.


“잠깐 회의 가능할까요?”
월요일은 시작이 아니라
예상 밖의 시작이다.


2. 화요일


이제 조금 손이 풀린다.
메일도 보내고, 업무도 돌아간다.
그리고 실수 하나가 발견된다.
어제 보낸 메일.
첨부파일이 없다.


“파일이 없는데요?”

“…네?”

“첨부가 안 왔어요.”

“… 마음만 보냈네요.”

‘다시 보내드립니다.’


이 문장을 정중하게 쓰는 법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화요일은 수습의 날이다.


3. 수요일


딱 중간이다.
아직 멀었고, 벌써 지쳤다.


점심시간.
누군가 말한다.
“뭐 먹지?”
그 순간, 짧은 정적이 흐른다.
“아무거나요.”
“저도 아무거나요.”

아무거나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다.


한 명이 말한다.
“김치찌개?”
누군가 고개를 갸웃한다.
“어제 먹었는데…”
다시 원점.
“그럼 국밥?”
“좀 무겁지 않아요?”
또 원점.


시간은 흐르고, 배는 고파지고,
결정은 나지 않는다.
결국 가장 말 없는 사람이
조용히 한마디 한다.
“… 그냥 늘 가던 데 가죠.”


그리고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걷는다.

10분을 고민하고,
결국 어제 먹은 걸 먹는다.


수요일은 결정력이 떨어지는 날이다.


4. 목요일


끝이 보인다.
그래서 더 조심해진다.
괜히 말 한마디 더 했다가
일이 늘어날 것 같고,
괜히 먼저 나섰다가 책임이 따라올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조용해진다.


“이거 누가 할 수 있을까요?”
(모두 화면을 본다)
(마우스만 움직인다)
(키보드 소리만 난다)

“…그럼 제가 할게요.”
(속으로 퇴사 1회)

목요일은 존재감을 줄이는 날이다.


5. 금요일


아침부터 다르다.
조금 가볍고, 조금 느슨하다.


괜히 시계를 한 번 더 보게 되고,
괜히 일이 빨리 끝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오늘 뭐 할 거예요?”

“퇴근이요.”

“그다음은요?”

“… 퇴근 유지요.”


누군가는 이미
저녁 약속을 머릿속에 펼쳐놓고 있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게 제일 완벽한 계획이라서.


그리고 퇴근 10분 전.


모니터를 슬쩍 닫을 타이밍을 재고 있을 때,

누군가 말한다.

“잠깐 다들 시간 괜찮으세요?”

“…무슨 일이에요?”

“아, 별건 아니고요.”

(별거 아닌 일은 보통 별거다)


“오늘 회식입니다.”

“… 오늘이요?”

“네.”

“… 지금요?”

“네.”

“… 왜요?”

“… 대표님이요.”


그 순간,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웃는 사람도, 싫다는 사람도 없다.

그냥, 조용히 받아들인다.


금요일은 가장 기대했다가,

가장 쉽게 무너지는 날이다.


and,,


그래도 우리는

또 다음 주를 준비한다.
달라질 것 같지만 비슷하고,
힘들지만 또 견디고,
그리고 익숙하게 버텨낸다.


고독해서 그래


같은 공간, 같은 시간.
그 안에 있지만
각자의 일주일을 따로 견디고 있다.


그래서 금요일을 기다리면서도
완전히 기쁘지는 않은지도 모른다.

다음 주가 이미 기다리고 있으니까.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