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미 있는 스포츠
필요하다.
최근 KBO에서 AI 심판을 한중일 중 가장 먼저 도입하면서 꽤나 말이 많다. 사실 나는 야구를 보진 않는다. 축구는 종종 보고, 농구에 더 관심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특정 스포츠(sports)를 떠나서 스포츠 시장의 흐름 자체에는 상당히 관심이 많다. 호날두나 네이마르의 거취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시다시피 중동 시장이 새롭게 개척하는 스포츠 산업을 알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최대 이슈 중 하나이다. e-스포츠부터 각종 스포츠와 네옴시티 등 오일머니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시도하는 분위기이다.
하여튼 게임도 e-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기는 했지만 자고로 '몸으로 하는 스포츠' 자체는 인간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직접 공을 던지기도 하고, 손으로 치기도 하고, 발로 차기도 하고, 심판까지 보기도 하는 '놀이'다. 이것이 발전한 것이 바로 '스포츠'이다.
AI 심판 도입은 아무래도 조금 꺼림칙한 부분도 있다. 과거 인공지능은 약 8-9년 전 이세돌 vs 알파고를 통해 굉장히 큰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심판도 아니고 직접 플레이어로 출전한 거라 다르긴 하지만 소위 인간미가 퇴색된 스포츠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사건이다. 바둑은 마인드 스포츠로 농구, 축구, 야구와는 다른 의미를 가지긴 했지만, 감정이 오고 가고 실수가 결과로 이어지는 여느 스포츠와 똑같이 심리전이라는 게 펼쳐진다. 이는 사람만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데, 스포츠에 AI 심판이 도입되는 것 역시 감성적인 측면과 인간적인 면모가 보이지 않을 우려가 있다. 고로 '인간미가 퇴색된 스포츠'를 경험할지 모른다.
선수들이 격앙되고 과열된 상황을 마-냥 선호하진 않을 것이다. 비록 그들이 프로일지라도, 승리와 유희가 고픈 스포츠 속에서 스트레스까지 받아가며 운동하는 것은 솔직히 나름의 만족감을 저하시킨다. 하지만 선수들도 그렇고 팬들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그 또한 지나고 나면 추억으로 남을지 모른다. '그땐 그랬지~' 하면서 말이다. 경쟁스포츠인만큼 작은 스파크(spark) 정도는 당연할지 모르는 사회에서 AI 개입으로 인해 너무나 객관적이고 기계적인 흐름만이 전개된다면 자극적인 요소가 현저히 줄어들 거라 본다. 선수나 감독들이 심판들과 대립하는 것이 기억 속에 훨씬 각인이 되는 마당에 아쉬움이 남을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축구에서 이천수 선수가 말디니 뒤통수를 때린 걸로 콘텐츠를 만들거나, 이을용 선수가 을용타라는 별명으로 예능계를 활보하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얼마 전 돌싱포맨에 나온 김태영 선수는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작은 반칙을 했다는 것을 털어놓기도 했는데, 에피소드를 푸는 모습만 보더라도 나름의 재미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이러한 상황을 봤을 때 때로는 그런 원초적인 장면들이 가슴을 들끓게 만들기도 한다. 예능 프로에서 활용되거나, 밈으로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심판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주관적인 시각으로 한번 얘기해 보겠다.
AI 심판 도입으로 인간미가 다소 줄어든 스포츠에서 오심은 굉장히 줄어들 것이다. 프로 선수 입장에서는 선수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반기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지나친 허슬 플레이로 반칙 실력도 겸비(?)한 선수들이라면 반감을 드러낼 수도 있겠다. 대놓고 그러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물론 실력이야 좋지만 반칙으로도 유명한 선수로 '허슬맨' 로드맨, '트레블링 고트' 르브론 제임스, '신의 손' 마라도나 등은 꽤나 덕을 많이 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오심과 반칙은 스포츠에서 누가 뒤통수를 맞거나 싸커킥을 맞고 싶겠는가? 상대를 다치고, 결과를 뒤바꿔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팀뿐만 아니라 개인의 커리어 그리고 스포츠의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 단순히 추억으로 치부하기에는 그들의 길고 긴 고난과 헌신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누군가 찰나에 남긴 판단에 의해서 말이다. 그들이 선수가 되기까지 훈련의 과정과 노력을 생각해 보면 AI 심판은 분명 필요하다. 알파고 덕분에 바둑의 인기가 치솟고, 알파고 덕분에 오히려 바둑의 수준이 올랐다는 얘기를 들어보면, AI 개입은 해당 스포츠의 레벨과 퀄리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정성을 확보하고 경기 흐름을 더욱 신속하고 깔끔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경기 템포에도 영향을 주고 특히 빠름을 강조하는 대한민국 특유의 정서를 놓고 보자면 긍정적인 면이 굉장히 많다.
