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최애 브랜드 탄생

부산에서의 둘날 2 - 신세계 백화점 센텀점

by 누리장인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한번 열어보았다.

활짝 열리면 손잡이가 내 손아귀에서 멀어질 것 같아서 열다가 포기했다.



노트북을 켜서 사진만 어느 정도 업로드하려고 브런치를 켰다. 근데 막상 키고 보니 휴대폰으로 업로드하고 저장한 뒤에 적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바로 덮었다. 글을 쓰려고 했는데 어머니와 누나의 눈치가 조금 보여서 그만둔 것도 있었다.



내 생각보다 상황이 훨씬 안 좋았다.

이동하면서 내비게이션을 쳐다보거나 짐 간수하느라 바빠서 뉴스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는데 홍수로 인한 피해가 말도 안 됐다. 감히 열차 중지로 집으로 돌아가기 힘들다고 투덜 될 상황이 아니었다. 전날 김천 구미 표를 지나치고 오늘 혹시나 무궁화호가 다시 달릴까 내심 기대했지만 TV를 보자마자 그 생각을 접었다.

그나저나 마침 새벽에 일어난 누나가 미리 김천 구미 KTX 표를 끊어놨다더라. 고속버스도 다 매진이었던 상황인데 12시간이 지나도록 KTX가 매진이 된 곳이 거의 없었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


아침에 나는 아무것도 먹지 않으려 했으나, 누나는 커피랑 샐러드를 사 와서 어머니랑 나눠 먹는 것을 보고, 단백질은 또 놓칠 수 없어서 계란 하나는 내가 먹었다.



아주 오래전에 구매했던 나이키 가방이다.

여행이나 등산 갈 때 항상 멨던 가방이다. 이날 이후로 손잡이가 갑자기 산산조각이 났다. 옆구리에 낀 물병은 전날 아울렛에서 델라 라나에서 옷을 산 뒤 받았던 물통이다.


호텔 맞은편에 있는 한샘이다.

옛날엔 어머니가 한샘을 좋아했는데 보는 눈이 넓어져서 여러 가구 브랜드를 보신다.



호텔이랑 그리 멀지 않은 신세계 백화점 센텀점이다.

우리나라... 아니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백화점으로 갔다. 옷이 든 종이백은 넣을 수가 없어서 내 가방만 집어넣었다. 아주 쏙 들어갔다. 무료 보관소라는 게 너무너무 메리트이다. 덕분에 어깨가 홀가분해졌다.



지하부터 들어갔는데 여기는 케이스티파이라는 스마트폰 케이스 전용 브랜드이다.

별생각 없이 지나치고 있었는데, 누나가 내 투명 케이스가 너무 누렇게 변했다고 케이스를 바꿔야 한다며 위 브랜드에 눈독을 들였다.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들어가자마자 관심이 생겼다. 너무 다양하고 이쁜 케이스가 많았고, 심지어 커스텀해서 케이스에 문구도 넣을 수 있었다. 그렇게 구매하러 갔다가 적용할 문구가 딱히 생각 안 나서 나중에 다시 오기로 했었다.



펭하 (사실 펭수 잘 모른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로 처음 봤던 것 같다)



배드블러드 팝업스토어다.

굉장히 핫해 보이는 게 줄이 굉장히 길었다. 하지만 잘 모르는 브랜드다. 무엇보다 슬쩍 보니 어머니 취향은 아니었다. 노래 Youngblood는 아는데...



백화점을 가야 하는데 지하를 왔다 갔다 하다가 실수로 쇼핑몰 쪽으로 길이 샜다.

기차 때문에 정말 뽕 뽑는다 생각하고 백화점만 돌아다녀야 했던 상황이었다.



누나 피셜로 여기가 그렇게 맛있다길래 와봤다.

비빔밥은 좋아하는데 솥밥? 누룽지도 별로 안 좋아해서 고민을 했다.

