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부추기는 양극화
예전에는 여름이면 장마가 길게 이어지고,
겨울이면 눈이 내리는 ‘익숙한 날씨’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패턴은 무너지고 있다.
가뭄과 폭우, 폭염과 한파가 한반도 안에서도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이 모든 극단적 현상은 바로 기후위기라는 공통의 배경을 갖는다.
올해 강릉은 역대급 가뭄을 겪고 있다.
최근 10년간 강릉의 기상 가뭄 발생일수는 58.4일로, 과거 50년 평균보다 17일 이상 늘었다.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평년 69%에 비해 20% 수준까지 떨어졌다.
물 부족으로 제한 급수가 검토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기우제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비가 내리지 않아 농작물은 타 들어가고,
산불 위험은 더 높아졌다.
물이 귀한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반대로 내가 살고 있는 광주는 물 폭탄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지난 7월에는 411.9mm의 하루 강수량으로 기록을 경신했다.
9월 들어서만도 벌써 풍암동 일대가 여러 번 침수되었다.
비는 예전처럼 잔잔하게 오래 내리는 것이 아니라, 열대 스콜처럼 짧고 강하게 퍼부어 도로와 주택을 순식간에 삼킨다.
비와 함께 천둥과 번개가 동반되고,
배수시설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광주는 ‘비의 도시’로 바뀌어가고 있다.
같은 시기에, 같은 한반도에서
강릉은 물이 없어 고통받고
광주는 물이 넘쳐 고통받는다.
이처럼 기후위기의 양극단 현상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생활환경과 도시 인프라 전체를 뒤흔드는 문제다.
가뭄 지역은 농업과 산림이 위협받고,
홍수 지역은 도시 안전과 교통망이 마비된다.
한쪽은 ‘부족’ 때문에,
다른 한쪽은 ‘과잉’ 때문에 일상이 파괴되는 것이다.
이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유럽에서는 30도를 넘는 폭염이 수주간 이어지고,
파키스탄과 인도는 48도까지 치솟는 열파와 몬순 홍수로 수백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전 세계 산호초의 84%가 백화를 겪으며 해양 생태계도 붕괴 직전이다.
지구는 전체적으로 ‘너무 덥거나, 너무 건조하거나, 너무 젖은’ 상태로 치닫고 있다.
강릉의 가뭄과 광주의 폭우는 우연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지금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도시마다, 지역마다 대응 전략은 다르겠지만,
공통된 해답은 결국 탄소중립·재생에너지 전환·지속가능한 인프라 구축이다.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오늘의 광주와 강릉 같은 상황이 더 잦아지고, 더 심각해질 것이다.
기후위기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어느 날은 가뭄으로, 또 어느 날은 폭우로, 우리 삶을 흔들고 있다.
이제는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대응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