선수와 감독 그리고 심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싸움으로 불편할 일도 현저히 적어질 것이다. 항상 이런 스포츠의 오심 뒤에는 심판들 역시 감정적으로 힘든 경우도 많다. 그들 역시 사람인지라 실수할 수도 있고, 실수로 인해 선수들이나 감독들 그리고 팀이 피해를 입는다면 부담감과 죄책감을 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동작 하나 말 하나에 수천수만 명 아니... 브라운관을 넘어 몇억이 넘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 스포츠 같은 경우는 팀 스포츠보다 더욱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예민할 수 있는데, 투기 스포츠는 사람이 다치는 종목이다 보니 팬들의 비난이 매우 거센 걸로 안다. 당연히 항의하는 감독이나 선수도 마냥 마음이 편하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KBO에 도입된 AI심판이 좋은 평을 받고 있진 않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단순히 판정을 잘하는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최초 도입이라는 건 일종의 도전 정신을 내포하고 있는데, 처음인 만큼 너무나 낯설고 알 수 없는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심판이나 선수나 감독이 기존의 개념을 탈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심판은 차치하더라도 포수와 타자가 규격화된 스트라이크존에 따라 자세가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 투수 역시 본인의 전략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항상 그 자세로 훈련하던 선수들은 다시 새롭게 본인의 포징을 세팅해야 할지도 모른다. 딱 그 선수들의 입장이 되진 못해서 객관성은 떨어질지 모르나 내 생각은 그렇다. 기존 규칙과 일치하지 않은 모습으로 인해 생겨난 차이를 메꾸는 것은 오롯이 그들의 몫이 된 것이다. 벤치마킹할 곳도 없고 스스로 찾아내야만 한다.
얼마 전 3월 28일 삼성-LG전에서 폭우로 인해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가 산출한 정보를 전달받는 수신기가 고장 나는 일이 발생했었다. 다행히 주심의 수신기만 문제가 있고 다른 심판들의 수신기를 통해 판정을 대신 전달받을 수 있었다. ABS의 자체적인 결함은 아니었기에 다행이지만, 앞으로 0.1초가 아쉬운 스포츠 세계에서 결과에 최대한 지장이 없도록 초기 대응을 확실히 하고, 환경 및 날씨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신속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예비 수신기를 가지고 있거나 가장 중요한 주심을 위해서라도 2차적으로 예비 인원을 배치하거나 말이다. 이뿐 아니라 어떤 문제가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물론 해당 업계에 몸 담고 계신 분들은 나보다 훨씬 전문적인 분들이니 더 잘 알고 더 잘하시겠지만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노파심에 글을 써보았다. 앞으로 야구뿐 아니라 타 종목에서도 AI를 활용한 다양한 시스템이 도입될 텐데 미래 스포츠가 성장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매우 기대되는 바이다.
아마 우리가 추구하는 인간미 있는 스포츠라는 것은 다른 방면으로 또 우리를 즐겁게 해 줄 것이다. 걸어 다니던 사람들이 말을 타고 말을 타던 사람들이 자동차를 탔으며 비행기를 타고 이젠 우주선까지 탄다. 지금 당장은 뭔가 불만족스러울지 모르나 우리는 분명 무언가를 찾아낼 것이다. AI가 사람이 즐기는 스포츠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지 아직은 감히 예측할 수 없지만, 사람도 AI도 발전하는 존재이니 이를 어떻게 즐길 것인지는 팬들의 몫인 것 같다.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9869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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