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금리 인하

위험한 선택

by 다소느림

달콤한 인하의 유혹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렸다.

표면적인 이유는 경기 둔화와 고용시장 약화다.

숫자로 보면 맞는 말이다.

실업률은 조금씩 올라가고,

성장세도 둔화되는 조짐이 보인다.

연준은 이를 “위험관리형 인하”라고 부른다.

마치 불이 번지기 전에 미리 물 한 양동이를 끼얹는 조치처럼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불이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라는 데 있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3% 안팎에서 꿈틀거리고,

연준이 목표로 삼는 2%는 아직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내린다는 건,

단순히 경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정치의 그림자


다가오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번 금리 인하는 자연스럽게 정치적 해석을 낳는다.

트럼프가 집권기에

줄곧 파월 의장을 압박하며 금리 인하를 요구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이번 인하 역시 결과적으로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경기 부양은 곧 표심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독립적인 기관이라고 말하지만,

정치의 시간표와 경제의 시간표가 묘하게 겹치는 순간이 오면,

늘 “정말 독립적인가?”라는 질문이 생겨난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파월의 마지막 장면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2월까지다.

그는 지금 자신의 마지막 장면을 그리고 있다.

고물가를 꺾어낸 강경한 의장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고용을 지켜낸 조율자로 기억될 것인가.

이번 인하는 후자에 더 가까운 선택이다.

그러나 이 선택은 동시에 “정책의 독립성”을 흔드는 리스크를 품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인플레


지금의 인하는 시장에 달콤하다.

주식은 들썩이고, 달러 약세 기대는 커진다.

하지만 인플레가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의 인하는 위험하다.

경기를 살리려다 되레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와 물가 사이, 양손에 불씨를 동시에 쥐고 있는 셈이다.


정치와 경제의 줄타기


연준의 금리 인하는 단순한 경제적 판단일까,

아니면 정치적 계산이 얽힌 결과일까.

아마 두 가지 모두일 것이다.

시장은 환호하지만, 그 환호가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인하는 경제를 지키려는 카드이자,

정치의 눈치를 본 카드일지도 모른다.


결국 남은 건, 앞으로의 데이터가 모든 의심을 덮어줄지,

아니면 새로운 논란을 부를지라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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