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시작

생명은 어떻게 탄생하였을까?

by 윤영민


생물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 어릴 적에 나는 주변에 놓인 돌이나 물 같은 무생물들이 어떻게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생물이 될 수 있었을까, 하고 의문이 품었다. 의식을 가지지 않고 그저 정적인 사물에 지나지 않은 무생물들이 어떻게 복잡한 사고를 가진 인간의 형태까지 나아가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었을까?


무생물에서 탄생한 생물은 단순히 무생물들의 집합인가? 아니면 현실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요소(의식, 영혼 같은 개념)가 생물에 깃들어 있는 걸까? 만약에 의식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 실상은 사실 시냅시스에 의한 생화학적인 작용이라면, 생물과 무생물을 명확하게 나눌 기준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는 생물일까, 무생물일까? 바이러스는 정보를 지닌 핵과 핵막을 가지고 있지만, 생명의 필수적인 능력인 대사작용을 할 능력이 없다. 단지 다른 진핵세포에 침입해서 대사작용을 할 수 있는 물질들을 빌려 쓰며 자신을 복제하고 유지할 뿐이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생물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경험적으로 바이러스가 여느 생명처럼 자신을 복제하고 보존하려는 경향을 가진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과연 우리가 정한 생물의 조건이란 합당하고 명확한 것일까?


나는 무생물의 과학적인 현상이나 생물에 의해 파생되는 모든 현상, 심지어 인간의 자각 능력까지 전부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감정이나 생각은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중력의 법칙처럼 지극히 자연스럽고 과학적인 현상이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 형이상학적인 사고는 단지 뇌과학에서 뉴런이 서로 신호를 보내고 시냅시스가 작용하는 현상일 뿐이다. 즉, 우리는 물질적으로 완벽하게 설명된다. 이는 생물의 비물질적인 요소(정신, 영혼 등)에 대한 부정과 인간의 자유 의지, 도덕적 책임, 개인적 정체성 등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이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면 과학적으로 무생물에서 생물이 탄생하는 과정은 어떻게 될까?

생물은 크게 단세포와 다세포라는 개념으로 분류된다. 또한 전자는 원핵세포와 진핵세포로 나뉘는데, 이 중 진핵세포가 모이면 다세포 생물이 된다. 진핵세포에서의 핵심은 원시세포와 미토콘드리아라는 박테리아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에너지로 환원할 수 있는 능력(세포 호흡 혹은 산소 호흡이라고 한다.)을 가지게 된 원핵세포인 알파 프로박테리아에서 기원한다. 이러한 미토콘드리아를 삼킨 원시세포는 진핵세포가 되고,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해 대사작용을 할 수 있게 된다.

진핵세포가 모여서 형성되는 다세포 생물은 하나의 생명이다. 단일세포가 홀로 독립된 생명체가 되는 것과는 달리 진핵세포는 여러 세포가 모여서 하나의 생명체를 구성한다. 다세포 생물에서 각각의 단일세포들은 생명체가 아니고,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며 소속된 생명체의 기능을 유지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삼켜지고 대부분의 능력을 잃어버리지만, 매우 중요한 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그 후에 지니게 된다. 그 현상은 바로 '세포 자살'이다. '세포 자살'이란 생명체가 스스로 선택한 세포를 제거하는 과정이다. 왜냐하면 생명체의 기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다른 세포한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손상된 세포나 비정상적으로 변화한 세포(예: 암세포)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세포 자살'을 주도하는 미토콘드리아는 선택된 세포 안에서 같이 사멸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세포가 하는 '자살'이다. 놀랍지 않은가? 한 세포가 자신이 속한 생명체의 존속을 위해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지우는 것이다. 모든 생명들에게 생존과 보존의 경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이 현상은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현상인가? 아니면 '세포 자살'은 생명체가 아닌 단순히 단일세포에게만 해당하는 것일까? 다세포 생물이 수많은 진핵세포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단일세포가 자살을 하는 현상은 일종의 공리주의적인 성질을 띠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포는 스스로를 의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이러한 현상은 각 세포가 생명체를 위해 희생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의 생물들은 무생물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을 가진다. 끝없이 자신을 복제하고 보존하려고 하며, 이러한 현상은 생물 자신이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진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생물은 환경의 압력에 의해 생존하려는 특성을 갖추게 된 것일 뿐, 그 과정에서 생물 자신의 의식이나 욕구는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 그저 어떤 생물은 죽고 생존에 유리한 특성을 지닌 생물은 살아남아서 스스로의 특징을 새로운 세포에게 전승한 결과, 자연스레 생존과 복제에 적합한 메커니즘을 가진 생물들이 남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위의 '세포 자살'은 복제와 보존의 주체 혹은 대상이 단일세포가 아닌 다세포 생물 자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간단하게 말해서 자연선택으로 인해 전승된 본능의 메커니즘이 그 자체로 자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다세포 생물까지 넘어가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그 메커니즘 속에서 의식이 없는 단일세포는 스스로 사멸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의지는 없지만 생명체에게 전승되는 특성으로 구성되는 메커니즘은 '생존본능'과 비슷하게 귀결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과 같은 다세포 생물이 스스로를 자각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면서 이러한 메커니즘도 금이 가기 시작한 것 같다.

'나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의 세포에 각인된 메커니즘을 인식하고 동시에 부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생물이 바로 인간이다. 우리는 그저 살아남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의지가 삶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의 자각 능력은 생존의 메커니즘과 충돌해서 인간의 자살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스스로를 행복에 따라 움직이는 독립된 개체라고 인식하게 된 것이다.

진핵세포들은 왜 모여서 다세포 생물을 이루게 된 걸까? 단순히 단일세포들이 서로에게 각인된 메커니즘으로 인해 형성된 협력 관계인 것일까? 그렇다면 '세포 자살'은 왜 일어나는가. 아니면 복제와 보존의 메커니즘의 주체 혹은 대상은 단일세포도, 다세포 생물도 아닌, 모든 종 전체인 걸일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간의 삶에 대한 세 가지 고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