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를 잇는다
요즘 성수동의 주가가 나날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어디 돌아다니기는 것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 나 역시 성수동의 매력에 이끌려 방문한 적이 있으니 말 다했다. 한 2년 전인 듯하다. 애초에 내가 사는 지역 근처로도 잘 안 가는데 말이다. 어머니의 목적이 따로 있어 발걸음한 곳이긴 했지만, 나 역시 크게 망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눈 꽤나 높은 내가 매력적으로 바라본 거리이다. 내가 지방에 살고 있음에도 찾아가게 만든 성수동의 흡입력은, 마치 투자자들 사이에서 '반드시 사야 할 종목'으로 꼽히는 대형주가 되어가는 성장주와 꽤나 닮아있다. 이는 지역 상권을 넘어 전국적인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음을 방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럼 어떻게 도대체 성수동은 타 지역과는 다른 매력을 지니게 된 건지 브랜딩은 어떻게 되었고,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한번 얇게 살펴보겠다.
성수동의 브랜드 스토리는 1930년대 뚝섬유원지의 상징적 관광지로부터 시작하여, 1960년대 준공업지구로의 변모를 통해 도시 경제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였다. 1970~80년대에는 수제화와 인쇄업 등 전통 제조업이 이 지역의 명성을 쌓았지만, 1990년대 IMF 위기와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 등으로 산업 구조에 큰 변화가 찾아오면서 급격한 침체와 슬럼화의 위기를 맞이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울시의 지원과 함께, 성수동은 산업유산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레트로 퓨전 디자인’ 전략을 기반으로 실험 단계에 돌입했다. 성수동의 고유한 해리티지를 도시의 결에 직조하는 것이다. 그렇게 도시 폐공장을 문화공간으로 전환하고, 저렴한 임대료를 무기로 젊은 예술가와 창업자들을 모았고 새로운 창조 경제의 터전을 마련했다. 이러한 변화는 성수동이 다시금 도시 재생의 중심지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0년대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대림창고가 카페와 전시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MZ세대의 사랑을 받게 되었고, 할아버지공장과 연무장길 같은 복합문화공간들은 지역 상권의 활성화와 함께 연간 방문객 수와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물론 이 시기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과 기존 상인·주민들의 이탈 문제 역시 대두되었으나, 이는 지속 가능한 도시 재생을 위한 또 다른 도전 과제로 인식되며 개선하려고 노력 중에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 저소득 지역이 고급 주택과 상업 시설로 개발되면서 지대가 상승하여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해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을 의미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성수동은 첨단 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무신사와의 협업을 통한 글로벌 패션 플랫폼, IT·R&D 기업 유치 및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과 같은 지속가능성 정책은 성수동을 단순한 ‘서울의 브루클린’이 아닌,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독창적인 도시 문화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성수동을 정의하는 핵심 브랜드 가치는 '융합'이다. 실제로 그곳을 가본다면 '융합'을 금방 체감할 것이라 확신한다. 이곳에서는 첨단 산업과 전통 제조업, 문화예술과 비즈니스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으니 말이다. 예전에 색채를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채 그 색깔을 갖고 현대적 감각을 유지하는 모습을 진정한 융합에 가깝다. 현재 330여 개의 소셜벤처가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생태계와 함께, 400여 개의 생산업체와 100여 개의 유통업체가 형성하는 국내 최대 수제화 집적 단지가 공존한다. 성수역 3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헤리티지SS', '마이스토어 SS'와 같은 산업문화 복합테마공간은 이러한 융합의 상징적인 곳이라 할 수 있다.
성수동의 문화적 브랜드 정체성은 공간의 창조적 재해석에서 두드러진다. 애초에 그것이 시작이다. 특히, 대림창고의 레트로 감성 카페, 그라운드시소의 전시 공간, 언더스탠드 에비뉴의 독특한 컨테이너 플랫폼은 산업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표적인 곳들이다. 또한, 서울숲이라는 대규모 녹지 공간은 도시와 자연의 조화라는 새로운 브랜드 가치 역시 더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현재 성수동이 있기까지 전환의 태동이 된 일이 '대림창고의 변신'이라 생각한다. 물론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
1970년대 초반, 사실 이곳은 단순한 *정미소이자 물류창고에 불과했다. 쌀가마니가 쌓여있던 공간, 지게차가 오가던 너른 바닥, 그리고 산업화 시대의 분주함을 간직한 회색빛과 붉은빛이 어우러 건물이었다. 하지만 2016년, 이 오래된 산업 시설은 획기적인 변신을 꾀했다. 313.5㎡ 규모의 독특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정미소 : 쌀을 도정하는 공장
건물의 투박한 외관과 산업시설의 흔적은 그대로 보존하되, 내부는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되었다. 높은 천장과 거친 콘크리트 벽면, 대형 유리창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분위기는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 공간은 젊은 세대들의 감성을 정확히 타격했다. 2017년에 이르러서는 주말 방문객이 하루 평균 1,000명을 훌쩍 넘어섰고, 성수동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이후 대림창고는 단순한 문화공간을 넘어 예술과 상업이 공존하는 혁신적인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문화적 가치를 높였고, 2024년에는 '무신사 스토어 성수 @ 대림창고'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이제 이곳은 한국 내 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전초기지로서, 성수동 도시재생의 작지만 커다란 기회를 창출한 사례로 평가받지 않을까 싶다.
성수동의 브랜드 진화는 글로벌 트렌드와도 맥을 같이 한다. 특히 베이징 798 예술구, 런던 쇼어디치,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와 같은 세계적인 혁신 문화 지구들과 유사한 발전 패턴을 보이며, 이는 관광지로서 성수동 브랜드의 국제적 경쟁력 역시 보여준다.
