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썬과 나, 조금씩 나아가는 중
인공지능 사관학교에 다니면서 브런치를 시작할 때 다짐이 있었다.
“하루에 글 하나씩은 꼭 쓰자.”
하지만… 여행 간다고 패스, 피곤해서 패스, 힘들어서 또 패스.
어느새 몇 날 며칠을 놓쳤는지 모를 지경이다.
요즘은 참 바쁘다.
일할 때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직장에 다니던 시절은 오후 3시 출근이었고,
아침 늦게 일어나 운동 다녀오고, 점심 먹고, 일하고,
집에 돌아와 유튜브 좀 보다 자는 반복된 일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수업 준비, 수업, 점심, 또 수업,
저녁 운동, 복습 또는 글쓰기 — 하루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난다.
이렇게 써두고 보니,
이전의 나는 그냥 시간을 소모하며 살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땐 그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믿음 속에서
하루하루가 반복됐을 뿐이다.
지금은 바쁘고 피곤하고 쉽지 않지만,
분명히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살고 있다.
요식업은 나와 잘 맞지 않았다는 걸 새삼 느끼며.
지금 배우는 게 정말 내게 잘 맞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엔 누가 시켜야 했던 공부를
지금은 스스로 찾아서 하고 있다.
글도 스스로 쓰고 있다.
이 정도면 맞는 길이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요즘 파이썬 수업은 심화 단계로 들어섰다.
기초도 버거운데 심화라니…
진심으로 쉽지 않은 하루였다.
이번엔 이미지를 입력하고, 텍스트로 저장하는 코드를 구현했다.
이름, 나이, 성격 키워드 3개, 그리고 이미지 경로를 입력해
그 정보를 텍스트 파일로 저장하는 프로그램이다.
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이 코드 하나 만들기 위해 몇 시간을 붙잡고 씨름했다.
나에겐 첫 결과물이었기에, 정말 신기하고 뿌듯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미니 팀 프로젝트라는 산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챗봇?
그걸 내가 만든다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게다가 혼자서가 아니라 두 명이 한 팀이 되어,
상대방의 결과물을 가지고 출력까지 해야 하는 구조.
등에 식은땀이 났다.
나의 챗봇 코드는 다음과 같은 구조였다:
내가 가진 기술 스킬
흥미 있는 관심 분야
나의 MBTI
이 세 가지를 입력하면
→ 적합한 직무와 필요한 역량을 추천해
→ 결과를 텍스트 파일로 저장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오늘의 클라이맥스는 따로 있었다.
바로, 내가 만든 코드가 아닌
파트너가 만든 코드로 결과물을 출력하는 것.
그 친구는 나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접근했다.
사주팔자처럼 태어난 시간까지 입력받는 구조였고,
결과도 퍼센티지로 분석되어 나왔다.
정말 놀라웠다.
코드도 더 길고 복잡했고,
솔직히 내 코드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끝낸 시간이 자정이었다.
길고도 긴 하루였다.
매일이 버겁고 어렵지만,
분명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금은 힘들고 낯설고 부족한 게 많지만,
익숙해지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