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명의 ‘AI 전문가’?
오늘 광주 AI사관학교 6기 수료식이 열렸다.
광주광역시 보도자료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AI 전문가 307명을 배출했다.”
문장만 놓고 보면
거대한 인재 양성의 현장이
실제로 작동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 있었던 나는
그 표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현장의 공기와 공식 문구 사이에는
꽤 큰 온도 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료생의 한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전문가를 배출했다’는 문장은
사실보다 앞서 나간 표현이다.
수료증이 곧
전문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중간에 조기수료했고,
지금 하고 있는 창업도
AI만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다.
개발을 완벽히
해낼 수 있는 단계도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6개월의 교육이
누군가를 한순간에
전문가로 만들 수는 없다는
현실을 말하고 싶다.
전문가가 되려면 기초 학문,
산업 경험,
반복적인 실패와
개선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은 대학을 거치고,
대학원을 지나고,
산업 현장의 문제를
직접 경험하며 쌓여간다.
만약 1300시간을 들이면
전문가가 된다는 공식이 성립한다면,
굳이 수많은 사람들이
긴 학업과 연구를 선택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AI 전문가 307명”이라는 문장은
성과를 설명하기 위한
홍보적 수사에 가깝다.
오늘 수료식에서는
수업 시간에 거의 보이지 않았던
얼굴들을 다시 보았다.
출석률이 저조해도
수료명단에 오르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수료식에 나타나는 장면을 보며
‘수료의 기준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성실하게 참여한 사람과
그렇지 않았던 사람이
동일한 ‘AI 전문가’라는
타이틀 아래 묶이는 구조는
결국 수료증의 의미를
흐리게 만든다.
그리고 그 흐림은 결국
정말 열심히 한 사람들의 노력까지
희석시키는 결과를 만든다.
AI사관학교는
총 1300시간의
빡센 교육을 운영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이어지는 수업은
확실히 강도 높은 일정이다.
하지만 시간의 양이
곧 깊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내용을 빠르게 훑으며 따라가다 보면
기초가 탄탄하게 다져지지 않은 채
새로운 내용이 계속 쌓인다.
전문가는
‘많은 내용을 배운 사람’이 아니라
‘깊이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의 구조는
그 깊이에 다다르기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 교육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AI사관학교는 분명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새로운 분야를 접할 수 있었고,
나처럼 다른 길을 고민하던 청년에게는
자극이 되었으며,
창업과 프로젝트를 시도해볼 수 있는
작은 문이 되어주었다.
AI사관학교가
나를 전문가로 만들어준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스스로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출발선은 만들어주었다.
결국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기관이 만든 것이 아니라,
내가 걸어온
수많은 선택과 시행착오의 결과였다.
AI사관학교는
올해도 수료생 숫자를 발표했다.
그리고 내년엔
더 고도화된 과정으로
바뀐다고 한다.
변화의 방향은 환영한다.
하지만 ‘몇 명을 배출했다’는 지표보다
‘한 사람의 깊이가 얼마나 성장했는가’라는 질문이
먼저였으면 한다.
수료증이 사람을
전문가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전문가라는 말은
그렇게 가벼운 단어가 아니다.
광고 문장과
성과 숫자 너머에 있는
청년들의 실제 고민과 현실을
조금 더 들여다보는 교육이 되길 바란다.
나는 오늘 수료식에서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축하받는 자리였지만,
동시에 묵직한 질문도 떠올랐다.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AI사관학교는
나에게 하나의 문이었다.
그 너머의 길은 결국 내가 만들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진 출처 │ 광주광역시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