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에서 살아남는 법
직장에는 두 종류의 대화가 있다.
직접 하는 대화와
단톡방에서 하는 대화.
나는 후자를 더 조심한다.
직장 단톡방은
대화하는 곳이 아니다.
읽음 표시를 관리하는 곳이다.
읽으면 일이 생기고
안 읽으면 더 큰 일이 생긴다.
그래서 우리는 단톡방을 볼 때마다
잠깐 멈춘다.
“지금 읽어도 될까.”
하지만 직장인은
이 질문을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알림을 확인한다.
그것이 바로 직장인의 외유내강이다.
ㅡ읽음 1의 공포.
단톡방에 메시지가 올라온다.
“내일 회의 자료
누가 정리 가능할까요?”
나는 알림을 봤다.
하지만 열지 않았다.
왜냐하면 열면 읽음 1이 되기 때문이다.
읽음 1은 위험한 숫자다.
그 숫자는 대체로 이렇게 이어진다.
“다연님 가능할까요?”
그래서 우리는 단톡방을 볼 때
한 가지 기술을 사용한다.
알림창으로 읽기.
이것은 직장인이 터득한
아주 오래된 생존 기술이다.
※ 외유내강 1단계
읽었지만, 읽지 않은 척한다.
ㅡ조용한 단톡방의 비밀
단톡방에는 이상한 순간이 있다.
누군가 질문을 올린다.
“이거 확인 가능하실까요?”
그리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 침묵은 어색한 침묵이 아니다.
전략적 침묵이다.
모두가 알고 있다.
첫 번째로 대답하는 사람이
일을 맡게 된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며 기다린다.
아주 조용히.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 말한다.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 순간 단톡방 전체가 안도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다.
직장인은 속마음을 잘 숨긴다.
※ 외유내강 2단계
ㅡ겉으로는 침묵, 속으로는 감사.
ㅡ상사의 “좋은 아침입니다”
어느 날 아침이다.
단톡방에 상사의 메시지가 올라온다.
“좋은 아침입니다.”
이 문장은 인사처럼 보인다.
하지만 직장인은
이 문장의 진짜 의미를 안다.
곧 일이 온다.
잠시 후 다음 메시지가 올라온다.
“어제 이야기했던 건
정리됐나요?"
그 순간
단톡방의 공기가 달라진다.
사람들은 빠르게 답장을 쓴다.
“확인 중입니다.”
“정리해서 공유드리겠습니다.”
이 문장들의 공통점이 있다.
아직 안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직장인은 희망을 담아 말한다.
“곧 됩니다.”
※ 외유내강 3단계
겉으로는 진행 중,속으로는 시작 전.
ㅡ 이모티콘의 정치학
직장 단톡방에는 또 하나의 언어가 있다.
이모티콘.
어떤 이모티콘을 쓰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건 안전하다.
이건 조금 더 적극적이다.
하지만
이건 위험하다.
상사가 말한 뒤에 이걸 쓰면
사람들은 잠깐 생각한다.
“웃긴 건가?”
그래서 우리는 결국 같은 것을 쓴다.
직장인의 이모티콘은
대체로 평온하다.
외유내강은 카리스마가 아니다.
단톡방에 상사의 메시지가 올라와도
차분하게 답장을 보낼 수 있는 능력이다.
겉으로는 말한다.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걸 내가 해야 하나.”
그래도 우리는
마지막에 이렇게 남긴다.
“정리해서 공유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그 순간 깨닫는다.
사람은 강해서 침착한 것이 아니라
침착한 척하다 보니 강해지는 것이라는 걸.
나는 오늘도 단톡방 알림을 본다.
겉으로는 차분하다.
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생각한다.
“읽음…
지금 눌러도 되나.”
고독해서 그래.
그리고 아직
읽지 않은 메시지가
조금 더 남아 있어서.
감성 에세이, 일상, 고독
― EP.8《고독해서 그래》: 《읽음 1의 공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