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함이 만든 빈틈
광주 전남대 앞을 지나가다 보면
눈에 띄는 웅장한 건물이 있다.
바로 신천지 베드로지성전이다.
몇 층짜리 건물 외벽에 걸린 간판은 당당하고,
내부는 대형 교회 못지않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심지어 내가 살고 있는 첨단 신도시의 공원에서도
신천지 행사를 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문제는 이런 행사가 지자체의 허가를 받고 진행된다는 점이다.
과연 우리는 안전한가?
아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사이비 종교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 뿌리는 우리 사회의 허술한 틈 속에 있다.
1) 불안한 사회와 구원 서사
한국 현대사는 전쟁, 분단, IMF, 코로나까지 거대한 불안으로 이어졌다.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위로와 답을 찾고,
그 빈틈을 사이비가 파고든다.
2) 제도 종교의 신뢰 상실
기존 교단마저 비리와 분열에 얼룩지자,
“새로운 구원자”를 자처하는 교주가 등장할 여지가 생겼다.
신천지, JMS, 통일교가 모두 이 틈새를 타고 성장했다.
3) 정치·경제권과의 결탁
사이비 단체들은 헌금으로 막대한 자금을 모아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때로는 해외 정치인까지 끌어들였다.
종교라기보다는 기업이자 로비 집단에 가까운 셈이다.
광주는 청년·학생 인구가 많고,
문화적으로 개방된 도시다.
이런 특성은 신천지 같은 신흥 종교에겐 최적의 조건이다.
“문화 행사”, “봉사 활동”으로 위장한 포교가
대학가와 신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지자체와 공직 사회의 허술한 대응이다.
건축 허가, 행사 허가, 심지어 고위공직자 중 일부가 특정 종교단체와 연루돼 있다는 의혹까지 심심찮게 나온다. 시민 입장에서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지점이다.
1. 법과 제도의 강화
종교단체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범죄가 종교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지 않도록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2. 공직 사회의 청렴성
특정 종교단체와 이해관계가 얽힌 공직자는
공익적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철저한 걸러내기가 필요하다.
3. 시민의 면역력
비판적 사고 교육, 피해자 지원,
지역 사회 감시 네트워크가 강화되어야 한다.
광주에서 사이비 행사나 건축물이 눈에 띄는 이유는
단순히 종교적 자유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라는 도시를 사랑하는 한 시민으로서,
신천지 베드로지성전 앞을 지날 때마다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첨단의 공원에서 버젓이 열린 그들의 행사를 보면서,
과연 이 도시는 안전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이비 종교의 문제는 단순히 ‘특정 교단의 일탈’이 아니다.
법과 제도의 허점, 정치와 종교의 결탁,
시민사회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구조적 산물이다.
우리가 눈을 감는 사이,
그들은 더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
이제는 “종교의 자유”라는 말 뒤에 숨은 그림자를 직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