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나라와 관리하는 나라

영토는 주장으로 바뀌지 않는다

by 다소느림

독도는 작다.


동도와 서도,

그리고 주변의 암초까지 모두 합쳐도
면적은 0.187㎢.

서울 여의도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 작은 섬 하나를 두고
한국과 일본은 수십 년째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겉으로 보면 이 논쟁은

감정의 문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독도 문제는 전혀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영토는 어떻게 지켜지는가.


작은 섬, 큰 바다


독도는 행정적으로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에 속한다.


울릉도에서는 87.4km,
일본 오키섬에서는 157km 떨어져 있다.

지리적으로 보면
독도는 울릉도에 훨씬 가깝다.


하지만 독도 문제의 핵심은
섬의 위치보다 바다다.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섬을 기준으로 최대 200해리(약 370km)까지
배타적 경제수역을 설정할 수 있다.


이 구역에서는

어업권, 해저자원,

해양 연구같은 권리가 생긴다.


독도는 작은 바위섬이지만
그 주변 바다는 결코 작지 않다.


그래서 독도는 종종
이렇게 설명된다.

“섬보다 바다가 더 중요한 영토.”


일본은 분쟁을 말한다


일본은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부른다.

그리고 반복해서 말한다.

독도는 영유권 분쟁 지역이라고.


일본 외무성은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역시

여러 영토 분쟁의 당사자라는 사실이다.


동중국해의 센카쿠 열도는
중국과 대만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러시아와는 쿠릴 열도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센카쿠에서는
“영토 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쿠릴에서는
“우리 영토를 돌려달라”고 말하며

독도에서는
“영유권 분쟁을 해결하자”고 말한다.


같은 영토 문제지만
상황에 따라 언어는 달라진다.


그래서 일본의 독도 전략은
종종 이렇게 설명된다.

“분쟁을 만드는 전략.”


독도를 분쟁의 섬으로 만들면
국제사회에서 논쟁의 공간이 열리기 때문이다.


실효지배


한국의 전략은 오히려 단순하다.

독도는 분쟁 지역이 아니라
이미 관리하고 있는 영토라는 것이다.


현재 독도에는

경찰 경비대가 상주하고

등대가 운영되고행정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관광객도 매년
약 20만 명이 방문한다.


이런 상태를 국제법에서는

실효적 지배(effective control)라고 부른다.

영토 분쟁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크게 외쳤느냐가 아니라

누가 실제로 관리하고 있느냐다.


그래서 한국은 독도 문제를

국제재판으로 가져가지 않는다.


이미 관리하고 있는 영토를
굳이 논쟁의 장으로

끌고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독도의 마지막 주민


독도에는 한동안
주민이 살고 있었다.

어민 김성도 씨와
아내 김신열 씨였다.


남편이 2018년 세상을 떠난 뒤
김신열 씨는 한동안
독도의 유일한 주민이었다.


그리고 2026년 3월
김신열 씨가 별세하면서

독도에는 더 이상
주민등록상 민간 주민이 남지 않게 됐다.


물론 독도에는 여전히

독도경비대, 관리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독도 문제의 또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독도는 상징만으로 유지되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


결국 독도를 지키는 것은
개인의 상징이 아니라
국가의 시스템이다.


울릉도


독도를 이야기할 때
하나의 섬이 반드시 함께 등장한다.

울릉도다.


독도는 직접 갈 수 있는 섬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육지 → 울릉도 → 독도

이 순서로 이동한다.


독도는 사실상
울릉도를 통해서만 접근 가능한 섬이다.

그래서 독도 문제는
울릉도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울릉도가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최근 울릉도 관광이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울릉군 통계에 따르면
울릉도 관광객은

2022년 46만1,375명

2023년 40만8,204명

2024년 38만4,599명

2025년 34만7,086명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2025년에는 전년보다

3만7천 명 이상 줄어
약 10% 가까이 감소했다.


이 감소의 배경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울릉도 자체의 관광 구조다.


언론 보도에서는 육지보다

ℓ당 300원 이상 비싼 기름값,

2배 수준의 렌터카 요금,

숙박비와 음식 가격 논란 등

여러 문제들이 지적됐다.


온라인에서는

혼밥금지,

가격 대비 낮은 음식 품질,

이른바 ‘비계 삼겹살 논란’같은 사례들이 확산되며

울릉도 관광의 이미지가 크게 흔들렸다.


한 여행객은 3일 여행 비용이

1인당 100만 원이 넘었다는 경험을 남기기도 했다.


여기에 여객선 문제까지 겹쳤다.

쾌속 여객선 고장으로
항로가 장기간 중단되기도 했고
관광객 감소로 일부 노선이

운영을 멈추는 일까지 발생했다.


관광객이 줄면

배편이 줄고

배편이 줄면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 끝에는
독도 접근 문제까지 이어진다.

독도는 울릉도를 거쳐야 하는 섬이기 때문이다.


독도를 지키는 방법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더 큰 목소리를 떠올린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르다.

독도는 외침으로 지켜지는 섬이 아니라
관리로 유지되는 섬이다.


그리고 그 관리의 시작점은
울릉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