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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기만한 대가

책임 없는 자유는 없다

by 다소느림

이미지 추락의 상징


1990년대 후반, 유승준은 가요계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였다.

폭발적인 춤과 노래, 모범 청년 이미지는 수많은 팬들에게 ‘롤모델’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이제 ‘병역 기피’와 ‘국민 기만’의 대명사로 불린다.

단순히 군대를 회피한 사건이 아니라,

한 사회가 개인에게 가졌던 신뢰가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기만의 시작


많은 이들이 오해한다.

“군대를 안 간 게 뭐 그렇게 큰 문제냐”고.

그러나 본질은 다르다.
유승준은 수차례 방송에서 “군대는 반드시 간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본 공연, 미국 공연을 핑계로 출국한 뒤,

곧바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게다가 그는 이미 공동체로부터 배려를 받고 있었다.

현역 복무 대신 방위병으로 6개월만 근무하면 되는 길이 열려 있었고,

연예 활동과 수익 창출도 허락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는 그마저도 외면했다.

이 지점에서 사람들은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제도와 국민을 철저히 이용한 기만이라고 느낀 것이다.


본인의 선택, 책임의 부재


뒤늦게 유승준은 “아버지의 강요가 있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대중에게 변명으로만 들렸다.
이미 그는 한 사회의 공인이었고,

수많은 청년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위치에 있었다.

스스로 한 약속에 책임을 지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였다.


하지만 그는 선택의 책임을 회피했고,

다시 한 번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


공동체 의무 VS 개인의 자유


시민권 취득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한국이라는 공동체에서 사랑과 명예, 부와 기회를 얻은 사람이

공동체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의무를 저버렸을 때,

사회는 그것을 배신으로 본다.


특히 군 복무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대한민국 남성 모두가 감내해야 하는 형평성의 문제다.

이 문제를 가볍게 만든 순간,

그는 영원히 공동체와의 계약에서 이탈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끝내 닫혀버린 문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그는 “한국 땅을 밟고 싶다”는 호소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국민 정서는 쉽게 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단순한 병역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상대로 한 기만극이었기 때문이다.

한 번 잃어버린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남겨진 교훈


유승준 사건은 지금도 우리에게 묻는다.
개인의 자유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명제와,

공동체 의무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이 충돌할 때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책임 없는 자유는 존중받을 수 없으며,

국민을 속인 자에게 두 번째 기회는 쉽사리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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