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준비
“잼버리의 악몽은 다시 없을 거라 했다.”
하지만 그런 말,
우리는 너무 많이 들어봤다.
결국은 열어봐야 안다.
경주 APEC,
그 뚜껑이 이제 곧 열리기 시작한다.
요즘 뉴스 화면 속 경주는 완벽하다.
보문단지 입구에는 APEC 로고가 반짝이고,
거리엔 ‘세계가 찾는 도시’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정부는 “준비에 차질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장은 조금 다르다.
도로 정비와 숙박 리모델링,
인프라 보완 공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10월 중순, 행사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완공’이 아니라 ‘공정률’이라는 단어가 여전히 오르내린다.
외형은 갖췄지만,
속이 비어 있다면 그건 보여주기식 완성이다.
그런 장면을 우리는 이미 본 적이 있다.
바로 2023년 새만금에서였다.
당시에도 모두가 말했다.
“걱정 마라, 준비 다 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세상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다.
그 한 번의 실패로
‘한국은 대형 국제행사를 제대로 치를 수 있는가’라는 의심이 생겼다.
경주 APEC은 그 의심을 씻을 마지막 기회다.
그래서 이번엔 정말,
‘실수하면 안 된다.’
솔직히 시민들은 ‘무조건 완벽하길’ 바라진 않는다.
다만 “이번엔 제발 기본이라도 제대로 해달라”는 바람뿐이다.
숙소는 깨끗해야 하고,
통역은 매끄러워야 하며,
교통과 통신이 멈추지 않아야 한다.
행사장 밖에서 길을 묻는 외국인에게
누군가 친절히 안내할 수 있다면,
그게 진짜 국격이다.
홍보는 이미 충분하다.
하지만 홍보로는 품격을 만들 수 없다.
그건 현장에서,
사람의 손으로 증명되는 일이다.
경주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의 도시이자,
천년의 시간을 품은 고도다.
이번 APEC은 그 이름을 세계 무대에 새길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역사를 품은 도시’ 대신 ‘부실의 도시’로 남을 수도 있다.
제2의 잼버리는 없어야 한다.
경주는 단순한 개최지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앞에 서는 마지막 리허설의 무대다.
준비가 끝났다는 말보다
“마지막까지 점검하겠다”는 말이 더 믿음직하다.
완벽한 무대는 화려함이 아니라
꼼꼼함에서 만들어진다.
세계가 곧 경주로 온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무대는 한 도시의 행사가 아니라,
한 나라의 신뢰가 걸린 시험대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