결국 어머니는 곤드레 영양 솥밥, 누나는 부챗살 솥밥, 나는 가지 소보루 솥밥을 주문했다.



... 매우 맛있었다.



사실 고든램지를 먹고 싶었다.

그런데 첫끼부터 밀가루는 우리 가족 모두 선호하지 않아서 솥밥을 주문한 것이다. 아니면 고든램지를 따로 시킬까?라는 말도 나왔지만 테이크 아웃도 안되고, 푸드 코트가 아니라 무조건 고든 램지 매장 안에서 먹어야 했기에 고든램지 시식은 다음으로 미뤘다.



평소에 에스컬레이터만 이용하는데 엘리베이터를 타봤다.

그런데 저렇게 살균기도 있고, 엘리베이터에 의자까지 있어서 어머니가 편하게 앉아서 갔다.



가구층...

나는 작은 소품일지언정 여기서 구매해서 들고 갈 여력이 없었다.



브랜드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서랍 같은 거였고, 색깔별로 있다고 저렇게 고리를 해둔 것이었다.



겐조(KENZO)라는 브랜드이다.

사진을 찍고 이게 인터넷에 올리면 안돼서 모자이크 처리를 심하게 해 뒀다. 지나가는 말로

"엄마, 여기 겐조 있는데 한 번만 가보세요."라고 했었다. 그렇게 어머니는 센텀점에서 처음으로 옷을 구매했다. 평소 어머니는 겐조의 시그니처인 호랑이를 좋아하지 않았고, 디자인도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에 디자이너가 니고(NIGO)로 바뀌면서 홍매화와 코끼리 위주로 로고가 프린팅 되었고, 좀 더 다채로워지고 이뻐졌다. 어머니는 평소 좋아하지 않는 걸 떠나 싫어했던 브랜드이다. 순식간에 어머니의 최애가 돼버렸다. 위 옷은 어머니가 살려다가 우리의 만류로 일단 킵을 해놨다. 그렇게 카라가 동그랗고 이쁜 와이셔츠 2개를 샀고, 어머니는 대만족을 하셨다.



귀엽길래 찍어봤다.



케이스티파이에서 'Keystone'이라는 문구로 케이스를 주문(해외배송)하고, 부산역으로 가는 길이다. 물론 내 가방은 찾았다.

비가 윽수로 많이 쏟아졌다. 그런데 버스가 버스정류장 앞까지 안 오고, 어설프게 표지판에 앞에 서서 기다리길래 비를 맞으며 올라탔었다.



누가 우산을 버렸다... 보기 힘든 공중전화기다…



부산역이다. 사람이 아주 많다. 다들 SRT나 KTX를 탈 것이다



어머니는 저번에 부산에 왔을 때도 갔던 부산 떡공방형제를 갔다.

나는 기억을 하는데 어머니는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하셨다. 그저 어머니의 본능이 '떡'을 향해 있었다. 그런데 팥빙수랑 전병만 사고, 정작 떡은 안 샀다...?



KTX를 탄다...



비가 온 뒤라 그런지 더 푸르고 더 밝았다.



다 KTX로 와서 그런지 시내로 들어가는 급행버스에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누나가 공항으로 갈 버스를 끊어야 해서 급행버스를 타고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내가 짐을 들고 가는 모습이다.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짐을 들기 위해서이다.

바지는 단 한번 잘 젖지 않다가 부산역으로 오는 버스 탈 때 다 젖었다...




이것으로 부산여행을 마쳤다.

우여곡절이 많은 여행이긴 했으나 나름 재미는 있었던 여행이었다. 어머니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는 옷을 구할 수도 있었고 말이다. 다만 한국에는 너무나 안 좋은 소식이 많았어서, 저번에 1편을 올리고 나서 마음이 불편해 1주일 뒤에 올리게 되었다. 내 글이 그리 영향력 있겠냐만은 그저 기분이 좋지 않아서였다. 폭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마음을 추스르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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