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추석 황금연휴

길어진 추석, 길어진 불안

by 다소느림

누구에게는 쉼이지만 누구에게는 불안이다


2025년 추석 연휴는 역대급이다.
달력을 펼쳐보면 10월 4일부터 12일까지,

단 하루 연차만 붙여도 9일의 긴 휴가가 가능하다.

언론에서는 벌써 “황금연휴”라며 들떠 있고,

항공권은 이미 동이 났다.

하지만 나는 이 풍경을 마냥 반가운 시선으로만 보지 못한다.


쉬는 날,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버틴다


긴 연휴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꿀 같은 휴식이다.
평소에 눈치 보며 쓰지 못했던 휴가를 마음껏 쓰고, 여행도 떠나고,

오랜만에 가족과 여유를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일이 있어야만 돈을 버는 사람들에게는

긴 연휴가 곧 ‘소득의 공백’을 의미한다.
도배처럼 건축 시공에 종사하는 내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일당은 쎄지만,

일이 있어야만 나가서 돈을 번다.

연휴가 길어지면 당연히 일감도 끊긴다.


결국 같은 9일을 두고도,

누군가에겐 황금 같은 시간이고

누군가에겐 불안의 나날이 된다.


내수는 살아날까, 해외로 빠져나갈까


정부와 언론은 긴 연휴가 내수 경기 진작에 도움이 될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사람들은 길어진 휴가를 국내에서 소비하기보다는 해외로 향한다.

항공·면세업은 특수를 누리지만,

동네 식당이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손님을 잃는다.


경기가 좋을 때라면 몰라도,

요즘처럼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시기에는

‘황금연휴’가 ‘내수 활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돈이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구조가 더 뚜렷해진다.


결국, 연휴는 사회의 거울이다


달력 속 같은 연휴지만,

그 의미는 계층과 직업에 따라 갈린다.
월급제 직장인에게는 휴식이자 보너스이지만,

자영업자와 일용직 노동자에게는 생계의 불안이 된다.

긴 연휴가 사회 전체에 평등한 축제가 되지 못하는 이유다.

나는 이번 추석이,

단순히 쉬는 시간을 넘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균형”을 드러내는 거울이 될 거라 생각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국민을 기만한 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