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소리'를 타고 다닙니다

소리의 세상을 즐겨라

by 누리장인
"자동차 문은 좀 화가 난 듯이 닫아봐야 한다. 문이 닫히면서 내는 소리의 중후함도 자동차 디자인의 품위를 드러내준다."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서 현, p.186,187》




청각, 후각, 시각, 촉각, 기능 등을 디자인의 구성 요소 라고 한다면 반드시 필요하진 않을지라도, 사용자들의 경험 공간을 확장시키는 것이 청각 바로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미디어 매체들을 탐방하다 보면, 우리는 시각적 요소에 시선을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보다는 그림이나 동영상에 끌리는 것도 상상력을 가동하는 데 힘을 들이지 않고, 쉽게 우리가 원하는 모습들을 화려하고 원하는 모습으로 실현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매체들은 색상, 형태, 움직임 등의 생동감 있는 시각적 자극을 통해 좀 더 쉽게 이해하고 인식이 가능하게 만들죠. 도파민 분비를 위한 보상에 이르는 과정을 극도로 생략하여 훨씬 빠르게 쾌감을 느끼도록 만들어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소리는 무슨 역할을 할까요? 요리를 예로 들어서 설명하자면, '식감'이 아마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식감을 맛의 일부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이 단맛이나 쓴맛, 신맛, 짠맛 등과는 다른 차원의 작용을 합니다. 맛을 좀 더 탄력적으로 이끌어내어 음식과의 진한 스킨십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맛의 장르를 더욱 확장시켜 주는 것을 식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포츠 경기를 예로 하나 더 들어보자면, '현장감'이 있습니다. TV를 통해서 보아도 선수들이 어떻게 뛰는지 경기 과정도 결과도 모두 보며 즐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티켓을 사서 볼 때는 TV로 보는 만큼 편하게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자리가 멀수록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신 그들의 정교하고 디테일한 모습들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선수들과 팬들이 내뿜는 열정까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티켓값 역시 바로 이 '현장감'의 가치를 포함하고 있죠.


'소리'와 더불어서,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인간과 '감성적인 연결'을 도와주는 매개체라는 것입니다. 유튜브 내 먹방(먹는 방송)에서 활용하는 인기요인이자 메인 장치인 ASMR, 즉 자율감각 쾌감반응은 청각과 오감을 통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군 복무 당시 특정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상황에서 먹방에서 흘러나오는 ASMR은 대리 만족을 시켜주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외에도 책을 넘기는 소리, 비가 내리는 소리, 콜라 캔을 따는 소리 등은 우리에게 안정감과 편안함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광고에서는 대표적으로 소리를 통해 라면 광고에서 면치기를 강조하거나, 과자 광고에서는 특히 비스킷류 스낵이 얼마나 바삭한지 드러내기도 합니다. 특히 맥주 광고는 탄산이 새는 소리와 목 넘김 소리까지 더하여 우리의 청각에서 시작하여 오감을 모두 자극하기도 합니다. 광고에 취해 당장 마트로 달려가게끔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거죠.


자동차의 문은 무게와 면적, 오일의 상태 등의 영향을 받아 소리가 변화무쌍합니다. 소리 하나로 차의 주인과 차의 이미지에 변화를 주기도 합니다. 이미지로 연결되기도 하며 닫을 때마다 부드러움이나 안정성 또는 기민함을 강조하기도 하며, 취향에 따라 이를 듣는 운전자들에게 찰나의 짧은 만족감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러한 디테일함은 디자이너들에 대한 경외심과 헌신을 떠오르게 만듭니다.



무시되는 것처럼 보이는 스쳐 지나가는 소리들은 상황에 따라 사물 고유의 아이덴티티와 캐릭터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우리의 말은 물론이거니와 노크 소리는 갯수에 따라 호기심을 일으키기도 하며, 바퀴 달린 의자가 구르는 소리로부터는 이에 따른 에너지나 어수선함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또한, 키보드 타이핑 소리는 강약에 따라 결기가 담긴 소통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와 같이 소리는 각기 다른 다양한 감정을 우리에게 전달합니다. 심지어, 부모님과 다투고 난 뒤 바람에 의해 닫힌 문조차 특유의 감정을 전달하기도 하죠. 물론 좋은 쪽으로는 아닐 것입니다.


이처럼 평소보다 다양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본인의 언행 및 소비 습관에 적용한다면, 우리의 무의식적인 감정을 세심하게 컨트롤함과 동시에 일상적인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에크하르트 톨레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에 나오는 글입니다.

당신이 무엇을 말하고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얼굴을 세상에 보여 주려고 하든 관계없이, 당신의 마음 상태와 감정 상태를 숨길 수는 없다. 인간은 누구든지 자신의 내면 상태에 해당하는 에너지 장을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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