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분방한 아조씨
유튜브 개설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100만을 찍은 유튜브 채널이 있다.
처음 시청할 때 즈음엔 그저 격투기 콘텐츠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의 진짜 캐릭터를 간과한 탓일까? 기존의 방송 스타일 즉, 미리 청소와 정리를 말끔히 한 뒤 집공개를 하는 시퀀스를 말끔히 깨부쉈다. 와이프인 야노시호 몰래 인간미(?) 있는 엉망진창의 집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면서 큰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심지어 덕분 실제로 부부싸움까지 했다고 하니 추성훈이 얼마나 방송에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그의 매력은 그저 솔직한 모습에 그치지 않는다. 추성훈의 성공적인 브랜딩에는 국가를 초월한 스토리텔링, 강인한 전사에서 인간적인 아버지로의 반전, 그리고 가식 없는 유튜브 콘텐츠가 결합되어 있다. 무엇보다 그의 콘텐츠 모토에는 정확하게는 가짜(?)가 아닌 아니.. 가식이 없는 좀 더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모습이 숨어있다.
추성훈은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4세로서, 일본 유도계에서 성장했지만 일본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대표가 될 수 없었던 인물이다. 결국 그는 2001년 한국 국가대표로 전향하며 부산으로 건너갔다. 한국어를 배우고 동료들과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은 대중에게 강하게 각인되었다. 하지만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국 유도 대회에 출전했고, 1996년 전국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이력이 있음에도 마치 처음 한국에 온 것처럼 연출되며 그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했다. 일본에서 랭킹 3위 안에 드는 실력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유도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편파 판정을 많이 겪었다고 하기도 한다. 물론 이에 대해 여론에서는 찬반 논란이 여전히 잔재해있긴 하지만 말이다.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를 나오기 전이기도 했던 만큼 미디어 전략도 당시에 꽤 신비로웠다. 방송 출연을 최소화하고 언론 인터뷰도 꺼리는 편이었다. 이런 신비주의 전략은 여러 갈등 상황과 더불어 그의 이미지를 더 강화시켰다. 공식 기자회견 외에는 거의 노출을 하지 않으면서도, 나올 때마다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추성훈은 한일 양국의 배경을 가진 선수에서 시작해서 양국을 아우르는 문화 아이콘으로 성장했으며, 초기의 갈등과 논란도 오히려 그의 스토리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가 됐다. 이를 통해 당시 국적이나 정체성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유형의 스포츠 스타상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는데, 무릎팍 도사를 출연하게 되면서 추성훈이 비로소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극복'과 '투지'로 만들어낸 스토리를 가진 인물로서 말이다.
추성훈은 한국에서는 애국적인 서사를 가진 격투기 선수로 소비되는 반면, 일본에서는 유도와 격투기에서 독특한 파이팅 스타일을 가진 ‘힐(악역)’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이는 국가적 정체성이 브랜딩의 강력한 요소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일본 국적을 버리고 한국 대표로 뛰었다는 점이 부각되며 애국적인 이미지를 얻었고, 일본에서는 격투기 경기에서 거친 태도로 인해 '비매너 파이터'로 불리며 관심을 끌었다. 물론 바셀린 문제까지 겹치며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안 좋게 보는 시각도 있었다.
여하튼, 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문화에 따라 전혀 다른 캐릭터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렇게 종합격투기로 전향하며 추성훈이라는 브랜드의 특수성이나 이미지는 더욱 견고해지고 특별해졌다. 기어코 국내 유명 격투기의 대표적인 인물들인 양성훈과 정찬성조차도 그를 한국 격투기의 대중화를 이끈 인물로 평가했으니, 그는 국가적 서사과 함께 독특한 업적을 등에 업은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했다.
