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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인가, SNS인가

업데이트가 남긴 질문

by 다소느림

카톡의 대변신, 왜 불편할까


최근 카카오톡의 대규모 업데이트는

많은 이용자들의 혼란을 불러왔다.
연락을 위해 켜던 메신저가

어느 순간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처럼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친구 목록 대신 피드가 펼쳐지고,

숏폼 영상이 올라오며,

광고가 자연스럽게 끼어든다.

사람들이 느낀 가장 큰 불편은 간단하다.
“연락하려고 카톡을 켰는데, 원치 않는 SNS를 보게 된다.”


개발자들도 불편했을까?


일각에서는 카카오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우리도 카톡을 쓰는 사용자다, 이런 업데이트를 원했겠느냐”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기사로 전해졌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전략적 방향성과 현장의 불편함이 충돌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결국 회사는 알고도 밀어붙였을 것이다.


“불편하더라도 결국 쓸 수밖에 없다”는 카카오톡의 독점적 위치,
그리고 SNS화가 가져올 데이터와 광고 효과가

더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일 테다.


인스타를 의식한 흔적


이번 개편은 Z세대 이탈을 막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요즘 10대·20대 초반은 카톡보다 인스타 DM이나 디스코드를 더 즐겨 쓴다.
“카톡은 부모님, 선생님과 연락할 때 쓰는 앱”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런 불안감 속에서 카카오는 인스타그램의 피드,

틱톡의 숏폼을 그대로 가져왔다.
하지만 이미 젊은 세대는 인스타와 틱톡에서 충분히 놀고 있다.
메신저 본질을 잃어가면서까지 따라가는 것이 과연 해법일까?


카카오의 진짜 강점은 따로 있다


많은 이용자들이 공감하는 카카오의 가장 큰 무기는 따로 있다.
바로 송금하기와 선물하기.

전화번호만으로 계좌 이체가 가능한 간편 송금,
부담 없이 주고받는 소액 선물 문화는 카카오톡만의 독보적 영역이다.

만약 카카오가 고도화할 방향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 아닐까.


조용히 송금받기: 회비 모금 시 단체방에 표시되지 않고 방장만 확인

단체 선물하기: 친구들이 함께 금액을 모아 하나의 선물을 보내기

AI 추천 선물: 대화 맥락에 맞는 선물 자동 추천


이런 기능이 추가되었다면,

사람들은 불편 대신 편리함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카카오톡이 지켜야 할 것


메신저의 본질은 가볍고 빠른 소통이다.
거기에 생활 금융과 선물을 더해

카카오는 이미 ‘국민앱’의 자리를 굳혔다.

지금 필요한 건 인스타그램을 따라잡는 시도가 아니라,
메신저 본연의 단순함을 지키면서

생활 플랫폼으로 더 깊이 뿌리내리는 길이 아닐까.


“메신저냐, SNS냐”


이번 업데이트가 남긴 질문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카카오톡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우리는 또 불편을 감수하며 지켜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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