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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C. 거리에서의 마주침

EP.08. 진/거리에서의 마주침

by 이다연





진은 문득 담배가 떨어진 것이 생각나서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편의점 안은 넓고 시원했다.

계산을 마친 후, 편의점을 나서며 가방에 담배를 넣고 앞서간 친구들을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 친구들은 이미 거리를 빠르게 지나가며 멀찍이 앞서 있었다.

편의점을 나오니 길 건너편에서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한 클럽 앞에서 진을 기다리다가 진을 보고 손짓을 하며 먼저 들어가는 시늉을 했다.


그 순간, 진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반대편에서 지켜보던 김 실장이었다.

"진!"

김 실장은 모른 척 지나가려는 진을 다시 불렀다.

"야~~ 사장님이 좀 보자는데…."

그러나 진은 못 들은 체하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굳은 표정은 아무리 불러도 돌아서지 않을 것을 예고했다.

김 실장은 진이 사라지는 방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런. 전화라도 좀 해."

그는 속으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친구들은 이미 클럽에서 신나는 음악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고, 현란한 조명 아래서 서로 장난을 치며 춤을 추고 있었다. 음악은 클럽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그들은 그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진은 클럽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고 혼자 거리를 걸었다. 친구들이 연거푸 "빨리 와! 여기 끝내줘!"라는 메세지를 보내왔지만, 발걸음을 클럽 쪽으로 옮기지 못했다. 자신의 마음속 깊이 자리한 불안과 갈등 때문에 좀처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오늘 아침, 아버지와 격렬한 말다툼 후에 집을 나섰다. 아버지는 진에게 음악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라고 꾸짖었다. "음악은 네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라는 아버지의 말이 마음에 깊게 박혔다. 음악은 진의 열정이자 꿈이었는데, 그것을 부정당하는 느낌이 그를 괴롭혔다.


재수생 신분에 친구들처럼 무작정 즐길 수 없었다. 앞날에 대한 불확실함과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의문이 늘 머릿속을 맴돌았다. 클럽 안에서 들려오는 신나는 비트와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듯했지만, 진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오늘은 모든 걸 잊고 우리랑 즐기자!"라는 친구들의 말에, 진은 고개를 저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친구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그의 갈등과 고민을 혼자서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미안, 오늘은 쉴께. 다음에 보자."


진은 홍대 거리를 천천히 벗어났다.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거리의 분주한 에너지로 시선을 빼앗기던 중, 커다란 전광판이 번쩍이며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DDC 가요 페스티벌"

광고 영상은 화려한 그래픽과 함께 역동적으로 펼쳐졌고, 전광판 화면은 다양한 색으로 변하며 시선을 끌었다. 영상에는 가요 대제전에 참여할 유명 아티스트들의 모습이 짧게 비쳤고, 대형 무대에서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수많은 관중들이 환호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당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 DDC 가요 대제전!"이라는 내레이션이 울려 퍼지며 참가자 모집에 대한 정보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참가 자격과 신청 방법, 그리고 예선과 본선 일정까지 상세히 안내되었다. 영상의 끝부분에는 "당신의 음악을 세상에 알리세요!"라는 문구가 크게 나타나며, 젊은 뮤지션들의 도전을 독려했다.

진은 전광판의 광고를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광고 속에서 느껴지는 열정과 꿈을 향한 메시지가 그의 가슴에 작은 불씨를 지피는 듯했다.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진은 자신의 꿈을 다시금 되새겼다. 실용음악을 전공해 뮤지션이 되겠다는 목표는 여전히 강렬했고, 그 꿈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걸음을 옮기자 머릿속에 다양한 생각들이 교차했다. 아버지와의 갈등은 여전히 그를 짓누르고 있지만, 전광판의 광고가 그에게 용기를 주었다.

"나도 언젠가 저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철민은 주변의 눈치를 보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제기랄, 담배도 눈치 보며 피워야 하는 시대라니, " 맘속으로 불평을 하며 담배 연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그는 연기를 내뱉으며 드림 비트의 이사장을 떠올렸다.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의 마감을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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