베이징 798 예술구: 옛 전자 공장을 개조하여 갤러리, 카페, 디자인 스튜디오가 밀집한 예술 단지로 변모.
런던 쇼어디치: 산업혁명 시대의 공장 지대가 스타트업과 스트리트 아트의 중심지로 재탄생.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힙스터 문화의 중심지로 떠오르며, 빈티지 숍과 수제 맥주 양조장이 밀집.
특히, 성수동은 브루클린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2000년대 초반 브루클린이 예술과 창업 생태계가 결합된 공간으로 주목받았듯, 성수동 역시 창조적 혁신과 트렌드 선도의 중심지가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 세 곳 중 베이징 798 예술구는 실제로 방문한 기억이 있는데, 당시 사람이 적어서인지는 그냥 개인적인 느낌인지 모르지만 크게 재밌는 구석은 없었다. 아니면 너무 예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흥미를 잃었는지 모른다. '다름'을 스스로 강조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의 상업화, 대중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조금 아쉬웠던 것 같다.
성수동은 지금까지의 혁신적 도시 재생 모델과 산업-문화 융합 전략을 통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었으나, 동시에 젠트리피케이션과 획일화라는 중대한 도전과제에도 직면해 있다. 대기업 임원과 도시 시장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이는 단순한 경제 성장 이상의 문제로, 지속 가능한 도시 브랜딩과 지역 정체성 보존의 관점에서 면밀한 분석과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다.
지금까지의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들을 살펴보면 성수동의 브랜드 가치는 ‘레트로 퓨전 디자인’과 “서울의 브루클린”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다. 대림창고와 수제화 거리는 각각 산업 유산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전통 제조업과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창조적 공간으로 발전하였으니 말이다. 이러한 사례는 성수동이 글로벌 패션 플랫폼, 아트 갤러리, 그리고 카페 복합공간 등 다양한 형태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창출하는 데 있어 모범적인 모델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임대료 상승과 대형 프랜차이즈의 급속한 진입으로 기존 소상공인과 창업자들이 겪는 부담으로 이어져, 본연의 독창적 브랜딩이 상업적 획일화에 빠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균형을 이루는 것이 정말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이 때문에 임대료 상한제 및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과 같은 정책은 단기적으로 경제적 효율성을 비교적 저해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소상공인과 창업자들이 지역 내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고 본다.
현재 성수동은 대기업 및 유니콘 기업의 관심과 함께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사 등 혁신적인 기업들이 모여드는 핫스팟으로 점점 부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 내 부동산 가치와 상업 공간의 가격은 점차 탄력을 받고 있으며, 이는 성수동의 미래 가치를 더더욱 높이고 있다. 미래의 성수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대되고 있으며, 그저 부동산 가치 상승에 머무르지 않고, 혁신과 문화, 지속 가능한 도시 재생 모델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균형 있게 확립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성수동의 사례는 단순한 물리적 개발을 넘어, 도시 재생이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면서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브랜딩 전문가의 관점에서 볼 때, 성수동은 단순한 상업적 성공을 넘어서 문화적 진정성과 커뮤니티 참여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도시 브랜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향후 성수동이 진정한 의미의 '서울의 브루클린' 아니 다시 말하지만 '서울의 성수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상업적 성공과 문화적 가치, 그리고 전통과 혁신의 조화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는 단순히 유행하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과 지역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도시의 본질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계승하는 과정이다.
결론적으로, 성수동이 이끌어 가는 접근은 단순한 관광지나 상업 중심지가 아닌, 문화적 깊이와 사회적 연대감을 지닌 도시로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성수동의 변화는 우리에게 과거가 간직해 온 문화와 역사 그리고 과거의 유산들 어떻게 현대인들의 삶과 연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오늘 조승연의 탐구생활 영상이 올라왔던 내용 중 조승연이 한 말을 인용해본다.
다양성이 소비자들에게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이 얘기는 유튜브 미키피디아의 주인장인 '미키김'과의 얘기 중에 나온 말이다. 어떤 노트북을 사도 자판은 쿼티 키보드를 쓰는데, 이를 법으로 묶어버리고 타 기업들이 차별화시킨다고 다양한 키보드들이 생산했다면, 얼마나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했을까인가이다. 당장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키보드 다양)만 비교해도 키보드의 차이 때문에 굳이 폰을 안 바꾸는 이들도 많이 봤다. 그건 전자기기 충전 타입의 통일과 볼보가 개발했던 3점식 안전벨트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편의와 안전을 제공하고, 경쟁사들과의 기술 공유로 산업 전반의 발전 역시 야기했다.
성수동 역시 기존에 자리잡아온 앞서 말한 지역 외에 LA 다운타운 아츠 디스트릭트, 포르투갈의 리본 LX 팩토리 등 해외에 있는 다양한 거리를 모방하고, 그 속에서 K-콘텐츠를 접목시켜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익숙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주는 거리로 변모했으면 한다. 궁극적으로, 무분별한 다양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검증된 스탠다드를 기반으로 글로벌 문화 허브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이미지 출처 : AI
내용 참고 :
https://letter.wepick.kr/510/4344488/
https://love.seoul.go.kr/articles/1698
https://www.fpost.co.kr/board/bbs/board.php?wr_id=7434&bo_table=newsinnews
https://love.seoul.go.kr/articles/1698
https://www.k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4966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80177531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41204000369
https://namu.wiki/w/%EC%84%B1%EC%88%98%EB%8F%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