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정치의 민낯
강릉은 지금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저수율은 18%까지 떨어지고, 제한급수와 단수 위기가 일상이 되었다.
시민들은 물을 아껴 쓰는 수준을 넘어, 아예 생수를 비축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농가는 더 참혹하다.
트럭으로 물을 길어다 뿌리며 배추밭을 지키지만, 하루 수백만 원이 증발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건 단순히 날씨 탓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재난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측 인사들이 강릉을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띈 건 시장의 준비되지 않은 답변이었다.
“원수 확보 비용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끝내 답을 못 했다.
예산 규모도 “1000억 → 500억”이라며 오락가락했다.
심지어 “9월에는 비가 올 거라 믿는다”라는 발언까지 내뱉었다.
그 순간 대통령의 지적은 날카로웠다.
“비 안 오면 사람 목숨 갖고 실험하는 것”.
이 말은 단순한 꾸지람이 아니라, 시장이 현실을 얼마나 가볍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드러낸 일침이었다.
가뭄 현장에서 시장이 던진 또 다른 말은 더 큰 충격이었다.
“대표님, 수해 봉사 부럽더라.”
재난 복구 현장을 두고 “부럽다”는 표현을 쓰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시민들이 단수로 고통받는 와중에 지도자가 할 말은 “부럽다”가 아니라 “죄송하다”였어야 했다.
이 발언은 공감 능력의 결여, 그리고 리더십의 부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옆에 있던 김진태 강원도지사조차 답답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대통령의 질문에 시장이 우왕좌왕할 때, 도지사가 옆에서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려는 표정은 많은 걸 말해준다.
그 와중에 권성동 지역구 의원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러나 시민들 입장에서 묻고 싶다.
“애초에 이 지경을 만든 게 누구인데?”
가뭄은 하늘 탓이지만, 대비하지 못한 건 정치인의 책임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시장의 무능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지적된 도암댐 활용 문제, 지하수 저류댐 건설 필요성, 상수도망 확충 지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선거철마다 개발 공약은 넘쳐났지만, 정작 시민 생존과 직결된 물 문제는 늘 뒤로 밀렸다.
그 결과가 지금의 재난이다.
시장의 실수, 도지사의 답답함, 국회의원의 형식적 감사 발언.
이 모든 게 결국 지역 정치 전체의 실패를 보여주는 거다.
가뭄 앞에서 “고맙다”는 말이나 “부럽다”는 농담은 사치다.
지금 필요한 건 두 가지다.
단기적으로는 급수 차량을 넘어선 긴급 물 공급 대책
장기적으로는 도암댐, 지하수댐 등 대체 수원 확보와 구조적 개혁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의 고통에 공감하며 책임지는 리더십이다.
강릉의 가뭄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그것은 무책임한 정치가 만든 정치적 재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