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어디에 있는가
아이폰 17이 공개됐다.
늘 그렇듯 발표장은 환호로 가득했지만,
정작 한국 사용자들의 마음은 묘하게 공허하다.
성능은 또 한 번 올라갔고, 카메라는 더 정밀해졌으며,
배터리는 길어졌다.
그런데 왜 ‘혁신’이라는 단어는 피부로 와닿지 않을까.
아이폰 11에서 16으로 넘어왔을 때
느낀 실망감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었다.
칩셋은 빨라지고 발열은 줄었지만,
메시지를 보내고 영상을 보는 경험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드웨어의 진화가 이미 과잉 스펙에 다다른 지금,
사용자 입장에서 “달라졌다”는 감각은 희미해진다.
삼성은 플립·폴드로 새로운 길을 제시했지만,
접어서 주머니에 넣을 땐 편리해도,
정작 쓸 때는 펴야 한다는 모순이 남는다.
애플이 그 길을 따라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애플이 살아남으려면 남을 따라가기보다는 ‘애플다움’을 지켜야 한다.
애플이 강조하는 ‘AI 혁신’은 정작 한국에선 그림의 떡이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일부 국가,
영어 중심으로만 서비스된다.
한국 사용자들은 여전히
“비싼 값 주고 산 최신폰에서 핵심 기능은 못 쓰는” 불편함 속에 있다.
아이폰의 매력은 ‘남다름’이었는데,
지금은 ‘반쪽짜리 경험’만 남았다.
결국 아이폰의 혁신은 시리의 진화에 달려 있다.
단순히 알람 맞추고 노래 틀어주는 수준을 넘어,
AI 어시스턴트로서 일정 관리, 메시지 요약,
기기 간 연동까지 해결해줄 때
비로소 아이폰은 다시 한 번 ‘혁신’이라는 이름을 되찾을 수 있다.
아이폰은 아이폰다워야 한다.
접는 폰도, 반쪽짜리 AI도 필요 없다.
지금 애플이 보여줘야 할 건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기본부터 제대로 된 혁신,
즉, 시리의 진화다.
그것이 곧 아이폰이 다시 세상을 놀라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