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다.
ㅡㆍㅡ
강은 흘렀고,
잔은 비지 않았으며,
입술은 젖어 있었다
물인가?
사랑인가?
진실인가?
갈증은 혀에 닿지 않는다
갈증은, 내가 누구인지 묻는 물음이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었던가
마음 깊은 곳
형체도 없고 말도 닿지 않는 한 점 허기
그곳이, 목마름의 근원이었다
갈증이란
생리적 현상이 아니라
존재의 기억이다
어디선가
완전했던 순간이 있었고,
그런데도 나는 마르고 있었다
나는 지금
그때의 충만함을 회상하며
텅 빈 이곳에서 그늘을 마신다
세상은 목이 마르다
나는 질문하고,
세상은 침묵한다
나는 세상을 닮아 마르고,
세상은 나를 닮아 침묵했다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마셔야 할 것은
물이 아니라
내 안에 가라앉은 고요한 응답
나는 오늘도,
내 안의 고요를 향해
천천히, 갈증을 좇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