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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티 : 당신이 입는 이유

자유로움의 상징

by 온시프트

후드는 슬슬 공기와 바람이 차가워지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분들에게 비교적 빠르게 찾아오는 옷이다.


추울 때 되서 입는 옷들로는 패딩, 롱코트, 후드티, 맨투맨, 스웨터, 터틀넥, 니트, 재킷 등 가을이 돼서 손목 발목까지 다 감추는 옷들은 길고 따뜻하다. 물론 소재의 차이가 있어서 마냥 길다고 따뜻해 보이진 않지만 대부분은 그러하다.


그중에서도 후드티는 모자까지 달려 있어 실용성을 겸비한 현대 문화의 상징적인 아이템으로 사람들에게 아주 인기 많은 옷이다. 중세 시대 때에도 실용적인 의복으로 시작해 현대에 이르러 개성과 반항의 상징이 되기까지, 현재 후드티는 편안함을 넘어서는 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때로는 자유로운 의미를 담아내며 착용자에게 다양한 이미지를 심어주곤 한다.


1. 후드의 역사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매우 짧게 훑어보자면, 후드의 첫 흔적은 기원전 13세기 아시리아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려 1,000년 전이다. 당시 후드는 머리를 덮는 전통적 의복으로, 여러 종교에서 경건함과 신성함을 표현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중세 유럽에서 후드는 수도사들이 착용한 카울(cowl) 형태로, 종교적 헌신과 겸손을 상징하며 널리 쓰인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전통은 페르시아 만을 넘어 중세 유럽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졌다.


*참고로 영어 단어인 '후드(hood)'의 기원은 고대 영어 'höd'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머리를 덮는 것'을 의미한다.


2. 패션으로의 전환

12~13세기, 후드는 코이프(coif)라는 머리 덮개와 함께 실용적인 의복으로 널리 사용했다. 당시 농부들은 들판에서 일하면서 갑작스러운 비와 추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후드를 썼으며, 사냥꾼들은 숲 속에서 움직일 때 얼굴과 머리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특히 수도사들에게 후드는 필수품이었는데, 석조 건물로 지어진 차가운 수도원에서 기도와 명상을 하는 동안 체온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14세기에 접어들면서 후드는 실용성을 넘어 패션 아이템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리리파이프(liripipe)라 불리는 긴 꼬리 모양의 장식이 달린 채프론(chaperon) 스타일은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동시에 장식적인 아름다움으로 유행을 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착용자의 사회적 지위와 세련된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이 됐으며, 중세 후기에는 패션을 선도하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3. 현대적 부상 : 스포츠의 상징

1934년, 미시간 대학교는 Champion 브랜드에 의뢰하여 대학 스포츠팀을 위한 후드티를 제작했다. 이때 '사이드라인 스웨트셔츠(sideline sweatshirt)'로 불리며, 추운 날씨 속에서 선수들이 착용하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1960년대에 이르러 후드티는 운동선수와 대학생들 사이에서 대중적인 의류로 떠오른다.


특히 스포츠의 아이콘 중 한명인 무하마드 알리의 영향력이 두드러졌다. 전설적인 복서인 그가 런던 거리에서 흰색 후드티를 입고 있는 모습을 포착하고, 록키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회색 후드티를 입고 다니며 후드티는 다시 한번 새로운 문화적 의미를 얻었다. 단순한 스포츠웨어나 캐주얼 의류를 넘어서, 자유와 도전 정신 등을 상징하는 강력한 문화적 아이콘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들의 후드티 착용은 당시 사회적 불평등과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 그리고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추구하는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제스처로서 변모했다.

4. 후드로 정의하는 착용자의 아이덴티티

1) 다재다능 : 귀찮음 해결사


머리가 엉망인 채 집 앞 편의점을 가는데 모자가 없다면? 아니면 모자가 있어도 귀찮다면? 후드티만 한 게 없을 것이다. 후드는 어떤 상황에서도 손쉽게 스타일링해서 외출을 가능케 하는 신비로운 옷이다. 사실 집 안에서 입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말이다. 이 같은 특성은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니즈를 정확히 충족시킵니다. 대충 입더라도 대충 입은 것 같지 않은 의상이기도 하다. 출근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부터, 바쁜 일정 사이를 오가는 학생들까지, 바쁜 일상을 마친 후 입는 후드티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스타일링 효과를 얻을 수 있게 해 준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후드티의 팔색조 매력이다. 마치 옷장 속 카멜레온마냥, 후드티는 어떤 스타일링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청바지와 매치하면 캐주얼한 데일리룩이 완성되고, 블레이저 안에 레이어드 하면 세련된 스마트 캐주얼룩으로 변신한다. 오버사이즈로 입으면 편안하고 트렌디한 스트릿 패션을 연출할 수 있죠. 이러한 변신의 스펙트럼은 다른 어떤 의복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넓다.


