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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장인 Jul 02. 2024

70대 이모들께서 각시라고 불렀다

우리 엄마가 각시라고?

 오늘은 짧지만 기분 좋은 글을 써보려고 한다. 평소와 달리 짧다보니 독자님들에게는 죄송하다.


 우선 '각시'라고 불린 주인은 60대인 우리 어머니시다. 아쉽게도 내가 옆에 있던 건 아니라서 상세하게 전달할 순 없을 것 같다.


 기분 좋은 글이라고는 했지만, 하나는 어떻게 보면 안 좋은 일, 두 개는 좋은 일이다.

 안 좋은 일 먼저 소개하자면, 얼마 전 어머니께서 저녁 약속이 있으셔서 잠깐 나가신 적이 있었다. 같이 식사하신 분이 보톡스 좀 그만 맞으라고 했단다. 그런데 어머니는 단연코 한번도 보톡스를 맞은 적이 없다. 아니라고 하긴 했지만 기분은 안 좋으셨던 것 같다. 보톡스를 맞는 사람이 이상하다고 하는 건 아니고, 그저 어머니 나름의 자부심이다. 맞질 않았는데 맞지 말라고 하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사실 가족 내력이 볼살 있는 편이라 다른 덴 살이 빠져도 볼살이 당췌 빠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어머니는 몸무게가 많이 안 나감에도 불구하고 이런 얘기를 종종 듣는다.


 다음은 좋은 일들이다.


 두번째는, 보톡스 얘기가 나오기 1주일 전 일이다. 

 어머니는 누나와 함께 백화점을 갔다. 누나 말로는 70대로 보이는 분이 옷을 이쁜 입었다며 어느 브랜드 옷인지 물어봤다고 한다. 이날 델라라나의 라운드 카라의 하얀색 셔츠를 입고 계셨다. 작년부터 자주 입으신 옷은 최근 들어 즐겨 입으시는 같다. 칭찬일 뿐인데 상당히 기뻐하셨다고 들었다. 물론 겉으로 티는 내셨다는 후문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복장은 백화점과 동일했는데, 아까 말했던 저녁 약속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셨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70대 이모 두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계시다가 들어오는 어머니를 보고는 말했다.


"각시가 탔네~"

"생각보다 나이 좀 먹었어요~"

"그래요? 50대?"

"60대에요~"

"우린 70대인데~"


 그 사이 이미 집이 위치한 층에 도착했다고 한다. 물론 백화점에서 만난 분들과는 다른 사람들이다. 그때는 70대로 보이는 분들이셨다면, 이번엔 본인들이 대화 중에 직접 70대라고 밝히셨다. 평소 칭찬 받은 일을 얘기 안하시는 어머니가 통화하시는 걸 듣고 알게 된 사실이다.


 그렇다. 이 글은 우리 엄마 동안이라고 알리고 싶은 글이다. 그나저나 라운드 카라의 와이셔츠도 한 몫하는 것 같으니 자주 입으시라고 해야겠다. 혹시 모르니 독자분들이나 부모님들에게도 둥글둥글한 옷을 권해보길 바란다.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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