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이유에 대하여
아침 일찍 서울로 출발했다.
단순한 관람객으로 가는 길이었다면
이 정도의 설렘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나는 ‘브런치 작가’로서,
그리고 ‘다소느림’이라는 이름으로 그곳을 찾았다.
유스퀘이크 서울에서 열린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회.
플랫폼이 걸어온 10년의 여정을 돌아보는 자리였지만,
나에게는 그보다 더 개인적인 의미였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전시의 첫인상은 ‘참여’였다.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험하는 전시였다.
UV 손전등으로 숨겨진 문장을 비추면
은은한 빛 아래에서 문장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작가의 마음속 숨은 이야기를
관람객이 직접 발견하는 듯한 순간이었다.
또 축하 스티커를 적어 붙이는 벽,
엽서를 받아들고 나만의 생각을 써보는 공간,
열 가지 주제 중 마음 가는 단어를 골라
자신의 문장을 남기는 코너까지
모든 구성은 ‘누구나 글을 남길 수 있다’는
브런치의 철학으로 이어졌다.
전시는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1층에서는 브런치의 10년을 되돌아보며
수많은 작가들의 이름과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2층에서는 각자의 글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결이 이어졌다.
3층에 이르러서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며
‘나의 시선’을 남기는 공간이 준비되어 있었다.
스태프들도 곳곳에 배치되어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했고,
전시 공간은 협소했지만
그 안에는 글로 연결된 사람들의 온도가 가득했다.
그 많은 문장 중에서도,
나를 가장 오래 붙잡은 한 문장이 있었다.
“아빠도 아빠의 생각을, 나의 시선에서 이야기하고 싶었어.”
한 평범한 작가의 글이었다.
자녀가 “구독자도 적고 잘 쓰는 것도 아닌데 왜 글을 쓰냐”고 묻자,
그분은 그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 대답이 내 안에 오래 남았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이야기하는 일’이라는 걸
그 문장 하나가 정확히 짚어주었으니까.
나 역시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 이유가 꼭 거창한 건 아니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보다,
그저 내 마음의 결을 정리하고 싶었을 뿐이다.
빠른 세상 속에서 조금 느리게,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게 ‘다소느림’이라는 이름이 탄생한 이유였다.
그래서 오늘 전시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었다.
‘글을 쓰는 나’와 ‘글을 읽는 나’가 만난 자리였고,
앞으로의 나를 조금 더 단단히 세워준 시간이었다.
언젠가 다음 팝업 전시가 열린다면,
그 벽 한 켠에 ‘다소느림’이라는 이름이 실리고
내 문장도 누군가의 마음에 남길 바란다.
오늘 내가 느낀 그 순간처럼,
누군가에게 글이 또 하나의 시작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