2) 편안함 : 소통 매개체


우선 후드티의 가장 큰 장점은 그 타고난 친근함입니다. 특히 쌀쌀한 계절이 되면 후드티만큼 상대방에게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의복을 찾기 어렵습니다. 여름철의 반팔 티셔츠가 편안한 이미지를 전달하만, 추운 계절에 후드티가 주는 친숙한 느낌은 그 어떤 의복도 따라올 수 없다. 무겁고 격식 있는 코트나 재킷과는 달리, 후드티는 첫 만남에서도 상대와의 심리적 거리를 자연스럽게 좁힐 수 있다.


또한 후드티는 과시하고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소탈한 이미지를 드러낸다. 값비싼 명품이나 화려한 디자인의 옷과는 달리, 후드티는 착용자가 물욕이나 허례허식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옅어져 가는 신뢰 관계 속에서 좀 더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3) 소속감 : 공동체의 상징


후드티는 강력한 공동체적 상징성을 띄고 있기도 하다. 특히 스포츠팀, 대학교, 그리고 사회운동 단체에서 후드티가 차지하는 역할은 매우 특별합니다. 같은 디자인의 후드티를 입는 단순한 행위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연결 고리가 됩니다. 어떤 티든 같은 색깔에 같은 디자인이면 당연히 그런 것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일전에 언급한 이미지들은 대중에게 친밀감까지 어필하기 좋다는 점에서 가격적으로나 정체성을 어필하는 데 있어 선거운동에도 자주 쓰이기도 한다.


4) 은밀함 : 마음의 성벽


후드티는 착용자에게 특별한 심리적 공간을 제공한다.

그 독특한 디자인적 특성, 특히 얼굴과 머리를 감쌀 수 있는 후드는 외부 세계와 자신 사이에 미묘한 경계선을 그을 수 있게 해 준다. 과거 사냥꾼들이 후드를 두르고 숲으로 떠났듯이 얼굴을 숨겨 스스로의 신변을 보호하기도 했으니 이 같은 심리적 안전감은 오늘날에도 전해진다.

물리적 차단이 주는 안전감은 후드티의 가장 큰 특징이다. 후드를 쓰는 순간, 착용자는 마치 가면이라도 쓴 것처럼 비교적 넘치는 자신감과 함께 튼튼한 고립감을 경험한다. 이러한 물리적 차단은 곧 심리적으로도 상당히 안정화시켜 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음산한 공간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해커처럼, 칠흑 같은 밤 아래에 활동하는 도둑처럼 스스로에게 나름의 고양감을 선사한다.


이는 더욱 발전하여, 힙합 문화와 결합하면서 후드티는 주류 사회에 대한 저항과 개인의 자유를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었다. 이러한 반항적 이미지는 후드티의 은밀함에 새로운 차원을 더했다. 단순히 숨기는 것을 넘어,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지키는 방어막으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5. 문화적 의미와 현대적 가치

후드티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와 꽤나 재밌는 의상이 되었다.

기원전 종교의식에서의 신성한 의미를 시작으로, 중세시대의 계급적 지위 표현을 거쳐, 현대에 이르러서는 실용성과 자유를 대변하는 아이콘으로 발전했다. 스타일의 진화가 아닌, 인간의 다양한 욕구와 가치관이 옷이라는 캔버스로 투영한 문화적 궤적을 보여준다.


특히 해외 IT업계 종사자들 중에서도 후드티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진다. 마크 저커버그가 후드집업을 아마 자주 입을 것이다. 오늘날의 후드티는 단순한 편안함이나 기능성을 넘어, 착용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드러낸다. 겉으로는 소박하고 검소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확고한 자아와 신념을 지닌 현대인의 모습이 담고 있음을 느낀다. 물론 그 배경을 알 때 때 특히나 그렇지만 말이다. 이는 과시적 소비나 표면적 화려함에서 벗어나, 진정성과 내면의 가치를 중시하고자 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6. 나는 후드티를 어떻게 입는가?

나는 일상에서 운동할 때마다 후드티를 충실히 입고 있다.

중국에 살 때나 한국에 살 때나 야외에서 운동할 때면 거의 빠짐없이 착용했고, 특히 아이보리 색상의 후드집업과 후드티는 10년 정도 내 일상복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도 이 옷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지만, 막상 후드를 쓰진 않는다. 내게는 비니가 더 실용적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후드가 어깨에 자연스럽게 걸쳐져 있을 때가 패션적으로 더 큰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해서 급할 때 아니면 잘 쓰지 않는다.






이미지 출처 : AI



https://www.mrbigandtall.ca/blogs/blog/champion-sportswear-about-the-brand

https://www.farfetch.com/de/shopping/men/balenciaga-hoodie-mit-political-campaign-logo-item-18015942.aspx

https://uk.ambafrance.org/A-Date-with-History-Fashion-Food-and-Feminism-Report

https://www.printful.com/blog/hoodie-history?slugOne=hoodie-history&lan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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