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막막할 때
요즘 복권방 앞에
줄이 늘어선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경기가 어렵다는 말은 일상어가 됐고,
체감은 숫자보다 먼저 온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갑을 닫아야 할 시기에,
왜 사람들은 굳이 복권을 사러 줄을 설까.
이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리가 겪었던 과거의 위기와
지금의 불황을 같은 선상에 놓아서는 안 된다.
통계는 오히려 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경제는 급전직하였다.
실업률은 2%대에서 7%로 치솟았고,
GDP 성장률은 –5%를 기록했다.
대기업이 무너지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가계의 목표는 단순했다.
“이번 달을 넘긴다.”
이 국면에서 소비는 전방위로 수축했다.
외식·여행·문화 소비는 물론,
복권 판매 역시 감소했다.
소액이라도 확실히 빠져나가는 지출은,
생존 위기 앞에서 감당하기 어려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비슷했다.
성장률이 급락하고 고용의 질이 흔들리면서
소비는 얼어붙었다.
일부 해에는 복권 판매가
소폭 늘어난 것처럼 보였지만,
이월 당첨금 효과를 제거하면
실질 판매는 정체 또는
감소에 가깝다는 분석이 많다.
핵심은 이것이다.
급성 위기에서는
‘희망을 사는 소비’조차 멈춘다.
숨이 막힐 때 사람은 상상보다 생존을 선택한다.
지금의 불황은 성격이 다르다.
굶지는 않는다.
일은 한다.
공식 물가도 안정 구간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살아서 뭐가 달라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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