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완성하다
2025년 5월 21일, 런던의 한 구석에서 시작된 작은 축구 클럽의 오랜 꿈이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프리미어리그 강등권을 코 앞에 둔 17위의 토트넘 홋스퍼 FC가 16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며 클럽 역사상 첫 유럽대항전 우승을 달성한 이 순간은, 트로피 획득을 넘어 143년간 이어져 온 클럽의 DNA를 완성하는 극적인 순간이었다.
1882년 창단 이래 토트넘은 '감히 행하라(Audere est Facere)'라는 모토 아래 끊임없이 도전해 왔다. 1901년 FA컵 우승으로 논리그 구단 최초의 기록을 세웠고, 1961년에는 리그와 FA컵을 동시에 우승하며 잉글랜드 축구사에 영원히 남을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1963년부터는 유럽 무대에서도 FA컵 우승과 함께 영국팀 최초로 UEFA 컵위너스컵을 들어 올리며 잉글랜드 클럽들의 유럽 진출 문을 열었지만, 정작 축구의 최고 무대인 챔피언스 리그나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번번이 무릎을 꿇곤 했다.
2025년의 유로파리그 승리를 통해 2007-2008 시즌 ELF컵 우승 이후 17년에 이어진 기다림의 서사에 마침표를 찍으며 '무관'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졌다. 특히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시절 구축된 체계적 압박과 유스 육성 시스템이 기반이 되어, 2024-25 시즌 포스테코글루라는 새로운 사령탑 아래에 기술과 공격적인 전술 혁신이 더해지면서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부정적인 의견도 있을 테지만 긍정적으로 봤을 때 말이다.) 지휘권을 가졌던 초창기와 비교했을 때 팬들의 비난이 거세졌던 건 사실이지만 결국 일궈낸 것이다.
2025년 5월 21일, 토트넘 홋스퍼가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의 브랜드 가치 역시 새로운 궤도에 진입했다. 최근 여러 사건 사고와 부상 소식, 기량 하락 등으로 주장직 박탈이라는 목소리들과 함께 팬들로부터 비교적 외면을 받던 그가 이번 우승으로 다시 한번 축구 스타 반열에 꽃을 피웠다. 이미 각종 기록을 달성하며 글로벌 스타였던 손흥민이지만, 이번 우승을 계기로 그는 잉글랜드와 아시아의 경계를 넘어서는 '글로벌 아이콘'으로 부상한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브랜드 가치는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이번 유로파리그 우승은 손흥민의 상업적 가치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는 아디다스, 버버리, 펩시 등 세계적 브랜드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토트넘과 제휴 중인 파리바게뜨나 퍼시스그룹과의 좀 더 적극적인 협업 가능성 또한 커지고 있다. ‘유럽 대회 우승 주장’이라는 타이틀은 스폰서십 협상 테이블에서 매우 강력한 카드가 될지도 모른다.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기존 스폰서십 계약의 재협상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아디다스와의 개인 장비 후원 계약에서 보다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아지며, 우승을 기념한 시그니처 부츠 출시나 아시아 마케팅에서의 역할 확대도 논의될 수 있다. 특히 유럽 내 아시아 선수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도 손흥민을 주목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마 FIFA에 공식 후원 중인 현대차가 유력하지 않을까?
이제껏 손흥민과 계약을 맺지 않았던 대기업들 또한 그의 가치를 재평가할 것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 진출 시 손흥민을 글로벌 마케팅 대사로 활용하는 것은 현지 시장에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당연하지만 디지털 마케팅 영역에서도 손흥민의 가치는 폭발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우승 관련 소셜미디어 콘텐츠는 높은 참여율을 기록할 것이며, 너무 현실적이긴 해도 이는 광고 단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또한 우승 과정의 감동적인 순간들을 담은 다큐멘터리나 비하인드 콘텐츠는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같은 OTT 플랫폼들의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드라마틱한 서사는 콘텐츠화 안 하기에 너무 아까운 소재다. 당장 만들어지지 않을진 몰라도 이미 얘기 중일지도 모른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번 유로파리그 우승은 손흥민의 은퇴 후 비즈니스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유럽 우승 경험은 향후 그의 아버지가 운영 중인 축구 아카데미나 스포츠 컨설팅 사업에 있어 매우 강력한 신뢰와 스토리텔링 자산이 될 것이며, 개인 브랜드의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공고히 하는 기반이 된다.
무엇보다 '아시아인 최초의 유럽 대회 우승 주장'이라는 독보적 지위는 한국은 당연하거니와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손흥민의 마케팅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다. 이는 아시아 기업들 간 글로벌 마케팅 대사 영입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손흥민의 브랜드 협상력을 기하급수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토트넘의 유로파리그 우승과 손흥민의 캡틴으로서의 활약은 개인과 구단의 성취를 넘어 한국 축구 전체의 대외 이미지까지 재정의할 것이다. 앞서 김민재의 우승 이력들도 주목할만하며 대단하지만, 손흥민이 긴 시간 일궈내어 만들어낸 스토리의 깊이와는 비교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국가 브랜드 가치의 제고 효과가 두드러진다. 손흥민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유럽대항전 우승을 이끈 캡틴으로 등극함으로써, 한국은 '경쟁력 있는 축구 국가'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한층 끌어올렸다고 본다. 이는 국가 소프트파워 점수의 상승과 함께 '한국=축구 강국'이라는 인식을 전 세계적으로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단순한 축구 강국이라기보다는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축구 선수 생산지'랄까?
국내 축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역시 지대하다. 손흥민의 성장 스토리는 'K리그 -> 유럽 무대' 경로의 상징적 모델이 되어, 국내 청소년들에게 강력한 모티베이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축구 유망주들의 조기 해외 이적 추세와 함께 K리그에 대한 관심도 상승을 견인하는 이중 효과 또한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로 구단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손흥민과 같은 글로벌 엘리트 배출 사례를 발판 삼아 좀 유소년 아카데미, 스포츠 과학 센터, 지역리그 지원 등에도 좀 더 예산을 투입하지 않을까? 물론 각 이해관계자들이 본인 주머니 속 채우기 바쁘다면 이러한 긍정적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손흥민의 성공이 보여준 가능성은 한국 축구 전반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손흥민은 유로파리그 결승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하루는 레전드"
오늘 하루만큼은, 아니 어쩌면 앞으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는 우리 모두의 레전드일 것이다.
축구를 정기적으로 챙겨 보지 못하지만, 한 번씩 달수네라이브, 슛포러브와 같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를 접할 때면 참으로 묘한 흥미로움에 빠진다. 스포츠를 단편적으로 봤을 때 그저 하나의 놀이에 불과할지라도 그들을 통해 느껴지는 팬들의 열렬한 응원과 몰입은 그저 시청자에 불과한 이들의 심장까지 뛰게 만들곤 한다. 더불어 선수들이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서사는 지켜보는 이들 모두의 일상에 활력소가 되며 하나의 감정으로 뭉치게 만든다.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는 경기 자체 보다도, 그것이 창출하는 묘한 연대감과 공감대가 우리에게 선물로 다가올 때 온전히 느껴지곤 한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10832227
https://www.stnsport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6308
https://m.korea.kr/news/reporterView.do?newsId=13509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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