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요즘 정부와 업계가 합심해 ‘한국형 AI’를 만든다는 뉴스가 쏟아진다.
5개 정예팀, 6개월마다 탈락하는 경쟁, 글로벌 성능 95% 목표.
듣기만 해도 긴장감이 감돈다.
하지만 나는 이 흐름을 마냥 반갑게만 볼 수 없다. 오히려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한국형 AI라는 말은 그럴듯하다.
국내 데이터, 한국어 특화, 문화적 맥락 반영.
분명 강점이 있다.
그런데, 세계 무대에서는 어떨까?
AI 시장은 이미 국경이 없다.
글로벌을 초월해야 할 기술이 ‘한국 특화’라는 울타리 안에서 만족해버린다면, 우리는 스스로 경쟁력을 제한하는 셈이다.
6개월마다 탈락하는 경쟁 방식은 속도를 낼 수 있다.
하지만 AI 연구는 장기전이다.
짧은 평가 주기는 ‘단기 성과’에 매달리게 만들고, 관료적 결정이 기술 방향을 흔들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방향을 정하고 인프라를 깔아주는 것이다.
개발의 속도와 창의성은 민간에서 나와야 한다.
아무리 한국형이라고 외쳐도, GPU와 핵심 하드웨어는 대부분 미국 기업의 손에 있다.
인프라를 자립하지 못하면, 모델은 결국 ‘빌려 쓰는’ 구조다.
겉은 한국형이지만 속은 해외 의존형이 될 수 있다.
‘글로벌 AI 성능의 95% 달성’.
겉으론 도전적으로 들리지만, 이는 곧 ‘추격자 전략’을 의미한다.
앞서가는 경쟁자가 속도를 더 높이면, 95%는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 거리일지도 모른다.
업스테이지의 ‘Solar Pro 2’는 GPT-4.1과 Claude 3.7을 넘는 성능을 보였다.
민간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기술로 승부 중이다.
그런데 정부 주도의 대규모 통합 프로젝트가 이 민간의 속도를 늦춘다면,
우리가 놓치는 건 단순히 ‘시간’이 아니라 ‘기회’다.
정부가 할 일은 AI 모델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다.
GPU 인프라 확충, 데이터 개방, 규제 완화 같은 토대를 마련해주는 게 본질이다.
그 위에서 민간이 자유롭게 혁신할 때, 진짜 한국형 AI가 나올 수 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단순히 ‘한국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태어나 세계를 압도하는 AI를 키우는 것이다.
그건 ‘95% 목표’로는 도달할 수 없다.
진짜 목표는 100%, 아니 그 이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