꽤 똑똑하다고 볼 수 있는 게 있다. 추성훈의 성공 전략은 단순한 격투기 선수의 길을 넘어선 종합 엔터테이너로서의 비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의 커리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절묘하게 결합한 전략적 사고가 돋보인다. 세계 랭킹권에 오를 정도의 실력자였던 그는 단순히 승리만을 추구하지 않았다. 대신 관객들이 열광할 만한 드라마틱한 경기 운영을 통해 지속적인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특히 그의 파이팅 스타일은 순수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서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강하게 담아냈습니다. 평소 복장부터 시작해서 만화에서나 볼 법한 완벽한 등근육으로 격투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이는 단순한 신체적 조건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 자산이 되었다. 이러한 시각적 임팩트는 격투기 선수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대중문화 속 아이콘으로서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단순히 격투기 선수로서가 아니었다.
경기 외적인 활동 즉... 예능에서의 활약은 단연 뛰어났다. '무릎팍 도사'를 통해 구축한 어눌하지만 남성적인 이미지는 그의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였다. 기존의 스포츠 스타면서 예능인인 강호동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스토리라던가 어색한 말투를 지녔지만 마초적인 느낌까지 더해서 말이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노래하는 모습은 기존의 강인한 파이터 이미지와 대비되는 인간적인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이러한 반전 매력은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호감을 넘어 진정성 있는 캐릭터로 자리 잡게 했다.
이러한 추성훈의 성공은 그의 비상한 머리를 잘 보여줍니다. 격투기 선수로서의 전문성과 엔터테이너로서의 대중성을 동시에 추구하면서도, 각각의 영역에서 진정성을 잃지 않았다. 낭만을 추구하면서도 현실적인 전략을 놓치지 않는 그의 균형 잡힌 접근은, 현대 스포츠 스타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추성훈은 단순한 스포츠 스타의 범주를 뛰어넘어, 종합 엔터테이너이자 문화 아이콘으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사례는 스포츠 선수가 어떻게 자신의 전문성을 충분히 유지하는지, 어떻게 대중적 스타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모범이 되었다. 물론 이를 따라 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보지만 말이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스포츠 스타들이 현대 스포츠 산업에서 본인 전문성이 주력하면서 어떻게 이름을 알릴 수 있는지 강한 촉매제이자 모범 사례로서의 역할은 하지 않았나 싶다.
추성훈의 대중적 이미지 변신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사랑이 아빠'로서의 새로운 페르소나 구축이다. 기존에는 그저 격투기 선수로서 보여준 강인하고 거친 이미지가 있었지만,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했다. 물론 친숙한 이미지가 없던 건 아니지만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보여준 모습을 그의 브랜드 가치에 또 다른 매력을 주입하는 계기였다.
모두가 알겠지만 그의 딸 사랑이와의 일상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링 위의 강한 전사가 아이를 향한 무한한 애정을 보이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소위 딸바보의 모습을 너무 온전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일전에는 좀 의도적으로 전략적으로 카메라 앞에 선 게 아닐까 싶었지만, 사랑이 앞에서 보여준 자연스러운 부성애의 표현은 시청자들에게 이 같은 의심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의도적이거나 전략적이다라는 말이 부정적인 표현은 아니다.) 평소 격투기 선수로서의 강인함과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따뜻함이 공존하는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이상적인 아버지상으로서의 모습과 함게 반전매력에 깊이를 더했다.
2022년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ONE Championship 155 웰터급 경기에서 추성훈은 일본의 월드 클래스 그래플러 아오키 신야를 상대로 2라운드 TKO 승리를 거뒀다. 기존에 아오키 신야가 도발도 많이 했고, 추성훈이 나이도 많은 만큼 추성훈에게는 꽤나 불안요소가 있었다. 비록 추성훈 선수가 UFC 선수였었을지라도 아오키 신야 역시 녹록지 않은 상대였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1라운드에서 아오키 신야가 추성훈 선수의 백을 잡으며, 크게 위협을 가하기도 했으니 대중들의 예상은 마냥 틀린 게 아니었다. 그것도 잠시 2라운드에 완벽하게 테이크다운을 디펜스하고 열렬한 타격을 선보이며 파운딩으로 아오키 신야를 마무리해 버렸다. 대중들의 생각을 완전히 깨부순 그의 가치는 격투기 대회에서 [Performance of the Night]에까지 선정되며 다시 한번 입증했다. 아마 이때부터가 지금 유튜브가 있기까지의 시발점이 된 게 아닐까 싶다.
