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젠테이션에서 살아남는 법
직장에는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발표를 하는 사람과
발표를 버티는 사람.
나는 후자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마다 늘 생각한다.
“이게 왜 내가 해야 하는 일일까.”
그러나 직장인은 대부분 그 질문을
마음속에만 넣어 둔 채 다음 슬라이드를 넘긴다.
그것이 바로 직장인의 외유내강이다.
PPT는 완벽한데 노트북이 배신할 때
프레젠테이션의 가장 큰 적은 사실 경쟁 회사가 아니다. 노트북이다.
어느 날이다.
슬라이드를 완벽하게 준비했다.
그래프도 있고 애니메이션도 있고
심지어 적절한 여백까지 있었다.
완벽했다.
문제는 노트북이 그 완벽함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빔프로젝터에 연결하는 순간 화면이 이렇게 바뀌었다.
글씨 크기 8pt
그래프 화면 밖 탈출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
오늘은 인생을 말로 설명하는 날이구나.”
그러나 겉으로는 웃으며 말했다.
“조금 작네요.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속으로는 인생의 모든 선택을 후회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차분하다.
“한 장으로 요약 가능하죠?”
발표 준비를 하며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이거…
한 장으로 요약 가능하죠?”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그럼
제가 지금까지 만든 32장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하지만 직장인은 그 질문을 하지 않는 대신 말한다.
“가능합니다.”
그리고 기어코 밤 11시 30분에
32장을 한 장으로 압축하는 기적을 만든다.
다음 날 발표.
슬라이드 한 장.
상사가 말한다.
“좋네요.
근데 설명 좀 더 해주세요.”
그 순간 깨닫는다.
슬라이드는 줄어도 설명은 줄어들지 않는다.
겉으로는
“네 설명드리겠습니다.”
속으로는
“그럼 왜 한 장으로 줄였죠?”
질문이라는 마지막 관문,
프레젠테이션이 끝난다.
그리고 나온다.
직장인의 가장 무서운 말.
“질문 있으신 분?”
이 질문은 사실 질문이 아니다.
운명의 룰렛이다.
그리고 꼭 있다.
한 명.
“그 부분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요?”
그 질문을 들으면 사람의 머리는 잠깐 멈춘다.
뇌는 그 순간 엄청난 속도로 계산한다.
도망칠까
설명할까
물을 마실까
나는 늘 이렇게 말한다.
“좋은 질문입니다.”
이 문장은 직장인의 시간 벌기 기술이다.
그 사이에 생각한다.
그리고 말한다.
“가능합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깨닫는다.
침착함의 절반은 연기다.
외유내강은 카리스마가 아니다.
프레젠테이션 중에 USB가 안 열려도
웃을 수 있는 능력이다.
겉으로는 차분하지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제발
다음 슬라이드 넘어가라.”
그래도 우리는 마지막 슬라이드를 넘기며 말한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는다.
그 순간 비로소 깨닫는다.
사람은 강해서 침착한 것이 아니라
침착한 척하다 보니 강해지는 것이라는 걸.
나는 오늘도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 여전히 생각한다.
“혹시…
PPT 저장 안 했으면 어떡하지?”
고독해서 그래.
그리고 아직 이 자리에서
발표할 일이 조금 더 남아 있는 것 같아서.
감성 에세이, 일상, 고독
― EP.7《고독해서 그래》: 《외유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