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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폐지

물은 고이면 썩는다

by 다소느림

검찰청 폐지, 그리고 공소청의 등장


정부는 검찰청을 없애고 ‘공소청’을 새로 만들겠다고 한다.
검찰이 쥐고 있던 수사권은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어가고,

공소청은 오직 기소와 공소 유지만 담당한다.
말 그대로 검찰은 수사기관에서 기소기관으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검찰 권력 분산’이라는 명분이 선명하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불안이 더 크게 다가온다.


경찰, 새로운 독점자가 될까


이미 경찰은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쥐고 있다.
이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 기능까지 사라지면,

경찰은 사실상 수사의 유일한 독점자가 된다.


공소청이 남아 있다고 해도,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에서 사건을 되돌려보내는 것 말고는

경찰을 강하게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견제 없는 힘은 늘 위험하다.
우리가 이미 해방 직후 경찰의 횡포를 경험했고,

검찰 독점의 폐해를 지난 수십 년간 겪어온 것처럼 말이다.


역사 속에 남은 교훈


해방 직후, 경찰 독점 → 고문과 수탈.

박정희 정권, 검찰 강화 → 정권의 칼로 변질.

민주화 이후, 검찰 독주 → ‘무소불위 권력’이라는 비판.


그리고 이제는 경찰에게 힘이 다시 몰리고 있다.
이 흐름은 단순한 제도 개편이 아니라,

권력 독점의 순환 고리다.


새로운 기구들은 믿을 수 있을까


공수처는 출범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중대범죄수사청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초기에 검찰 특수부만큼의 역량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그 사이 경찰은 이미 막강한 조직과 인사권,

정보망을 바탕으로 실질적 힘을 쥐게 된다.

결국 공소청이 기소만 담당하는 구조 속에서,

경찰을 누가 견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헌법적 혼란까지


헌법에는 여전히 ‘검찰’과 ‘검찰총장’이 명시돼 있다.
단순히 정부조직법만 고쳐서 검찰청을 없애고

공소청으로 대체하는 방식은 위헌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제도적 안정성이 없는 개편은 오히려 신뢰를 무너뜨린다.


결국 중요한 건 ‘균형’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그 방식이 경찰 권력 집중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또 다른 괴물을 키우는 일일 뿐이다.


역사는 이미 답을 알려주었다.
힘은 나누지 않으면 반드시 썩는다.

검찰청 폐지 논란이 위험한 이유는,

단순한 기관 개편이 아니라

대한민국 권력 균형 자체를 흔드는 실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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