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실력이 늘어야만 하는 이유
나의 그림 실력이 늘어야만 하는 이유는.
내가 가진 기억이 또렷하고도 경이롭기 때문이다.
먼저, 태어나서 영유아기를 보낸 전통 한옥...
고리짝 한옥의 제대로 된 기둥과 돌기와에 널따란 한 통나무 마루.
재래식 아궁이와 그보다 더 재래식이었던 화장실.
꾸안꾸 버려둔 것 마냥 시선 차폐 중정형 꾸안꾸 마당.
희한하게도 잊히지 않는 곰팡이가 약간 핀 7미터 정도의 맨드라미가 우거지게 피어나던 좁다란 골목.(건축 전공자 시절인 20대에 마지막으로 방문했으니 수치는 거의 정확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태껏 나를 목마르게 하는 자연 우물의 펌프 시스템. (빠질 뻔 한 적 다 수)
다음으로는 신혼집.
길 고양이들이 첫째를 임신한 나를 맴돌며 가깝게도 오지 않고 멀어지지도 않으며 위안을 전하던 그 시기.
개발의 소용돌이와 집주인의 야욕으로 그 집에서 내쫓기며 변화와 역동의 시기를 겪었지만.
고양이가 그리워 역경의 어둠을 털고 다시 찾아가기를 여러 번.
살던 집이 사라지고 아깽이가 성냥이가 될 만큼 꽤나 흐른 시간에도 서로를 알아본 애틋함이 무언가를 소중하게 기억하는 것을 학습하게 도왔다.
얼추 기억이 나는 이 순간.. 남겨두고 싶다.
지금은 모두 멸실의 과정을 거쳐버린 나의 추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