이후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100>에서 보여준 모습은 또 다른 차원의 매력을 선보였다. 단순히 체력과 힘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닌, 전략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갖춘 도전자로서의 면모까지 보여주면서 말이다. 젊은 참가자들 사이에서 나이.. 연세..라는 핸디캡이 있었음에도, 뛰어난 리더십과 상황 판단력으로 팀을 이끌어 나갔습니다. 특히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에서도 후배들을 배려하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의 감동을 조금 자아내기도 했다. 그렇게 좋은 활약상을 보이다 내민 "아조씨 무시하지 마"라는 그의 한마디는 단순한 대사를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기도 했으며,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한층 더 높이는 데 성공했다. 중년들의 희망으로서 말이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추성훈이라는 인물이 시대에 정말 적절히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그렇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의 유튜브 콘텐츠는 기존 연예인들이 보여주는 '세련된 일상'과 차별화하고 있다. 정리되지 않은 집, 꾸미지 않은 말투, 즉흥적인 촬영 방식 등이 오히려 대중에게 친근함을 준다. 이는 완벽한 이미지보다 ‘진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현대 소비자들에게 더 강하게 어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튜브야 뭐.. 일반적인 공영방송과 거리가 먼 만큼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게 매력인 점이 있지만, 추성훈의 채널은 이에 몇 스푼을 더 얹은 느낌이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세련되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가미한 가식 없는 그의 일상은 리치한 셀럽임을 아는 대중들 앞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호화로운 생활을 과시하거나 완벽하게 연출된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때로는 세련되지 않고 어설퍼 보일 수 있는 순간들까지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진솔함은 오히려 대중들에게 더 큰 친근감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볼 수 있다.
현재 110만이 넘긴 구독자 수는 단순히 그의 유명세나 기존 팬층에 기인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현대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하게 가공하고 연출한 콘텐츠와는 차별화한, 진정성 있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대중들은 그의 콘텐츠를 통해 '진짜 추성훈'을 만나고 있다고 느끼며, 이것이 바로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추성훈 채널에 나오는 마초맨이라는 bgm이 참 마음에 든다... AI로 만들었다던데...)
추성훈은 단순한 격투기 선수가 아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 국가의 정체성 논쟁 속에서 주목받았고, 강한 파이터에서 따뜻한 아버지, 그리고 유튜브에서는 소탈한 인간적인 모습까지 보여주며 폭넓은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보통 전성기로 함은.. 제1, 제2, 제3 등 나누기도 하는데 이렇게 정리해보고 나니 추성훈이라는 브랜드의 전성기를 나눌 필요도 없이 그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국가적 서사를 활용한 스토리, 대조적인 캐릭터 구축, 엔터테인먼트 요소, 아저씨의 의지, 그리고 가식 없는 인간적인 모습의 결합이 만들어낸 결과이지 않나 싶다.
이는 대중이 더 이상 완벽하기만 한 스타를 원하지 않고, '진짜 사람 같은 스타'를 원한다는 현대적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진다. 결국, 추성훈이라는 브랜드는 강하지만 인간적인, 그리고 무엇보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대중이 그를 오랫동안 사랑하고 있는 사랑하려고 하는 이유는, 그가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방식대로 한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인 게 아닐까 싶다.
이미지 출처 : 추성훈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 및 AI 생성
참고 자료 :
https://namu.wiki/w/%EC%B6%94%EC%84%B1%ED%9B%88
https://www.wikitree.co.kr/articles/830480
https://www.youtube.com/@Choosunghoon_ajos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